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 등으로 반격하면서 교전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이하 현지시간) 필요한 경우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할 수 있다고 발언해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유럽과 걸프만 중동 국가들이 이란 공격에 참여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어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지상군 울렁증 없다"…전면전으로 번지나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란을 상대로 한 추가 대규모 공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일간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상군 파견 가능성에 대해 "다른 대통령들은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나는 지상군에 관한 '울렁증'(yips)은 없다"며 "나는 '아마도 필요 없을 것', (또는) '만약 필요하면(보낼 수 있다)'이라고 말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결국 필요하면 이란으로의 지상군 파견도 할 수 있다는 원칙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우리는 아직 그들을 강하게 공격하는 걸 시작조차 안 했다", "큰 파도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다"고 밝히며 추가 대규모 공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 큰 것이 곧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뉴욕타임스(NYT) 전화 인터뷰에서는 이란 공격 기간을 "4주 내지 5주간 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전쟁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져도 이를 감당할 수 있으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목표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와 관련,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이날 대언론 브리핑에서 현재 미 지상군이 이란에 배치됐냐는 질문에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앞으로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에 대해 논쟁하지 않겠다"고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미국의 이익 증진을 위해 필요한 만큼 나갈 것임을 우리의 적들이 이해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현 단계에서 이란 내 지상군 투입 카드도 배제는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는 멍청하지 않다. 20만명을 동원해 20년간 머물 필요는 없다"며 과거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같은 초장기전을 치를 생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2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군으로부터의 가장 센 공격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다음 단계는 지금보다 이란에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번 작전의 목표는 (이란의) 탄도 미사일 능력을 파괴하고 이를 재건할 수 없도록 하고, 핵 프로그램을 몰래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강조했다.
지상군 투입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는 이란의 군사시설 파괴나 요인 제거를 넘어 영토 장악, 정권 교체, 지하 핵 시설 접수에 직접 나서는 셈이어서 전쟁의 성격이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군은 현재까지 군인 수천명, 전투기 수백대, 2개 항공모함 전단을 중심으로 전력을 투입해 수만발의 폭탄을 투하하고 1천 곳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해 이틀 만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상군 투입은 그만큼 군 병력 손실 위험이 따르고, 병력 주둔에 따른 비용 부담까지 수반된다는 점에서 섣불리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란 실권자 라리자니 "미국과 협상 안한다" 항전의지
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단체 가세, 전선 확대 양상
이란 군부는 아야톨라 하메네이 폭살 이후 반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란은 응전 차원에서 이스라엘 및 미군이 주둔 중인 중동 국가들에 미사일·드론으로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란 군사·안보 총괄권을 가진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2일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재강조했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란이 오만과의 중재를 통해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 내용을 리트윗한 뒤 협상 의지가 없다는 점을 짧게 밝혔다.
아울러 다른 게시글을 통해 "트럼프의 망상적 환상이 이 지역을 카오스에 빠뜨렸다"며 맹비난했다.
여기에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불리는 레바논 지역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공격에 나서면서 전선이 넓어지는 듯한 모습이다.
헤즈볼라는 2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아야톨라 하메네이 살해를 비판하며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에 로켓과 드론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맞대응한 뒤 더 강도 높은 공격을 진행하겠다며 대공세를 예고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인근 공격을 시작한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여러 지역에 있는 헤즈볼라 무기저장 시설과 주요 인사들을 겨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격 후 성명에서 헤즈볼라의 수장을 공식적인 살해 표적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면 충돌은 지난 2024년 11월 양측이 휴전협정을 체결한 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휴전협정 후 간간이 레바논 동남부를 공격하긴 했으나 이처럼 레바논 수도 인근을 공격한 적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휘말린 레바논에는 유엔 평화유지군(UNIFIL)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한국의 동명부대가 있다.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인 '사라야 아울리야 알담'도 이날 수도 바그다드 공항에 주둔 중인 미군을 겨냥해 드론 공격을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사담 후세인 축출 후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친이란 단체다.
이란의 주요 대리 세력으로 손꼽히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지도자 압둘말릭 알 후티 명의로 대규모 저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아직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개시하지는 않았지만 그간 역내 도발 사례와 군사적 역량을 고려할 때 실질적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후티는 홍해 등 전 세계 주요 무역 항로를 오가는 상선들을 공격하거나 미국 민간시설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를 할 가능성이 크게 우려된다.
걸프국에 유럽까지 가세…확전 소용돌이
이란의 전쟁이 단숨에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유럽까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싸움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AFP·로이터·B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따르면 유럽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 없는 미국의 이란 공격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중동 내 자국민 보호와 역내 안정을 명분으로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들은 미국 공습 이후 이란의 무차별 보복 공격에 처한 걸프국들 지원을 검토하고 나섰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란 정권의 고의적 표적이 된 역내 파트너들 방어에 기여할 준비가 됐다"며 "그들의 요청에 따라 비례적으로 국제법이 규정하는 집단 자위 원칙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장관은 2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프랑스 해군기지가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았지만 피해가 경미하며 프랑스 측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이란 사태에 대응해 1일 샤를 드골 항공모함을 발트해에서 지중해 동부로 전개하고 있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걸프국들이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합작한 'SAMP/T' 방공체계 및 드론 방어 시스템 지원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러시아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MAMBA'라는 이름으로 지원되기도 한 SAMP/T는 유럽산 방공 시스템 중 유일하게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하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미국의 이란 공격 동참에 선을 그으면서도 이란의 보복 공세로 역내 영국 기지와 영국인이 위험에 처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중해 키프로스 주둔 영국 아크로티리 공군 기지가 이란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을 받았다. 1일에는 카타르 주둔 영국 공군 전투기가 역내 진입하는 이란 드론을 격추했다.
영국은 이란 미사일 시설에 대한 미국의 '방어용' 타격을 돕겠다며 인도양 차고스 제도에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 공군기지와 잉글랜드 본토의 페어퍼드 공군기지 사용을 뒤늦게 허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등 걸프 6개국은 이란에 대한 공동 대응을 논의하고 직접 군사행동에 나서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걸프협력이사회(GCC) 외무장관들은 1일 화상회의 이후 성명을 통해 "안보·안정 수호와 영토·자국민·거주민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며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는 방안도 포함한다"고 경고했다.
당정 "중동 13개국 우리국민 2만1천명 체류…인접국 이동 검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전역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가운데 중동지역 13개국에 우리 국민 약 2만1천여명이 현재 체류 중인 것으로 3일 파악됐다.
당정은 장기 체류자 및 단기 여행객을 포함한 우리 국민이 인접국으로 이동하거나 국내로 수송 가능한지를 놓고 정부 관련 기관이 최대한 빨리 현지에 접촉해 상황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외교부 등 당정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이란 사태 당정 간담회'를 연 뒤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외통위 소속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현재 중동 지역 13개국에 우리 국민 약 2만1천여명 정도가 체류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을 중심으로는 여행객 포함 단기 체류객 4천여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며 "관련 상황 파악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UAE 등에 있는 여행객 등 우리 국민이 인접국으로 이동 가능한지를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 현지 대사관 등 정부 관련 기관이 여러 경로를 통해 접촉 중이라고 김 의원은 전했다.
공습 지역인 이란에는 공관 직원 등을 제외하고도 교민 59명이 있으며, 이스라엘 현지에도 공관 직원 외 교민 616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정은 교민에 대해서도 인접국 이동 등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여건이나 현지 상황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사태가) 어느 정도 장기화할지 아직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긴급 조치가 필요한 여행객 등의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영공이 폐쇄된 나라를 제외한 쪽으로 이동하는 방향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영공이 폐쇄된 국가는 이란, 이스라엘, 바레인, 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이다.
중동 지역 비행길 허브로 꼽히는 두바이에 가장 많은 여행객의 발이 묶여 있는 상황과 관련, 김 의원은 "두바이를 비롯해 UAE 영공이 폐쇄돼 어떤 나라의 비행기도 들어가고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영공이 봉쇄되지 않은 나라를 통해 긴급히 여행객과 교민을 국내로 수송할 수 있는지 등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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