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맞대결 지속…이란·이스라엘 등 중동 곳곳에 사흘째 포연
트럼프 "끝까지 간다"…이란 실세 "협상 없다" 항전의지 강조
호르무즈 봉쇄로 유가 급등…불확실성 급증에 주식시장 된서리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차대운 김승욱 기자 =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2일(현지시간)사흘째로 치달으며 세계 안보와 경제에 충격을 더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필두로 이란의 대리세력이 미국, 이스라엘에 맞선 전면전에 가세해 전선이 확대되면서 중동정세는 더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압도적 화력과 제공권, 첨단 방공 시스템으로 무장한 미군 측에서도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해 미국 내 여론도 들끓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인 사망에 대한 보복을 공언했고 이란 지도부는 일각에서 나오는 재협상설을 부인하며 항전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글로벌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봉쇄 여파로 국제유가는 10% 뛰어오른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았다.
◇ 美·이스라엘 공습 지속…이란 도와 최대 대리세력 헤즈볼라 가세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이란 타스님 통신 등 현지 매체들을 인용해 2일 새벽부터 테헤란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테헤란 전역의 표적을 대상으로 자국 공군이 새로 대규모 추가 공격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중부사령부도 2일 페이스북 등 SNS에 이란군의 탄도미사일 이동발사대(TEL)가 미사일을 쏘기 전에 정밀 선제 타격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란의 핵심 전력을 무력화 작전이 효과적으로 진행 중임을 강조했다.
이에 맞서 이란군도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 미군 시설을 겨냥한 탄도미사일, 드론 반격을 이어 나갔다.
이란 국영방송은 2일 새벽 바레인의 미 해군 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는 미 해군 5함대 기지가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대리 세력' 헤즈볼라가 이날부터 가세하면서 전선은 이제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및 추종 세력 간의 전면전으로 한 단계 비화했다.
이날 새벽 이스라엘에는 레바논 국경 너머에서 발사된 여러 발의 로켓이 날아왔다. 이스라엘군은 한 발을 요격했고 나머지는 사람이 없는 개활지에 떨어져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순교"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들이 로켓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맞대응한 뒤 더 강도 높은 공격을 진행하겠다며 대공세를 예고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인근 공격을 시작한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여러 지역에 있는 헤즈볼라 무기저장 시설과 주요 인사들을 겨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격 후 성명에서 헤즈볼라의 수장을 공식적인 살해 표적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면 충돌은 지난 2024년 11월 양측이 휴전협정을 체결한 후 처음이다.
◇ 중동 곳곳 폭음…쿠웨이트 美대사관 인근 연기·키프로스 英기지 폭발
폭음은 이란과 이스라엘을 넘어 중동 곳곳에서 들려왔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단행하면서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는 물론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을 중재했던 오만까지 걸프 6개국을 타격했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요르단, 이라크까지 최소 9개국을 공격하며 중동 전역을 전쟁으로 몰아넣었다.
쿠웨이트 주재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목격됐다. 로이터 통신은 목격자를 인용해 대사관 주변 지역에 소방차와 구급차들이 출동했다고 전했다.
주쿠웨이트 미국 대사관은 "쿠웨이트 전역에 미사일 및 무인기 공격 위협이 지속되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대사관으로 오지 말고 즉시 대피처를 찾아 몸을 피하라고 촉구했다.
불씨는 지중해로까지 퍼진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키프로스 섬에 있는 영국군의 아크로티리 공군 기지에서 드론 공격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아크로티리 기지를 미군의 이란 미사일 타격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 직후 폭발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이란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의 집중적 공격을 받는 UAE 등 걸프국들도 이란 공격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UAE,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외교장관은 이날 화상 연결 방식으로 회의를 열고 이란의 '배신적 공격'으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규탄하면서 이란의 군사 공격에 대응하는 선택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 미군 사망자 첫 발생…트럼프 "끝까지 간다" 보복 공언
장대한 분노'(Epic Fury)라는 작전명으로 시작된 미군의 대이란 공격과 이란의 반격 과정에서 미군도 첫 희생자가 나왔다.
미 중부사령부는 엑스(X·옛 트위터)에 "미 동부시간 3월 1일 오전 9시 30분 기준, '장대한 분노' 작전에서 미군 3명이 전사하고 5명이 심각하게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이란 공격 작전뿐 아니라 작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군이 수행한 작년 6월 이란 핵시설 공습, 올해 1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압송 작전 등 해외 군사작전 과정에서 미군 사망자가 나왔다고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대이란 공격 개시 이후 두 번째로 공개한 영상 연설을 통해 미군 사망에 대한 보복을 공언하면서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하메네이의 사망을 발표하면서도 "강력하고 정밀한 폭격은 그러나 이번 주 내내, 또는 중동 전역과 세계의 평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한 계속 중단 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소 수일간 이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의 임시 지도부가 전면적 투항 결정을 하지 않을 경우 전투를 상당 기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1일 뉴욕타임스(NYT)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 공격 기간을 "4주 내지 5주간 할 생각이었다. 우리는 엄청난 양의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을 누가 이끌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매우 좋은 선택이 3가지 있다"며 "그들이 누구인지 지금 밝히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란은 일각의 협상 가능성 관측을 부인하고 항전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현재 이란 군사·안보 총괄권을 가진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자니 사무총장은 또 "트럼프의 망상적 환상이 이 지역을 카오스에 빠뜨렸다"며 맹비난했다.
◇ 국제유가 10% 급등…호르무즈 해협 비상
국제 유가는 폭등하고 세계 각국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전 세계 경제 회복세에 급제동이 걸리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머리를 들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덮쳤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약 10% 급등한 배럴당 79.9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장 중 한때는 82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8.2% 오른 72.64달러를 기록 중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은 2.6% 뛰어 온스당 5천413달러를 찍었다.
시장에서는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수로가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았으나, 해상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공격을 우려하거나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진 유조선들이 해협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기 시작했다.
위험 자산 회피 현상이 본격화하면서 주식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유럽의 스톡스(STOXX) 600 지수는 1.7% 하락했으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수도 1.8% 떨어졌다. 미국 S&P 500 선물 지수 역시 1.5%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기 위축 우려로 유럽 은행주가 3.6% 급락했으며, 고유가 부담에 직면한 항공 등 에너지 민감주도 유럽에서 5%가량 폭락했다.
반면 에너지 가격 상승 수혜가 예상되는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기업 BP와 셸(Shell) 등 에너지 거물들은 6% 가까이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 방산주도 1.3% 올랐다.
롬바드오디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새미 차르는 로이터에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첫번째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일부 혼란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경우이고, 두번째는 분쟁 장기화와 확전이 오일쇼크로 이어지는 경우"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첫번째 시나리오가 진행 중이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만약 두번째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원자재, 채권 금리, 통화, 석유에 민감한 주식 섹터, 인플레이션 전망, 통화정책 경로,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의 경우엔 경제성장까지 다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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