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에 뱃길·바닷길 봉쇄까지…물류비 폭증 우려
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위협받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배럴당 70.3달러로 전주 대비 1.0달러 상승했다. 브렌트유 역시 최근 8~10% 급등하며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원유 70.7%, 액화천연가스(LNG) 20.4%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다. 이런 만큼 해협이 봉쇄되면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같은 유가 상승 압력은 결국 수출 기업의 비용 부담 확대로 연결될 전망이다.
실제 해협 통과가 어려워 우회 항로를 이용하게 되면 해상 운임은 기존 대비 50~80%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중동 갈등이 격화됐던 시기에 유럽 항로 운임이 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000달러대에서 4000달러대로 급등한 사례도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해운사의 유류비 부담은 5~10%가량 늘어나고 이는 화주 기업의 할증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 대신 수에즈 운하나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항로가 약 9000㎞ 연장되면서 선박 한 척당 평균 100만 달러 이상 추가 연료비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쟁보험료율 역시 기존 0.01% 수준에서 최대 0.1%까지 오를 수 있어 기업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중동·EU 수출 빨간불…7400억 달러 달성 요원
산업통상부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해협을 통과하던 HMM 컨테이너선도 정상 운항을 이어가는 등 우리 유조선과 LNG선 운항에는 아직 특이 사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긴장 수위는 여전히 높은 상태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해협 봉쇄를 경고했고 인근 해역에서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해협이 실제로 봉쇄되면 한국의 중동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은 중동에 연간 약 200억 달러, EU에는 약 700억 달러 규모를 수출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추진 중인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이 다수 참여하고 있어 자재 공급 차질이나 공기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동을 경유하는 해상·항공 물류에 제약이 생기면 운임 상승과 보험료 인상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수출 채산성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수도 부담 확대…2%대 물가 방어 시험대
그동안 2%대를 힘겹게 유지하고 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 유가 상승이라는 변수로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가 상승은 석유류 가격 인상뿐 아니라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과 공산품 원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업 영업이익 악화뿐 아니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생계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과 현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오를 때마다 생산자 물가는 0.7%, 제조업 원가는 0.3%가량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상공인의 매출 대비 에너지·원재료 소비 비중은 30~40%에 달해 물가 상승은 실질 소득의 10~15% 감소로 이어진다.
또한 국제 유가가 10%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약 0.1~0.2%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가스요금뿐 아니라 외식 물가도 오르며 서민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국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 상황 관련 관계기관 합동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내외 금융 시장·실물경제 영향 등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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