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 더봄]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불안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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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중 더봄]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불안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당신에게

여성경제신문 2026-03-03 10:00:00 신고

영화 <아이언맨 3> 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뉴욕 사건’을 겪으며 무너져 내린다. 하늘에 뚫린 웜홀에서 쏟아져 나온 외계 군단과 신적인 존재들. 그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 토니는 자신이 고작 ‘깡통을 쓴 인간’에 불과하다는 처절한 무력감을 느꼈다. 언제 다시 닥쳐올지 모르는, 내 힘으로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위협에 대한 공포는 천재 공학자의 영혼을 잠식해 버린다.

그는 자비스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72시간째 깨어 미친 듯이 새로운 슈트를 만들어낸다.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파멸할 것이라는 강박이 그를 작업실에 가둔 것이다. 육체는 이미 번아웃 상태지만 뇌의 전원은 꺼지지 않은 채 끊임없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할 때 인간은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다. 새벽 3시, 랩톱의 화면은 꺼졌지만 머릿속의 프로세서는 여전히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나의 모습도 그와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도 각자의 웜홀이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의 변동성·갑자기 등을 돌리는 투자자·경쟁사의 파괴적인 혁신··· 내 통제권을 벗어난 변수들이 시시각각 목을 조여온다.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나는 오늘 밤도 엑셀 시트의 숫자를 수십 번 고치고 이미 끝난 제안서를 다시 열어본다. 이것이 열정일까? 아니다. 이건 생존 본능이 보내는 비명이다.

어제의 실수가 뼈아프고 내일의 불확실성이 두려워 잠 못 들던 어느 밤, 서재 구석에서 젊은 시절에 읽었던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 을 다시 꺼내 들었다. 낡은 페이지 속에서 카네기는 지금의 나처럼 과부하 걸린 리더들에게 단호한 처방을 내리고 있었다.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라(Live in day-tight compartments).”

과거와 미래를 강철 문으로 차단하고, 오직 오늘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라는 것이다. 젊은 날의 나는 이 말을 그저 성실하게 살라는 뻔한 도덕 교과서 같은 조언으로 치부했었다. 하지만 심리학을 공부하고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게 된 지금 이 문장은 전혀 다르게 읽힌다. 이것은 단순한 격언이 아니다. 불안으로 폭주하는 편도체를 진정시키고 마비된 전두엽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정교한 심리적 방화벽 기술이다.

뇌의 스펙(Spec)에 관한 보고서

카네기가 말한 오늘이라는 칸막이가 왜 절대적인 생존 원칙인지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머릿속에 들어 있는 이 고성능 생체 컴퓨터, 즉 뇌의 작동 방식을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의 뇌에서 고차원적인 사고와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기업의 CEO와 같다. 판단하고 예측하고 결정한다. 그런데 이 CEO에게는 처리 용량(Working Memory Capacity)의 한계에 발생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우리가 걱정에 빠지는 순간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부등식이 성립한다.

Vtoday는 당장 해결해야 할 버그, 오늘 예정된 미팅 등 통제 가능한 상수다.
Vfuture는 다음 달 자금, 내년의 경쟁자 등 아직 오지 않은 수많은 변수다.
Ut는 불확실성(Uncertainty)으로 시간이 멀어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Cmax는 뇌의 최대 처리 용량으로 전두엽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다.

이 식을 보면 명확해진다. 우리가 내일과 내년의 문을 열어두는 순간 뇌가 처리해야 할 인지 부하(Ltotal)는 미래의 불확실성(U)이 시간(t)승으로 곱해지면서 계산값은 순식간에 무한대(∞)로 발산해 버린다. 결국 고정된 전두엽 용량(Cmax)을 넘어서며 시스템은 과부하(Overload)로 다운된다.

이 수식이 현실화된 상태를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라고 부른다. 걱정이 많은 날을 떠올려 보라. 뇌는 무한대의 방정식을 풀기 위해 풀가동된다. 편도체는 치솟는 그래프를 보며 “위험해!”라고 비명을 지르고 전두엽은 답이 없는 계산을 하느라 뜨겁게 과열된다. 정작 쉬운 이메일 한 통을 쓰는 데도 30분이 걸리고 점심 메뉴조차 고르지 못해 우왕좌왕한다.

이것은 당신의 무능함 때문이 아니다. 당신의 CPU가 나쁜 게 아니라 처리할 수 없는 잘못된 데이터(미래의 변수)를 입력했기 때문에 발생한 논리적 오류 상태일 뿐이다. 슈퍼컴퓨터도 무한 루프를 돌리면 멈춘다.

카네기의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라”는 조언은 단순한 처세술이 아니다. 이것은 폭주하는 뇌의 리소스를 관리하기 위한 스마트한 변수 통제 알고리즘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라며 미래의 문을 닫는 순간 앞서 본 그 복잡한 수식은 아주 심플하고 아름답게 바뀐다.

불확실한 미래 항(∑...)이 통째로 소거된다. 처리해야 할 정보가 ‘무한한 미래’에서 ‘오늘 할 일 3가지’로 확 줄어든다. 비로소 부등호의 방향이 바뀌고 뇌의 부하(L)가 처리 용량(Cmax) 안으로 들어온다.

이때 뇌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편도체는 진정되고 ‘계산 불가능’이라는 경고등은 꺼진다. 뇌는 상황을 통제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멈춘다. 그리고 이제야 여유가 생긴 전두엽은 다시 쌩쌩하게 돌아가며 지금 눈앞의 문제(Vtoday)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고 우리의 실행력이 회복된다.

미래를 계획하는 것과 걱정하는 것의 과학적 차이

“잠깐, CEO의 본질은 비전(Vision)을 제시하는 것 아닌가? 3년 후의 로드맵을 그리고 엑시트(Exit) 전략을 짜야 하는데 오늘 하루만 살라니. 그건 지나치게 나이브한 행복론 아닌가?”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그래서 분명하게 구분할 것이 있다. 미래를 위한 생각(Thinking)은 미래를 향한 걱정(Worrying)과 다르다. 그리고 뇌과학은 이 둘이 사용하는 신경 회로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계획은 전두엽이 주도하는 인과관계의 추론(Causal Reasoning)이다. ‘자금이 부족할 것 같다(사실) → 그러니 다음 주에 투자자를 만나자(행동)’는 식이다. 이것은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생산적 시뮬레이션이다. 뇌는 이때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을 분비하며 실행 의지를 다진다.

반면 걱정은 편도체가 주도하는 무한 루프(∞)다. 팩트가 아닌 막연한 공포의 감정과 씨름하는, 뇌를 마비시키는 파괴적 시뮬레이션이다.

역설적이게도 미래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철저히 오늘에 머물러야 한다. 3년 후를 내다보는 투자 전략을 짜려면 고도의 집중력과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전두엽이 과열되고 편도체가 날뛰며, 결국 멘탈의 신호 대 잡음비(Signal to Noise Ratio)가 엉망인 상태에서 올바른 전략이 나올 수 있을까?

불안에 눌린 상태에서 세운 계획은 계획이 아니라 도피처일 뿐이다. 공포에 질린 뇌는 혁신적인 돌파구보다는 당장의 두려움을 피할 수 있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선택지만을 골라내기 마련이다. 가장 담대하고 창의적인 미래 전략은 아이러니하게도 “내일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겠다”고 선언하며 불안의 스위치를 껐을 때 비로소 확보된 전두엽의 여유 공간에서 탄생한다.

그러니 오해하지 말자. 오늘을 산다는 것은 미래를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흔들리지 않는 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미래라는 캔버스 위에 가장 정교하고 치밀한 설계도를 그려낼 수 있다.

시간과 활동에 매듭(Knot)을 지어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간과 활동의 마디마디에 확실한 매듭(Knot)을 지어야 한다.

등반가는 절벽을 오를 때 일정 구간마다 로프에 매듭을 지어 확보점에 건다. 그 매듭이 지어져야만 추락의 공포를 잊고 다음 스텝을 향해 손을 뻗을 수 있다. 업무도 마찬가지다. “이 고민은 여기까지”라고 매듭을 짓지 않은 채 퇴근하는 것은 확보점 없이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것과 같다. 뇌는 해결되지 않은 과제(Open Loop)를 계속 붙잡고 있느라 에너지를 소진한다.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있는 모래알 하나를 완벽하게 통과시키는 것. 그 확실한 ‘성공의 매듭’ 하나가 지어졌을 때 비로소 우리의 뇌는 그 성취감을 발판 삼아 더 먼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여유와 시야를 확보하게 된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공황장애를 극복한 결정적 계기도 바로 이 원리였다. 수트를 잃고 시골 마을에 불시착해 과호흡으로 쓰러져가던 그를 일으켜 세운 건 꼬마의 한마디였다. “아저씨 정비공이라면서요? 그럼 뭐라도 만들어요.”

그 순간 토니는 우주적 위협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대신 동네 철물점으로 달려가 당장 구할 수 있는 나사와 전선이라는 오늘의 변수에 집중한다. 손으로 무언가를 조립하고 만드는 그 단순한 행위가 폭주하던 편도체를 잠재운 것이다.

과학은 명확히 증명한다. 인간은 오직 오늘이라는 변수만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퇴근하거나 잠들기 전 오늘 완료하지 못한 일을 노트에 적고 덮어라. 그것은 미루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나에게 업무를 이관(Hand-over)하는 의식이다.

“Shut the iron doors on the past and the future. Live in day-tight compartments.” (과거와 미래의 철문을 닫고 오늘이라는 칸막이 속에서 살라)

여성경제신문 김승중 심리학 박사·마음의 레버리지 저자 spreadksj@gmail.com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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