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격화되며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되자 정부와 여당, 청와대도 잇따라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란을 비롯한 중동 지역 교민을 안전한 곳으로 이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장안정프로그램도 가동을 준비하기로 했다.
金총리 "정부 믿고 일상·경제활동 영위"
김민석 국무총리는 3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지역 정세 악화에 관해 "정부는 국민안전과 재외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안정을 위해 범정부적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통해 "중동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교부 등 관계부처는 국민들이 과도하게 불안하지 않도록 관련 동향 및 대응 상황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며 "국민들은 정부의 대응을 믿고 각자의 자리에서 정상적인 일상 활동과 경제활동을 영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대통령이 부재중인 만큼 각 부처는 한층 더 긴장감을 갖고 맡은 바 역할을 한 치의 빈틈없이 완수해 달라"고 지시했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다행히 현재까지 우리 국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외교부는 재외국민 보호 대책본부를 설치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현지공관장들과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현지상황 및 재외국민 보호방안을 집중 논의했다"며 "전 중동 지역 재외공관 대상으로도 철저한 안전조치를 취할 것을 잘 지시했고, 중동 쪽 국가에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체류자뿐만 아니라 단기체류자 정보도 파악 중이고, 안전지역으로 이동, 귀국편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이란과 이스라엘 교민의 안전을 지속 확인하면서 신속대응팀을 가동하고 역내 다른 국가에 체류 중인 우리국민의 안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영사조력을 아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현재 중동 상황은 상황전개 불확실성이 큰 상황으로, 정부는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충분한 국내비축유물량 등 수급 대응력을 갖추고 있지만 호르무즈해협 불안 가능성 등으로 국내외 금융 에너지 상 변동확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철저히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전쟁양상이 이란-이스라엘 각각 대응을 넘어서 이란이 인접국에 대한 반격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라, 해당 국가 상주 국민에 대한 여러 대응, 대피에 대한 방책을 특별히 준비 잘해달라"며 "단기 체류자나 단기 여행객들에 대한 1대 1 접촉방안을 외교부 차원에서 강구하는 것으로 아는데, 만전을 기해주고 개별접촉이 안 된다면 유사시 SOS, 도움 요청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공지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여행객뿐만 아니라 혹시 있을지 모를 종교단체 방문 등에 대해서도 관련 단위에서 잘 공지해 달라"며 "외교부 중심으로 우방국과 정보를 교류해 주고, 국방부에선 군 수송기 등 유사시를 대비해 철저히 대비 중이라고 말했는데 대통령 귀국 후 언제든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대응은 재경부 중심으로 시장, 수출 대응을 해주고 있는데 잘해주고, 미국 측 입장을 감안할 때도 일정하게 중기화될 전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때 어찌 대비할지 부처뿐만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 연구원들도 바짝 긴장하고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靑 위성락 "지나치게 우려 않아도 돼…비상대응 체제 유지"
해외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공격과 관련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국민께 말씀드렸듯 지나치게 우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이날 싱가포르 현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실물 경제, 금융, 군사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철저히 대비하고 있고 청와대도 비상대응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제가 이곳에서 수시로 관련 사항을 체크하고 있으며, 대통령께 보고를 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이번 사태가 초기 단계인 것으로로 파악하고 있다며 "지금은 정부도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결론을 도출하거나 예측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새로운 변수가 많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유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산업통상부 등 관련 부처가 에너지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일부 봉쇄될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상황이 복잡하니 추이를 보며 추가 판단을 해 봐야 한다. 정부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자산이 미국의 이란 공격에 지원됐는지 등에 대한 물음이 나오자 "주한미군 전력 운용에 대해서는 한미 간 협의가 항상 진행되지만, 그 협의의 내용을 소개하기는 어렵다"고만 언급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연합방위태세에는 손상이 없도록 한미 간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정, 이란사태에 '교민 이송-원유 수급' 추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3일 간담회를 열고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현지 교민의 안전과 국내 에너지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란 사태 관련 당정 간담회'에서 미국 행정부와 이란의 전쟁이 유럽으로 확전될 우려를 언급하며 "국민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어제자로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례적으로 참전할 수도 있다는 발표를 했다"며 "중동에 나가 있는 자국의 기지·시설에 타격이 가해지면 참전할 수 있다는 조건부 상황을 얘기했고, 호르무즈 해협도 사실상 봉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산업적으로 보면 200일 정도의 원유·가스가 어느정도 확보된 상황이기 때문에 긴급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 당국이 적절하게 관련 대안의 경로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지금은 중동 지역에 나가 있는 우리 교민의 안전이 가장 큰 문제다. 세계 모든 지도자들이 마음을 모으고 지혜를 더 모아야 한다"고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습에서 하메네이 이란 지도자를 포함해 48명의 지도급 인사가 사살됐다고 발표했다"며 "이란도 미국과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드론 등을 통해 보복 공격을 감행하는 등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중동 지역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라며 "두바이에 계신 국민께서 외교부에 지원 요청을 하는 연락을 했는데, 메시지에 따르면 추정으로 약 2000명이 넘는 우리 국민이 현지 체류 중"이라고 했다.
또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항공편 중단과 치안 불안 속에서 안전한 귀국길이 막혀 극심한 공포와 불안을 겪고 있다"며 "오늘 외교부는 두바이를 비롯해 중동 전역에 체류 중인 국민의 현황과 후송 지원 계획, 비상연락망 체계 가동 실태를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란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중동 등에 원유 공급을 의존해온 한국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수출 국가인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경제와 국익에 대해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원유 수송 등과 관련해 제2의 오일쇼크가 오지 않겠냐는 국제 경제의 비상 신호가 울리고 있다"며 "당정이 긴밀하게 협력해서 우리 국민의 안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국익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했다.
정부, 중소·중견 20.3조 금융지원…시장안정프로그램 가동 준비
정부가 이란 사태의 상황 전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 국내 금융·자본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하고, 이상징후 발생시 10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활용해 필요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
또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소·중견기업들에게는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이 운영하는 20조3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3일 이형일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컨퍼런스콜 형식의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회의를 열어 중동 상황 및 국내외 금융시장·실물경제 영향과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전날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를 반영해 큰 폭 상승 출발했던 국제유가는 이후 변동성이 큰 가운데에서도 상승폭이 다소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7시 현재 미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6.0%, 북해산 브렌트유는 6.6% 상승 중이다.
전날 주식시장은 아시아 시장이 혼조세를 보이고 미국 S&500지수가 소폭 상승(0.04%)했으나, 유럽 주요국 주가는 하락(-2.5%)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달러 인덱스는 이날 1.0% 상승했다.
참석자들은 향후 상황 전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국내외 에너지시장 및 금융시장을 24시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또 이상징후 발생시 관계기관 간 공조하에 100조원+α 시장안정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에 편승한 가짜뉴스 유포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의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에너지 수급 상황과 중동지역 해상물류, 피해 중소기업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점검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중동지역에 위치한 우리 선박에 안전 관련 특이동향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상황이 장기화되더라도 충분한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를 대비해 중동 외 물량 확보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수은 '위기대응 특별 프로그램'을 가동해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최대 -2.2%p의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등 수은(7조원)·산은(8조원)·기은(2조3000억원)·신보(3조원)가 운영하는 총 20조3000억원 규모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형일 차관은 "중동 상황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관계기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양상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동 상황이 진정세를 보일때까지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회의를 매일 개최해 향후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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