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트럼프, 이란 벌집을 건드리다...전쟁 무한루프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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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트럼프, 이란 벌집을 건드리다...전쟁 무한루프 시작되나

투데이신문 2026-03-02 13:50:12 신고

3줄요약

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현지 시간)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현지 시간)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AP/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급습했습니다. 이란을 40여년 간 통치해왔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는 미사일 핀셋 폭격으로 사망했습니다. 공습 15시간 만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사악한 인물 중 한 명이 죽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란 정부도 최고 지도자의 사망 소식을 확인했습니다.

하메네이는 딸, 손녀, 사위 등과 지하 수십미터의 지하 안전 벙커에 있었지만 미국은 벙커버스터 미사일을 같은 자리에 계속 꽂아 넣는 방식으로 주권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제거해버렸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번 침략으로 국제 정세와 경제에 암흑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과 유럽의 분위기를 보겠습니다. 서방 주요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독재자의 종말’과 동시에 ‘위험한 도박’으로 묘사하는 등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의 2026년 3월 1일 자 ‘독재자는 쓰러졌다. 위험한 불확실성이 시작되었다’(A Tyrant Falls. Dangerous Uncertainty Begins)‘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하메네이의 죽음을 수십 년간 자국민을 억압하고 중동을 불안정하게 만든 독재자의 종말로 규정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 승인이나 동맹국의 지지 없이 단행한 이번 ’초법적 암살‘이 가져올 후폭풍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지난 1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망 소식을 접한 정부 지지자들이 하메네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사진제공=AP/뉴시스]
지난 1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망 소식을 접한 정부 지지자들이 하메네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사진제공=AP/뉴시스]

또한 사설은 구체적인 향후 전략이나 대안 세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벌어진 미국의 지도부 제거가 오히려 혁명수비대(IRGC) 강경파의 폭주나 내전, 그리고 대규모 보복 테러라는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1953년 CIA가 주도한 이란 쿠데타가 결과적으로 극단적인 반미 정권을 탄생시켰던 역사를 상기시키며 준비되지 않은 일방적인 정권 교체 시도가 중동에 감당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공백’을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유럽의 분위기도 비슷합니다. 필자가 살펴본 영국 더타임즈의 여러 기사 중에서 맥스 헤이스팅스(Max Hastings)의 ‘트럼프여, 이란 작전의 끝이 어딘지 말하라(Tell us, Trump, how this Iran operation ends)’ 글이 인상적이라 소개해봅니다.

맥스 헤이스팅스는 영국의 대표적인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입니다. 그는 종군기자 출신으로 포클랜드 전쟁 등을 현장에서 취재한 경험이 있어 군사·외교 분야에서 날카롭고 현실적인 비판을 던지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맥스 헤이스팅스는 자신의 글에서 하메네이 한 명을 제거한다고 해서 수십 년간 뿌리내린 혁명수비대의 통치 체제가 무너지지 않으며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정권 교체 시도가 중동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이번 작전이 이란 국민의 자유가 아닌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설계되었다는 점을 꼬집으며 ‘Pottery Barn rules’라는 격언을 인용했습니다. 미국 인테리어 가게 Pottery Barn에 붙어 있던 문구에서 온 말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네가 깨뜨리면 네가 사야 한다”(you break it, you buy it)는 소비자 규칙을 외교·전쟁에 비유해 미국의 무책임한 독주가 불러올 파국적 후폭풍을 우려하는 내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회담하고 있다. [사진제공=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회담하고 있다. [사진제공=AP/뉴시스]

이 문구를 미국 외교 쪽에 처음 강하게 가져온 인물은 콜린 파월 전 국무부 장관이었습니다. 그는 부시 전 대통령에게 이라크 침공을 만류하면서 “You break it, you own it”라고 경고했다는 일화가 유명합니다. 이라크를 쳐서 국가를 망가뜨리면 그 뒤에 생기는 혼란, 재건, 책임까지 전부 미국이 떠안게 된다는 경고였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지금까지 수천 명의 미군 전사자, 수조 달러에 이르는 전쟁 비용,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는 정치 불안과 IS 잔존 세력 문제까지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채 긴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이란 전쟁 역시 체제 붕괴에 실패할 경우 미국과 중동 전체가 비슷한 ‘끝이 보이지 않는 책임’과 불안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다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를 강하게 불러일으킵니다.

이 ‘Pottery Barn rules’가 이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침공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말인 것 같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현지 언론 논조는 미국이 이란 타격의 후폭풍을 간과한 채 별다른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중동의 벌집을 건드렸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급습에 대한 해석이 이렇기에 그 배경 또한 정밀하고도 평화적인 이유가 아니라 다분히 정략적이고 패권적인 저의가 숨어 있습니다. 이번 전쟁의 출발점은 표면적으로는 ‘이란의 핵 위협 제거’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트럼프와 네타냐후 두 지도자의 정치적 이해, 미국 정보력의 한계, 이스라엘의 중동 재편 구상 등이 겹쳐져 있습니다.

먼저 미국 트럼프와 이스라엘 네탸나후 총리의 ‘권력 주도권 재 장악’ 잇속이 깔려 있습니다. 트럼프는 현재 불법 이민 단속(ICE) 강화에 따른 인권 침해 논란과 관세 전쟁의 후유증, 그리고 내치 개혁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지율은 급감했고 중간선거 승리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트럼프로서는 당연히 내부 실패를 외부의 타격으로 만회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자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권력 유지 수법은 내부 위기를 외부의 적으로 돌리는 방식입니다. 트럼프는 아직도 고정 지지층과 우호 여론 조사를 근거로 “국민이 나에게 기대고 있다”는 착시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위대한 미국 건설이라는 자신의 비전을 몰라주는 국민들이 야속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란 타격을 통해 ‘위대한 미국’의 결집력을 보여주고 그것으로 잠시 교착상태에 빠진 내치 주도권의 동력도 확보하려는 속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도착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도착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AP/뉴시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이란 침공이 표면적으로는 미국이 부각되지만 그 기저에는 이스라엘의 부추김과 국익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 이스라엘 변수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표면상으로는 미국 주도의 작전이지만 군사·정보 측면에서 보면 “이스라엘이 벌인 전쟁에 미국이 올라탄 것”에 가깝다는 분석이 적지 않습니다.

이란 등의 중동 각지에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가 광범위하게 깔려 있고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심 지도부 동향을 손바닥 보듯이 훤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하메네이 등을 위시한 최고 지도부 핵심 인사들이 모두 모인 곳을 정밀타격한 것도 이스라엘 정보전의 승리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두 가지 목표점이 있습니다. 먼저 네타냐후 총리는 올해 3~4월에 조기 총선을 실시해 재선의 고비를 넘어야만 합니다. 선거에 내놓을 결정적 표심 재료가 필요합니다. 내치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는 네타냐후는 재선에 성공하지 못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절박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란 타격은 네타냐후의 재선은 물론 그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해주는 중요한 지렛대인 것입니다. 여기에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헤게모니를 쥐고 그곳 질서를 재편하려는 야욕에도 들떠 있습니다. 이란은 중동에서 거의 마지막 남은 ‘잠재적 반 이스라엘’ 본거지입니다. 이란이 있는 한 이스라엘의 안보는 모래 위에 쌓은 성곽일 뿐입니다. 그들이 느끼는 중동의 제왕 이란에 대한 공포는 미국이나 여타 국가는 체감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1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열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살해 규탄 집회에서 시아파 무슬림들이 반미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AP/뉴시스]
지난 1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열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살해 규탄 집회에서 시아파 무슬림들이 반미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AP/뉴시스]

이스라엘은 이미 UAE·바레인·사우디 등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아브라함 협정’이라는 새 판을 열어둔 상태입니다. 중동을 이스라엘 중심으로 재편하고 이란이라는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해 ‘새로운 지역 패권’을 쥐겠다는 꿈을 이번 이란 타격으로 실현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이런 발상은 그 자체로 심각한 오판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스라엘 매체와 싱크탱크 일각에선 ‘하메네이를 베네수엘라 마두로처럼 제거하고 친미·친이스라엘 정권을 세운다면 아브라함 협정은 대완성에 이른다’는 식의 낙관적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이스라엘의 한 여름밤의 꿈에 가깝습니다. 이란은 이슬람 강경 시아파의 원조 국가로서 중동에서의 우월적 지위가 여전히 확고합니다. 이는 군사력뿐 아니라 시아파 정체성 면에서도 이슬람의 선도 국가라는 자부심도 강합니다. 이란어라는 자체 언어를 가지고 있고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패권국가의 전통도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란인들의 패권적 자부심과 시아파의 정체성이 이번에 심대하게 상처를 받았습니다. 하메네이는 국방부 장관 등도 역임한 행정가이지만 호메이니의 뒤를 잇은 영적인 최고 지도자이기도 합니다. 이란 국민들이 하메네이 독재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하지만 이번 하메네이 핀셋 살해는 시아파의 영혼까지 압살한 것으로 보고 보복과 항전의 열기가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1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이스라엘 영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사진제공=AP/뉴시스]
지난 1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이스라엘 영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사진제공=AP/뉴시스]

이스라엘 뜻대로 중동의 패권을 장악하려면 이란을 넘어서야 하는데 1억명에 이르는 이란 국민들이 시아파 정신으로 무장하고 저항할 경우 패권은커녕 테러와 국지전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전쟁의 무한 루프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 매체들은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이란 타격의 후폭풍을 도외시한 채 권력 재장악의 유혹에 빠져 거대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지적할 점은 이란이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반격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 ‘원점 타격’ 타깃이 모두 중동의 미군기지라는 점입니다. 이란은 먼 미국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함께 중동 국가의 미군을 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한국에 2만 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점을 대입시켜 보면 이란 전쟁은 남의 일이 결코 아닙니다. 최근 미군 비행기가 한국 통보도 없이 서해상에 전투기를 출격시켜 중국과 일종의 ‘대치’를 벌인 사건이 국내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지난 1일(현지 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산업단지에서 소방관들이 이란의 공습으로 파손된 창고 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에 주둔한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제공=AP/뉴시스]
지난 1일(현지 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산업단지에서 소방관들이 이란의 공습으로 파손된 창고 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에 주둔한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제공=AP/뉴시스]

미국은 더 이상 명분을 쌓는 신중한 세계 리더 국가가 아닙니다. 트럼프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미국의 군부가 발호하면 베네수엘라든 이란이든 최고 지도자를 살해하는 전쟁 국가입니다. 중국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미국이 세계 여러 곳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어서 자중하고 있겠지만 언제든 중국과도 패권 지위를 놓고 한판 붙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번 이란 전쟁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중국의 제1 타깃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주둔하는 실질적인 미국 영토인 ‘주한미군기지’입니다. 한국은 서해상에 미군 전투기가 출격해 화들짝 놀란 것처럼 미국이 중국과 충돌하면 한국은 자동으로 그 전쟁에 편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미국은 한국의 동맹인 동시에 한국을 가장 먼저 전쟁에 끌어들이는 ‘최대 위험국’이기도 합니다. 이 불편한 딜레마 앞에서 한국 정치는 어떤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낙관보다 우려가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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