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비둘기 중앙은행' 만드는 美日…한은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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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워치] '비둘기 중앙은행' 만드는 美日…한은의 운명은

연합뉴스 2026-03-03 06:0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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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교도=연합뉴스] 오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교도=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거품 붕괴후 장기 불황인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을 겪던 일본은 최근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이 나타나자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내고 점진적 금리 인상에 착수했다. 일본은행은 2024년 7월 기준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올린 데 이어 작년 1월엔 '0.5% 정도'로 인상했다. 작년 12월엔 '0.75% 정도'로 올렸다. 이는 1995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에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개석상에서 기준금리의 점진적인 추가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후 이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공격적인 재정정책과 감세를 통해 일본 경제의 부흥을 추진하는 다카이치 총리의 이른바 '사나에노믹스' 정책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방침과 정면 충돌하기 때문이다. 사나에노믹스는 아베노믹스의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를 계승하면서 국가 재정을 동원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17개 분야 전략 투자로 산업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것이 아니라 반대로 돈을 풀어 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우에다 총재와 만났을 때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일본은행 심의위원에 비둘기파(금리인하 선호) 성향의 교수 2명을 임명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권력의 입맛에 맞는 '비둘기 중앙은행'을 만들려는 시도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조 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를 내리라는 압력에 굴복하지 않자 '매파'인 연준 이사의 해임을 시도하고 금리인하에 찬성하는 인물을 후임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하는 등 연준을 비둘기파로 채우고 있다. 금리인하 찬성파를 연준 내 다수로 만들어 자기 말을 잘 듣는 '꼭두각시 연준'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된 케빈 워시의 성향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그가 오는 5월 취임 이후 트럼프의 금리인하 요구에 맞서 저항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어차피 어느 나라나 중앙은행을 구성하는 인물을 임명하는 권한은 대부분 정치권력의 몫이다. 그러니 중앙은행이 아무리 독립성 수호를 위해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맞서 싸워도 결국 인사권 행사엔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런데도 권력에 맞서는 중앙은행의 사례가 계속 나타나는 것은 권력의 유지에 발권력을 마음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원칙과 가치에 대한 공감대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제반 경제 여건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하지 않고 권력의 요구에 굴복하거나 정치적 고려에 흔들렸을 때 경제가 어떻게 됐는지는 역사 속의 수많은 사례들을 보면 알 수있다.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2.26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한국은행도 과거 통화정책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 등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현재의 위상을 확립했다. 최근 정부 관료나 정치인들이 금리 관련 언급을 자제할 정도로 한은 통화정책 독립성을 존중하는 분위기는 결코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오는 4월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임기가 끝나며 이어 연말까지 금통위원과 부총재, 부총재보 등이 바뀌는 등 한은 지도부의 교체가 예정돼있다.

한은은 현재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여러 불안 요인에 둘러싸여 금리 동결 국면이 길어지고 있다. 부동산·환율 불안과 미국 트럼프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에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인한 국제 유가·물가 불안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산적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구성될 한은 지도부가 경제 이외 요인의 영향을 받아 잘못된 통화정책을 결정한다면 한국 경제의 치명적인 오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차기 한은 수뇌부의 인사를 눈여겨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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