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정부로부터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공식 문서에서 명시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싸고 한국 내 규제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향후 미국이 한국의 입법·행정 조치를 문제 삼을 경우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USTR는 2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2026년 무역정책 어젠다 및 2025년 연례 보고서’의 한국 관련 부분에서 “한국은 망사용료, 온라인 경쟁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에 관한 법률과 정책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데이터의 국외 전송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공약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이 같은 문구가 명시되면서, 향후 한국 정부나 국회가 쿠팡 사태 등을 계기로 플랫폼 규제나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경우, 미국이 이를 ‘약속 위반’으로 규정하고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이 한국의 규제 강도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판단할 경우, 무역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USTR는 보고서에서 양국 정상 간 합의 내용도 상세히 소개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를 언급하며 “한국은 핵심 부문에서 미국 제조업 기반을 재건하기 위해 3천500억 달러(약 512조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조선 산업에만 1천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조정 사항도 언급됐다. 보고서는 한국이 그동안 FTA에 따라 미국 연방 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충족하는 미국산 자동차를 별도의 추가 개조 요구 없이 연간 5만 대까지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온 ‘한도’를 폐지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한국 시장 접근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식품 분야에서는 비관세장벽 완화 약속이 명기됐다. 보고서는 “한국은 식품과 농산물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 장벽을 다루기로 약속했다”며 “이 약속에는 미국 원예 제품에 대한 시장 접근 요청 적체 해소, 생명공학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 간소화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산 농산물·식품, 바이오 농산물에 대한 한국 시장 개방 압력이 공식화된 셈이다.
이번 보고서는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명의로 의회에 제출됐다. 보고서는 “2026년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핵심 과제로 상호주의 무역 프로그램에 관한 합의 추진과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를 제시했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상호주의와 균형을 관리하는 작업,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에 대한 재검토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USTR는 또 외국의 대미(對美)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자국이 “불합리하고 차별적”이라고 판단하는 외국 조치를 시정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 등을 이어가겠다고 못 박았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불합리·차별적 행동, 정책, 관행에 대해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행정부에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연방대법원이 국가별 상호관세 제도를 위법으로 판단해 무효화하자, 대체 수단으로 301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USTR가 상호주의적 무역 합의와 기타 무역협정, 미국 무역법을 “강력하게 집행”하겠다고 강조하면서, 각종 무역합의 이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회피 행위를 막기 위해 광범위한 조치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대해 약속 이행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301조 등 강경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