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전망…"이란은 한국 관계 중요시해"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촉발된 이란 사태를 목격한 북한은 핵 고수 노선과 대화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것이며 한국은 두 가능성에 모두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 대사는 2일 "북한은 이란 사태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함께 할 것"이라고 봤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이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핵 보유 정책이 옳았다고 판단할 가능성, 반대로 미국의 대화 제의를 언제까지 거부할 수 있는가 걱정할 가능성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마 전 대사는 "북한은 미국을 견제할 힘만 있으면 미국이 아무것도 강요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있고, 대화를 한다면 지금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판단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전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란 사태를 두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안무치한 불량배적 행태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이런 점으로 미뤄 북한이 핵을 더욱 움켜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오히려 이란 사태가 북한을 대화로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외교가에서 흘러나온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및 이란을 상대로 협상 모드에 있다가 돌연 무기를 꺼내든 점은 '협상 불신'의 토대가 될 수도 있으나 이들 국가가 과연 신뢰할 만한 태도로 미국과의 협상에 임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란의 경우 미측에 다양한 제안을 꺼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기에 충분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란의 협상 지연 전술로 비쳤기에 결국 미국이 공습 카드를 택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를 북미 관계에 대입해볼 때 북한이 핵 문제나 관계 개선에 진정성을 가졌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북한과 만날 수 있는 인물인 만큼 북한이 대화를 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외교 소식통은 관측했다.
이에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핵무기 강화 노선을 버리지 않더라도 전략적 대응에 나서서 북미 대화 테이블에 전격적으로 등장하는 그림도 그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 전 대사는 "우리로서는 북한이 생각할 수 있는 두 가지 옵션에 대해 다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북미 대화가 성사될 경우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택할 수 있는 방안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사태는 향후 전개에 따라 한국 외교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그간 이란은 한국이 미국 입장을 고려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 더 와줬으면 좋겠다는 편이었다"며 "이란 국민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매우 좋아서 한국을 끌어당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이란의 리더십이 미국이 용인하는 쪽으로 바뀐다면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이란은 교육열이 높고 노동 생산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경제 제재 등의 위험성이 낮아진다면 한국으로서는 놓쳐서는 안 되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관은 "한국은 이란과 사이가 좋았고, 이란은 한국이 미국의 동맹이라는 걸 알면서도 한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며 "미국과 이란 간 어떤 합의가 성사된다면 한국에 아주 좋은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 당국은 이란이 며칠 내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선출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새로 구성되는 이란 지도부가 내놓을 대외 메시지에 주목하면서 사태 추이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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