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을 앞두고 무료 티켓을 확보하지 못한 팬들 사이에서 이른바 '명당'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연 전날부터 현장에서 밤을 지새우겠다는 움직임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면서 안전사고와 공공 공간 관리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현재 엑스(X·구 트위터) 같은 SNS와 각종 팬 카페 등 온라인 공간에는 공연 관람을 위한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공연 전 날 광화문 근처에서 같이 노숙할 팀원을 찾는다", "티켓을 구하지 못 했는데 공연이 잘 보이는 구체적인 명당 위치를 알려달라"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이번 공연은 정규 5집 발매를 기념해 열리는 무료 행사로 약 1시간 동안 신곡과 히트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은 오후 8시부터 진행된다. 소속사 하이브는 "야외 공공장소라는 특수성과 관람객 안전, 현장 통제, 대중교통 이용 편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연 시간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3년 9개월 만의 신보 발표인 만큼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관람석 1만5000석은 예매 시작 30분 만에 매진됐다. 정부 당국은 광장 일대에 최대 23만명이 운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일부 팬들이 광장 주변 인도나 도로변에 장시간 머물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현행법상 단순 대기 인원만으로는 제재가 어려워 당국은 순찰 강화와 행정 지도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해외에서도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노숙했던 사례들도 찾아 볼 수 있다. 2018년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 공연과 2019년 뉴욕 센트럴파크 공연 당시 일부 팬들이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수일 전부터 대기하거나 캠핑에 나섰다. 당시 뉴욕 매체 Gothamist는 "K-팝 스타를 보기 위해 BTS 아미가 지난주부터 센트럴파크 인근에서 캠핑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현지 당국은 보행 통행과 안전을 이유로 질서 유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도 엇갈린다. 덴마크에서 온 리케(Rikke·35·여)는 "공연을 보기 위해 길거리에서 밤을 보내는 모습은 치안이 좋은 한국이라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다소 과열된 느낌도 있다"며 "한국을 찾은 다른 외국인들에게는 낯설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복궁은 한국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필수 관광지로 꼽히고 있는 만큼 콘서트를 이유로 가지 못 한다면 아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이숙 씨(56·여)는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있는 날에 광화문 근처에서 볼 일이 있는 사람들은 너무 당황스러울 것 같다"며 "방탄소년단의 경우 이전에 해외에서도 노숙을 하며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우리나라에서 개선되지 않은 채 도입된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한 씨는 "K-팝이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만큼 관람 문화도 조금 더 성숙하고 체계적으로 운영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현상을 단순한 팬 열정으로만 볼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화문광장은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상징적 공공 공간인 만큼 장기간 대기가 이어질 경우 공간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선착순 중심 구조는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장시간 현장에 머물 수 있는 일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구조적 문제를 낳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방탄소년단 공연 특성상 대규모 인파가 몰릴 가능성은 충분히 예견됐던 상황이라는 점에서 사전 관리 체계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수십만 명이 밀집한 가운데 공연 전날부터 장시간 대기가 이어질 경우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운영 방식과 인파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대형 공연이 일상화된 만큼 관객 안전을 개인의 책임이나 현장 통제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사전 단계부터 체계적인 설계와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번호표 배부, 구역별 분산 대기, 사전 예약 구역 확대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경쟁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관리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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