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상 첫 전국 농지 전수조사…“투기 위험군 강도 높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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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상 첫 전국 농지 전수조사…“투기 위험군 강도 높게 본다”

뉴스로드 2026-03-03 07: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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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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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정부가 전국 농지 소유자와 임대차 실태를 한 번에 들여다보는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에 나선다. 부동산 투기의 새로운 수단으로 악용돼 온 농지를 정밀 점검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농지가 실제 농업에 이용되도록 관리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특히 수도권 개발 예정지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 등 이른바 ‘투기 위험군’을 중점 조사 대상에 올려놓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르면 이달 중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농지 이용 실태를 매년 표본 방식으로 일부만 점검해 왔지만, 전체 농지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법 위반과 관련한 종합적 전수조사로, 특히 투기 위험군을 강도 높게 조사할 것”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부동산이 문제로 농지도 투기 대상이 돼 가격이 비싸다”며 농지 전수조사 검토를 주문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위법 행위에 대해 농지 처분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농지가 너무 비싸 귀농도 어렵다. 땅값을 떨어뜨려야 한다”고도 언급한 바 있다. 농지 가격 거품을 빼 귀농·귀촌 장벽을 낮추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헌법은 ‘국가가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자유전은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농지법은 농지 취득과 소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돼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의 기본 취지다. 원칙적으로 자신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

다만 상속받은 농지, 8년 이상 농업경영을 하다가 농사를 중단한 경우,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소규모 농지 등은 예외적으로 소유가 허용된다. 농지 임대 역시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60세 이상 농업인이 5년 이상 경작한 농지를 임대하는 경우 등 일부 예외가 있다. 농지법은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농지에 대해서는 소유자에게 처분 의무를 부과하고, 불법 임대나 휴경 상태를 방치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전수조사에서 농식품부는 농지의 소유·거래·이용·전용 현황을 폭넓게 점검한다. 농지 소유자의 실제 농업경영 여부를 확인해 무단 휴경, 불법 임대차 등 위반 사례를 적발할 방침이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와 소유자가 농지가 위치한 시·군·구 밖에 거주하는 ‘관외 거주자 취득 농지’가 집중 조사 대상이다. 개발 정보에 편승한 투기성 취득이 의심되는 구역을 정조준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농지 매입 사건은 농지 투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당시 일부 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신도시 인근 농지를 사들였다가 농지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았다. 사건 이후 농업계에서는 농지 전수조사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표본조사에 그쳐 왔다.

실제 농식품부는 LH 사태 이후인 2022년부터 농지 이용 실태 조사를 매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조사 대상은 전체 필지의 10% 수준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2019∼2023년 5년간 이용 실태 조사 결과 7천722명이 농지 처분명령을 받았다. 연평균 1천500명 이상이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 농지를 정리하라는 명령을 받은 셈이다. 처분명령 대상 농지 면적은 917㏊(헥타르)로, 여의도 면적(약 290㏊)의 3배가 넘는다. 전수조사가 이뤄질 경우 위반 적발 건수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농식품부는 전수조사를 뒷받침하기 위한 행정 기반도 일정 부분 갖춰졌다고 설명한다. LH 사태 이후인 2022년부터 기존 농지원부를 ‘농지대장’으로 전환해, 농업인이 아닌 ‘필지’ 기준으로 모든 농지를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4년에 걸쳐 데이터베이스(DB)를 정비해 전수조사가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한 만큼, 남은 과제는 조사 인력과 예산 확충이라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조사 대상 확대에 맞춰 관련 예산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수조사가 실제 투기 가능성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같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주변 전답을 사놨다가 팔면 매매 차익을 올릴 수 있다”며 “산간 오지에 있는 경북, 강원 농지들은 투기 수요가 적어 문제될 것이 없다. 개발할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주요 개발 예정지를 우선적으로 정밀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다.

농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현 제도가 불법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요새 다주택자에 엄포를 놓으니 집값이 떨어지는데, 농지를 전수조사한다고 하면 농지를 내놓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지 전수조사가 농지 시장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제 농사를 짓는 이들에게 농지가 돌아가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부는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농지가 투기 수단이 아니라 농업 생산 기반으로 기능하도록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을 재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위법 행위에 대한 처분명령 집행을 강화해 농지 시장의 ‘투기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수도권 개발지 중심의 고강도 점검이 예고된 가운데, 첫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가 농지 가격 안정과 귀농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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