[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낯선 땅의 이방인에게 따뜻한 ‘친구’가 되어드립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83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외국인 주민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에게 낯선 타국에서의 삶은 여전히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으로 고단하기만 하다. 여기에 ‘일자리’와 같이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Korea Mate’의 이재호 대표는 이 지점에서 출발해 ‘정보’와 ‘일자리’, 그리고 ‘지역 경제’를 잇는 플랫폼으로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창업가다. 그가 실마리를 찾은 곳은 일할 사람이 없어 애를 태우며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절실히 필요로 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엇갈리고 있는 안타까운 ‘미스매칭’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책상 앞이 아닌 땀 냄새 나는 현장에서 답을 찾으며, 이방인에게는 한국 생활의 나침반이, 농가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는 그의 치열한 도전기를 들어보았다.
미얀마의 흙먼지 속에서 피어난 ‘상생’의 씨앗
이재호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낯선 땅 미얀마에서 시작된다. 20대 시절, 대우그룹 고 김우중 회장이 주관한 청년 사업가 양성 프로그램(GYBM)을 통해 미얀마로 건너간 그는 5년여간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밑바닥부터 실무를 익혔다. 돼지 농장을 짓고 직원들과 땀 흘리며 ‘한상(韓商) 기업’을 일구겠다는 꿈을 키웠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그의 앞을 덮쳤다. 진행하던 신사업이 중단되고 빈손으로 귀국해야 했을 때, 그는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였다. 이 대표는 미얀마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겪었던 ‘정보 부재의 답답함’, 그리고 농촌 현장에서 목격했던 ‘심각한 인력난’을 떠올렸다. “내가 가장 뼈저리게 느꼈던 이 두 가지 문제를 연결하면 새로운 기회가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이 바로 Korea Mate의 출발점이 되었다. 해외에서 멈춘 꿈을 한국이라는 더 단단한 기반 위에서 다시 펼쳐 보이겠다는 오기가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이다.
Korea Mate가 제시하는 해법은 명쾌하면서도 입체적이다. 가장 먼저 론칭한 외국인 전용 정보 플랫폼 ‘Korea Mate’는 한국 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외국인들의 ‘디지털 나침반’ 역할을 한다. 이 대표가 미얀마에서 겪었던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고, 아플 땐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절박함을 해결해 주는 창구다.
하지만 정보만으로는 부족했다.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탄생한 것이 농촌 일자리 중개 플랫폼 ‘Mate Farm’이다. 일손이 부족한 농가와 일자리를 찾는 외국인을 연결해 줌으로써 농촌의 인력난 해소와 외국인의 소득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인데, 기존 인력 중개 시장의 불투명성과 비효율을 걷어내고, 교통 편의까지 고려한 매칭 시스템이 주목받는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소상공인과 외국인을 연결하는 ‘오장(O-JANG)’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5일장에서 이름이 유래된 ‘오장(O-JANG)’ 서비스는 전통시장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정보(Korea Mate)로 정착을 돕고, 일자리(Mate Farm)로 기반을 다지며, 지역 소비(O-JANG)로 공존하는 선순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
Korea Mate의 경쟁력은 바로 ‘현장성’이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책상 위에서 문제를 푸는 대신, 이재호 대표와 팀원들은 직접 농촌으로 달려가 농장주를 만나고 흙을 밟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물론 창업 초기에는 낯선 외부인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 농촌의 폐쇄성에 부딪혀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일쑤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현장의 문을 열 수 있는 루트 확보를 위해 분투했고, 끊임없이 농가에 진심을 전하며 굳게 닫힌 문을 하나씩 열어젖혔다. “너희가 기존 인력사무소보다 낫겠냐”며 냉소적이었던 농장주들이 이제는 “좋은 사람 없냐”고 먼저 연락을 해올 때, 그는 비로소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이러한 현장 중심의 실행력은 팀원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식되어 있다. 화려한 스펙보다는 농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현장으로 달려갈 준비가 된 ‘실천가’들이 모인 조직. 이것이 이재호 대표가 자부하는 Korea Mate의 가장 큰 자산이다.
이재호 대표의 시선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향한다. 그는 한국을 고령화와 인구 소멸, 외국인 유입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는 전 세계의 ‘테스트베드’로 바라본다. Korea Mate가 한국에서 만들어낸 상생 모델이 성공한다면, 향후 일본이나 유럽 등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될 국가들에 훌륭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스마트폰에 가장 먼저 깔리는 필수 앱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K-로컬 솔루션’을 역수출하여 전 세계의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고 살리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고 싶습니다.”
낯선 땅의 이방인에게는 따뜻한 ‘친구’가, 소멸 위기의 농촌에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는 Korea Mate.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걸어가는 이재호 대표의 발걸음이, 머지않아 국경을 넘어 더 넓은 세상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Copyright ⓒ 이슈메이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