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팝업에 밀린 50년 장인정신…생존위기 몰린 성수 '수제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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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팝업에 밀린 50년 장인정신…생존위기 몰린 성수 '수제화 거리'

르데스크 2026-03-03 16:51: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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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이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자리매김하며 MZ세대 유입이 집중되는 가운데 인근 수제화 거리는 인지도 하락과 고임대료 부담 속에 점차 소외되고 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소비 흐름과 상권 활력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상권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지자체의 지원 정책과 현장 장인들이 체감하는 실효성 사이의 간극 역시 커지고 있다.

 

3일 르데스크가 찾은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둔 카페거리의 활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평일 오전임에도 팝업스토어가 밀집한 인근 구역은 외국인 관광객과 2030세대 방문객들로 붐볐지만 붉은색 통유리 판매장이 줄지어 선 수제화 거리는 한산했다. 유동인구는 적었고 매장 앞을 오가는 발길도 드물었다. 같은 성수동 안에서 상권의 체감 온도가 이처럼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성수동을 방문하는 주 소비층인 2030세대와 수제화 거리 사이의 심리적 거리도 상당했다. 친구들과 팝업스토어를 찾았다는 김민영(24·여·가명) 씨는 "성수동을 자주 방문하지만 수제화 거리의 존재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길 건너편 구역까지 일부러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성수동이 '트렌디한 공간'으로 인식되는 동안 수제화 거리는 젊은 층의 소비 동선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돼 온 셈이다. 


▲성수동 카페거리의 한 상점과 수제화 거리의 한 상점의 모습. ⓒ르데스크

  

문제는 낮은 인지도와 달리 임대료는 팝업 밀집 구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성수동 일대 전용면적당 임대료는 건물 노후도에 따라 3.3㎡(1평)당 10만~15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상업용 부동산을 중개하는 한 관계자는 "카페거리와 수제화 거리 사이의 임대료 차이는 거의 없다"며 "과거 공장 지대였던 성수동에 상권이 형성되면서 지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유동인구는 적지만 임대료 부담은 동일한 구조가 장인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수제화 제조 생태계 자체를 흔들고 있다. 구두 공장들이 잇따라 폐업하면서 제조 기반은 급격히 축소됐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성수동 수제화 업체 수는 223곳으로 집계됐다. 2018년 초 약 500곳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6년 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한 수치다. 상당수 상인들은 경기도 등 외곽 지역으로 사업장을 이전하거나 폐업을 선택했다.

 

임대료 상승은 명장급 장인들조차 중심 상권에서 밀어내고 있다. 수제화 명장 1호 유홍식 명장은 2년 전 월 700만~10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1층 매장을 정리한 뒤 인근 2층 공방으로 이전했다. 그는 "50년 이상 성수동에서 상점을 운영했지만 월 임대료가 1000만원 수준을 넘어서 결국 임대료가 저렴한 곳으로 이전해야 했다"며 "구두 판매 수익만으로 감당하기엔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유 명장은 지자체의 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서울시와 성동구가 추진하는 '희망 플랫폼'과 청년 장인 양성 사업이 전시성 사업에 머물러 실질적인 기술 전승과 산업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숙련이 필요한 수제화 기술을 1년 남짓 교육한다고 해서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는 어렵다"며 "기술 전수보다 보여주기식 성과에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 공공 판매장의 모습. ⓒ르데스크

 

이에 대해 성동구청 측은 현장의 불만이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뚝섬역과 성수역 인근에 17개 업체가 입점한 공동판매장을 운영하며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며 "최근에도 장인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희망 플랫폼'에 대해서도 "기존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즉각적인 전환이 어렵지만, 향후 수제화 관련 사업 공간으로 본격 운영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한양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경관 디자인 개선 및 지역 활성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매출 지원이나 시설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성수동 수제화를 공동 프리미엄 브랜드로 구축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며 "제품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신발을 만드는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형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MZ세대가 소비 과정과 스토리를 중시하는 만큼 단순 구매가 아닌 참여와 체험을 결합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그는 "공공 지원도 전시성 사업보다 판로 확대와 수익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현재 단절된 카페거리와 수제화 거리를 연결하는 동선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팝업과 카페 중심의 상권과 전통 제조 산업이 공존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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