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확산되는 중동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사태 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에 돌입했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 1460원대로 치솟는 등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자, 한국은행이 선제 대응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3일 오전 이창용 총재 주재로 ‘중동사태 상황점검 TF 회의’를 열고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금융시장 동향과 국내 금융·경제에 미칠 영향을 집중 점검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미국의 이란 공습이 있었던 지난달 28일에도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을 살폈고, 전날인 2일 오후 9시에는 국외사무소 보고를 토대로 아시아와 유럽 금융시장 흐름을 다시 점검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여왔다.
이번 TF 가동은 지정학적 충격이 에너지 가격과 환율, 채권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번지는 상황을 반영한 조치다. 전날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위험회피 심리가 급격히 강해지며 원자재와 안전자산 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하루 만에 6.0% 올랐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TTF 가스는 39.3% 급등했다. 금값도 0.8% 상승하며 대표적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재확인됐다.
채권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0bp(1bp=0.01%포인트) 상승했고, 2년물 금리도 같은 폭으로 올랐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7bp, 영국 10년물은 14bp 뛰었다. 에너지가격 급등이 향후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강세가 두드러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DXY)는 1.0% 상승했다. 반면 유로화는 1.0%, 엔화는 0.9%, 파운드화는 0.6% 각각 하락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글로벌 자금이 달러로 몰리는 전형적인 위험회피 흐름이 재연된 셈이다.
국내 시장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3·1절 연휴로 전날 휴장했던 국내 금융시장은 이날 이번 중동 사태가 본격 부각된 이후 처음 문을 열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정규장 종가인 1439.7원보다 22.6원 급등한 1462.3원에 개장한 뒤 오전 한때 1460원 안팎에서 움직였다. 국고채 시장도 약세를 보이며 3년물 금리가 5.5bp 오른 3.095%에 거래됐다. 채권금리 상승은 그만큼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국내 금융·외환시장이 이번 충격을 어떻게 소화하는지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금융·외환시장이 중동 사태 부각 이후 처음 개장하는 만큼 시장 반응과 관련 리스크의 전개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며 “당분간 중동사태 관련 상황점검 TF를 가동해 사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과 이에 따른 금융·경제 영향,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특히 이번 사태가 단기간의 시장 충격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 수입물가 압력, 기대인플레이션 불안,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물가와 기업 비용 부담으로 전이될 경우, 경기 둔화 우려와 물가 불안이 동시에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정세가 장기화할 경우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대응을 둘러싼 고민도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국외사무소와의 공조를 바탕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 불안이 확대될 경우 즉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한은은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 변화를 보다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시 적기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강동준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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