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 마른김으로만 먹었다면 헛먹었네요... 이렇게 해야 훨씬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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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 마른김으로만 먹었다면 헛먹었네요... 이렇게 해야 훨씬 맛있습니다

위키트리 2026-03-03 11:34: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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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김. AI 툴로 만든 사진.

김 수확철에 전남 바닷가 마을에선 도시 사람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물김 국이 바로 그것이다. 마른김은 알아도 물김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지만 알고 보면 이쪽이 훨씬 원본에 가깝다. 마른김이 가공식품이라면 물김은 말 그대로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날것의 김이다. 이것을 국에 넣고 끓이면 그제야 비로소 겨울 바다 맛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김 수확은 보통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하순부터 이듬해 4~5월까지 진행된다. 바닷물이 차가울수록 김은 밀도 있게 자라고, 색이 짙어지며, 향이 깊어진다. 여름의 따뜻한 수온에서는 아예 자라지 못하는 식물이니 엄밀히 말해 김은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제철 해산물이다.

물김 / 뉴스1

물김은 마른김과 겉모습부터 완전히 다르다. 바다에서 막 뜯어낸 상태의 물김은 미역이나 파래처럼 촉촉하고 미끌미끌하다. 색깔도 다르다. 그냥 두면 붉은 기가 도는 보랏빛이나 검붉은 색이지만, 끓는 국물에 넣는 순간 짙은 초록빛으로 바뀌며 찰랑거리는 결이 살아난다. 이 변화가 작지 않다. 마른김을 물에 풀어 끓인 김국이 흐물흐물한 식감을 낸다면, 물김으로 끓인 물김국은 마치 데친 미역처럼 긴 결이 유지되며 씹는 맛이 있다. 국물에는 마른김 국에서는 나기 어려운 날것의 바다 향, 즉 갓 헤엄친 것 같은 싱그러운 해초 냄새가 배어든다.

진도를 비롯한 서남해 일대의 어민들이 이 물김을 국으로 끓여 먹을 때 단독으로 쓰는 법이 없다. 이 지역에서 겨울 물김국의 단짝은 굴 아니면 산낙지다. 굴과 낙지 모두 같은 계절에 가장 맛이 좋아지는 식재료. 자연이 알아서 제철 재료를 한 자리에 모아둔 셈이다. 조리법은 단순하다. 멸치나 다시마로 국물을 난 뒤 씻어낸 물김을 풀어 넣고 굴이나 낙지를 더해 가볍게 끓인다.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정도가 전부다. 양념이 복잡할 이유가 없다. 물김의 감칠맛, 굴의 달고 고소한 맛, 낙지의 시원한 맛이 알아서 층을 이루며 국물을 채우기 때문이다.

물김국. AI 툴로 만든 사진.

진도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해남군과 함께 전국 최대 규모의 김 양식 어장인 마로해역을 공유하는 곳이다. 섬이라는 특성상 육지와의 교류가 비교적 느리게 이뤄진 탓에 다른 지역의 식문화가 빠르게 유입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진도만의 독특한 향토 음식이 지금도 살아남아 있다. 뜸북국, 홍주, 꽃게 요리 등이 그 예인데, 겨울 물김국도 그 맥락 안에 있다. 화려한 양념이나 기교 없이, 그 바다에서 난 것들을 한 냄비에 끓여 내는 음식이다. 요리라기보다는 바다를 그대로 퍼 담는 행위에 가깝다.

낙지를 넣는 이유에는 나름의 역사적 근거도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쓴 어류학서 '자산어보'에는 "쓰러진 소에게 낙지를 먹였더니 벌떡 일어났다"는 기록이 있다. 예로부터 낙지는 원기 회복의 식재료로 여겨진 셈이다. 낙지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피로 회복과 간 기능에 좋은 타우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굴 역시 '바다의 우유'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영양이 빼어나다. 거기에 물김이 더해지면, 겨울 한 끼의 영양 밀도가 웬만한 보양식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김 자체의 영양도 수치로 확인하면 놀랍다. 해조류 중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은 것이 김인데, 건조 기준 100g당 단백질이 46g에 달한다. 미역, 다시마, 톳, 파래 등 11종의 해조류를 비교한 분석에서 김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마른 김 5장의 단백질 함유량이 달걀 한 개와 맞먹는다는 해양수산부의 자료도 있다. 식물성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단백질 함량을 가진 식재료는 흔하지 않다.

물김 / 뉴스1

비타민 구성도 인상적이다. 마른 김 100g에는 비타민A가 3750㎍ 들어 있는데, 이는 당근의 3배, 시금치의 8배에 해당한다. 비타민C는 감귤보다 많고, 가열해도 잘 파괴되지 않는 성질을 가졌다. 비타민B1은 달걀의 약 14배 수준이다. 식물성 식품 중 비타민B12를 함유한 경우가 드문데, 김은 예외적으로 이를 상당량 포함하고 있어 채식주의자들에게도 주목받는 식재료다. 칼슘, 칼륨, 철분, 요오드 같은 미네랄도 고루 들어 있다. 김에 포함된 알긴 성분은 체내 콜레스테롤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어 동맥경화와 고혈압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항궤양성 물질인 비타민U는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익하다.

물김은 전 재료로도 훌륭하다. 물김전은 마른김전과 비교가 안 된다. 수분이 그대로 살아있는 물김이 반죽에 섞이면 전 전체가 촉촉하고 부드러워지며, 건조된 김에는 없는 특유의 바다 향이 살아 있다.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깨끗이 씻은 물김을 적당히 잘라 부침가루와 찬물을 섞은 반죽에 넣고 버무린 다음,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하게 부치면 된다. 반죽에 찬물을 쓰면 전이 더 바삭하게 나온다. 굴이나 쪽파, 청양고추를 함께 넣으면 맛이 한층 깊어진다.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물김의 유통은 예전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 당일 채취한 물김을 냉장 또는 냉동 상태로 전국에 배송하는 방식이 정착하면서 진도나 해남에 가지 않아도 물김국이나 물김전을 집에서 해 먹는 것이 가능해졌다. 냉동 보관하면 6개월에서 1년까지 두고 먹을 수 있으니, 제철에 넉넉히 구해 냉동실에 쟁여두는 방법을 쓰는 사람도 늘고 있다.

겨울철 서남해 바닷가 마을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여겨졌던 물김국이 서서히 알려지고 있지만 여전히 마른김의 그늘에 가려 있다. 바다가 겨울 내내 길러낸 물김 한 줌을 냄비에 풀고 굴이나 낙지 몇 점 넣어 끓인 국 한 그릇은 자극도, 기교도, 허세도 없이 바다를 그대로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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