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5년 11월1일 15시 전남 장흥군 탐진강변에서 개최된 이동진 평론가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북토크쇼>를 정리하는 현장 기사를 기획 시리즈로 출고합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말하는 독서의 가치와 영화 이야기 등을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번 기사는 2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보통 독서 모임에 나가보면 재테크를 비롯 성공과 처세와 관련된 자기계발서를 갖고 온 사람들이 많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도 독서이긴 하지만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해당 목적이 사라지면 책을 읽지 않게 된다. 이동진 평론가는 “자기계발이라는 것은 좋은 거라고 생각하지만 자기계발서는 글쎄 그 말의 용례 때문에 그런 건데 책이 목적이 아니고 책을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책을 도구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기계발을 하고 싶은데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로 책을 생각하는 것이다. 근데 오랜 세월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실패하기도 한 나의 입장에서 본다면 목적으로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는다고 하면 인류 역사를 보는 어떤 시선을 내가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혹은 친구한테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래서 만약에 사피엔스를 읽는다고 쳐보자. 반면 어떤 사람은 그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읽는 사람이 있다고 쳐보자. 전자와 후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조금 있다가 사회적인 유행이 바뀌어서 더 훌륭한 도구가 나타난다? 무슨 유튜브 보면 돼라고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거기로 몰려갈 사람이고 책을 안 읽을 사람이다. 근데 후자는 평생 계속 책을 읽을 사람이다. 누군가 나를 알게 되었을 때 인맥을 넓히고 좋은 일자리라도 얻을 수 있다는 이익 때문에 만난다고 한 번 생각해보자. 상대방이 날 도구화하는 것이다. 근데 어떤 사람은 날 만나는 게 즐겁고 대화하는 게 행복하고 좋아서 만난다고 생각해보면 나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 아닌가. 이랬을 때 어느 게 바람직한 인간관계인가를 생각하면 당연히 후자다. 그런 측면에서 독서가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독서의 깊이보다 넓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서 편식이 그만큼 위험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마찬가지로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다독을 할까? 이 평론가는 “잘 모르겠다”면서 “내가 반드시 책을 읽어야 된다고 말을 해야 될 것 같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영화의 신으로 불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감독이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고 너무 위대한 감독인데 그 사람은 책 안읽는다. 본인 스스로가 난독증이 있어서 책을 못 읽는데 그래서 대학에서 이수 과정들을 밟는데 현격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책이라는 것이 반드시 지적인 인간으로 태어나서 해야 될 단 하나의 어떤 행동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책 안읽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고 세상의 지식이나 뭐 이런 걸 혹은 감정이나 이런 것들도 체험할 수 있는 수많은 다른 매체들이나 직접 한 경험들이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혹은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하느냐 나는 양자가 다른 거라고 생각해한다. 솔직히 책 안읽고 성공한 사람 굉장히 많다.
책을 읽는 목적은 지식을 쌓고 사유를 확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직접 경험해서 그럴 수만 있다면 반드시 독서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스로 독서 행위를 즐겁게 영위하는 것이 중요하지 성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독서를 선택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내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책을 읽는 게 굳이 말하면 성공에 굉장히 좋은 방법일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는 바로 구글링 하거나 유튜브에서 검색하거나 하면 모든 것이 다 쉽게 검색될 것 아닌가? 지식이 손만 뻗으면 지천에 깔려 있는 그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나무위키를 보는 것보다 책 보는 게 훨씬 더 빠른 방법일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책이 너무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은가. 근데 아니다. 더군다나 지식이라는 것이 너무 많고 방대한데 지금 현대사회에서의 지식의 핵심은 그 맥락과 체계라고 생각한다.
지식을 쌓는 가장 빠른 길이 독서라니 어떤 의미일까?
지식이 있을 때 그 지식이 전체 세상의 수많은 지식 중에 어디 위치에 어떤 좌표 평면에 위치하는가를 아는 게 지식의 세계에서 중요하다. 지식들은 파편화되어 있는데 그만큼 지식의 구조가 중요하고 모든 책에는 구조가 있다. 책을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이라면 책에서의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도덕 철학에 대해 알고 싶은데 왜 꼭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야 돼? 그런다면 그 파편적인 지식을 읽느라고 수만 가지 아포리즘을 외우는 것보다 그 책 한권을 제대로 읽는 것이 훨씬 더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방식이다.
수많은 영화들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평론하기 위해서라도 다독할 것 같은데 이 평론가만의 독서법이 있을까? 이 평론가는 “닥치는대로 읽고 끌리는대로 읽는다”고 말했다.
사실 체계 없이 오락을 위주로 책을 본다고 생각하는데 오락이라는 게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범위라서 소설을 보면서 느끼는 오락도 있지만 철학 서적을 보면서 느끼는 오락도 있다. 이것도 오락이다. 지적인 오락. 나는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다 보니까 닥치는대로 옆에 있는 책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재밌으면 더 보고 그렇게 수십년의 세월을 읽다보니까 내 나름의 어떤 독서법을 알게 됐다.
이 평론가가 소개한 독서법은 “깊이보단 넓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법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스피노자가 깊게 파기 위해서 넓게 파기 시작했다라는 말을 한 것과 같다. 군대 가면 이유 없이 삽질을 하라고 시킨다. 삽질을 하는데 깊이를 50cm의 구덩이를 파라고 했다면 둘레를 10cm로 하면 힘이 든다. 그러니까 50cm를 팔려면 넓이를 50cm로 해야 팔 수 있다. 사실은 깊이를 추구하는 일조차도 넓이가 선행되어야 된다라는 뜻이다. 넓이 없는 깊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깊이 없는 넓이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런 측면에서 독서라는 것은 어떤 한 분야에서 내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습득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냥 교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교양에서 중요한 건 사실은 깊이가 아니라 넓이다. 나의 독서 방식은 거의 본능적으로 넓이를 지향해왔다. 세상에 모르는 게 있으면 그게 좀 답답한 쪽의 사람이고 그러다 보면 자꾸 옆으로 퍼져나가는 방식의 그런 독서를 했다.
독서의 넓이와 깊이가 함께 갈 수 있고 넓게 읽다 보면 오히려 깊게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 평론가는 ‘독서 편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볼 것 같은데 “일단 독서를 안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이걸 먼저 전제”한다면서 “독서를 편식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입을 뗐다. 이 평론가는 최근 통계로 봤을 때 1년간 책을 1권 이상 읽는 사람이 43%라는 사실을 환기했다. 반대로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간 책을 아예 안읽는다. 다만 전화 여론조사의 한계상 읽지 않아도 읽었다고 답할 수 있기 때문에 1권 이상 읽는 사람은 20% 가량 될 것이다. 이 평론가는 “근데 그 20%에 이르는 사람들조차 사실은 편식을 너무 많이 하고 문학 책만 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어떤 사람들은 문학책만 안읽는 사람도 있다. 내가 대학 시절에 책을 좋아해서 책과 관련된 동아리 같은 걸 조직해서 활동했었다. 거기서 만난 어떤 형은 문학을 안읽는 이유가 자기를 지적인 사람이야라는 것처럼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그 형은 역사 공부하고 철학 공부하고 이런 걸 좋아하지 문학을 읽는다는 건 낭비! 이런 말도 안 되는 허구에 지어낸 이야기를 왜 보는 거야! 이런 사람이 있었다. 반면에 자연과학 서적이라든지 철학서라든지 어떤 사회과학서라든지 이런 책들을 보는 걸 굉장히 버거워하면서 소설만 보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더 바람직한 게 있다면 우리가 음식 먹을 때 편식하면 안 된다는 거 알지 않은가. 근데 편식을 문제라고 보는 사람들이 책에서는 그게 문제라고 생각 안한다. 근데 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책도 사실은 본인이 버거운 분야라도 자꾸 도전해서 읽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독서에서도 편식은 위험하다.
책을 딱 1권만 읽고 그걸 바이블처럼 절대화하면 오히려 그게 더 위험하다.
<독일인의 사랑>이라는 소설을 쓴 막스 뮐러가 하나만 아는 자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자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하나만 알면 하나라도 알게 된 것 같지만 그게 아니고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단 1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는 말도 했다. 왜냐하면 1권의 책을 읽는다고 치면 그 책이 좋은 책이라도 모든 걸 그 책에 따라서 판단하지 않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사실은 독서 편식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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