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는 핵발전에 고착된 경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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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는 핵발전에 고착된 경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프레시안 2026-03-03 13:10: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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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환경부는 자그마치 30년이 넘게 이름 한 번 변경되지 않고 성장을 거듭했다. 1994년 출범 이래로 수많은 정권 교체가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유관 부처가 간판을 갈아치우는 와중에도 꿋꿋이 버텨냈었다. 간단히 몇몇 사례들만 살펴보면, 김대중 정부에서는 외교부에 통상이 결합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산업자원부를 정체불명의 지식경제부로 탈바꿈했었다. 박근혜 정부는 통합으로 인해 갈등을 빚었던 과기부에서 교육부를 분리해 미래창조과학부라는 화려한 이름으로 부활시켰었다. 다만 탄핵 직후에 급하게 취임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신설 정도로 조직 개편을 최소화했었다.

이들 부처와 달리 오랜 세월을 남산 위에 소나무처럼 굳건히 자리를 지켰던 환경부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이름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길어졌을 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가져오면서 거대 부처로 탈바꿈했다. 물론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할 정도의 긴 시간 동안에 환경부가 정체된 조직은 아니었으며, 국립공원관리공단, 기상청, 수자원공사 같은 산하 기관을 늘리면서 몸집을 계속 키웠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차관이 두 명이나 될 정도로 조직이 급팽창했던 경우는 아직 없었다.

이에 많은 학자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다. 특히 에너지 업무는 전력생산 및 지역난방 같은 산업의 진흥을 담당하는 데 반해 기존의 환경부는 대기 및 수질 오염 같은 규제를 담당했다. 과연 진흥과 규제를 하나의 부처에 통합시켰을 때 제대로 관리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다만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했던 노무현 대통령도 국토부와 환경부의 통합을 고려했었기 때문에, 이런 논쟁도 상당히 오랜 내공을 지니고 있어서 새삼스러운 지적은 아니다. 그래도 에너지 부문과는 비교적 최근 들어서 갈등과 대립 구조를 드러냈기 때문에, 나름대로는 신선한 고민거리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 1월에 환경정책학회와 환경법학회의 공동 개최로 진행됐던 학술대회의 주제가 "기후위기시대 환경․에너지 행정체계 통합과 법·정책 과제"였다. 역시나 유사한 맥락에서 기후부라는 공룡 부처가 과연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일 수 있는지를 다양한 전공의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준비된 발표를 마치고 토론을 진행하는 자리에는 환경부의 기후위기대응단에서 참석했었다. 당시 부단장의 발언은 대단히 파격적이었다. 즉,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원자력이 변수인 반면에, 태양광은 상수"라는 입장을 가지고 대응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처럼 당연한 얘기가 충격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이 짧은 문장은 너무나도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한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아래 그림을 보면 1985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전체 설비 용량을 막대그래프로 보여주고 있다. 2006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로 20년 동안 정체된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이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에 성공했다며, 신성장동력이라고 극찬했던 직후인 2012년에는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였다. 이후 약간의 증가 추세는 세계적 경향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나라 하나가 건설하면서 늘려놓은 수치일 뿐이다. 게다가 붉은색 전력 생산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암울하다. 1996년 17.5%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중국의 묻지마 건설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바닥을 향하고 있다.

▲1985~2024년 세계 핵발전소 설비 용량 및 발전 비중. <The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Schneider and Mycle, 2019)에서 인용. ⓒSchneider, Mycle

반면에 태양광은 세계 어디서나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물론 각종 통계 수치를 제시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이런 물증을 제시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미 지난 20년 동안 주변의 공원, 주차장, 건물 옥상에서 태양광 패널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추세는 한국이나 중국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동일한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태양광 발전의 생산 가격이 급속도로 하락하면서 발전 경쟁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세계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7%까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두 가지 팩트를 간단히 점검했다면, 이제 다시 토론회 자리로 돌아가 보자. 당시 기후부의 부단장은 이런 추세를 고려했을 때, 태양광이 한국의 에너지 수급 체계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상수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원자력은 지난 40년 동안 성장이 정체됐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당시 수출 실적을 자랑하던 무렵의 1기당 4조 원가량으로 추정되던 건설 비용이 지금은 체코 원전에서 10조 원을 넘어설 정도로 늘어났기 때문에, 반드시 포함할 필요는 없고 상황에 따라서 적절히 배분해야 하는 변수 정도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신설 기후부의 담당자가 바라보는 정확한 현실 인식이었다. 수치와 통계에 기반해서 어디 하나 반박할 수 없는 깔끔한 진술이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오히려 정반대일 수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이 상수인 반면에 태양광이 변수였다. 실제로도 1978년 첫 번째 고리1호기가 건설될 이래로 원전은 석유파동과 신고유가, 대정전 사태, 기후위기를 경험하면서도 전혀 흔들림 없이 세력을 확장했었다. 이는 원자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의 구조적 특징일 수 있다.

반면에 태양광이 경제적이고 좋은 건 알고 있지만, 정권마다 입장이 달라지더라도 큰 탈이 없었다. 어차피 2~3년 중단해도 그 뒤에는 더 좋고 더 저렴한 패널이 생산될 테니 또 그만큼 많이 설치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태양광은 변수여서 그때그때 이렇게 저렇게 활용해도 되는 꽃놀이패였다. 반면에 원자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잠깐 제동을 걸었던 탈원전에도 사생결단하듯이 정권에 대한 반발이 제기됐을 정도였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은 진보건 보수 정권이건 언제나 상수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말도 안 되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친위 쿠데타를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수호해 낸 노벨 평화상의 후보 시민들이다. 이런 작년의 사태마저도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 국민주권시대의 대한민국은 또 다른 내일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기존의 원자력 상수, 태양광 변수라는 구도에서 벗어나고 있을까? 환경부 담당자가 바라봤듯이 너무나 상식적인 원자력 변수, 태양광 상수의 정상 궤도로 진입하고 있을까? 역시나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사실 취임 초기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를 앞세워 전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막대한 전력 생산이 가능한 원전만이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던 당시까지만 해도, 이재명 정부는 상식에 기반한 합리적 인식을 지닌 것 같았다. 건설에 10년이 넘게 걸리는 원전은 지금 당장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고, 3년 이내에 신설이 가능한 태양광 중심으로 에너지 구성을 재편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답변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런데 실용주의 이재명 정부는 역시나 답변도 순식간에 뒤집곤 한다. 작년 말에 갑자기 '신규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 '전임 정부에서의 약속과 계획을 폐기할 수 없다'는 변명을 둘러대기 시작했다. 게다가 전력수급계획의 근거가 되는 여론조사에서는 사회조사 교과서에서조차 지적하는 왜곡이 자행됐다. 즉, 앞서 언급됐던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를 근거로 원전 비중을 늘리자며, 국민을 부추기고 말았다. 과연 한국 사회에서 원자력은 변수일까 아니면 여전히 상수일까? 지극히 상식적인 환경부 담당자가 합리적으로 업무를 책임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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