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이 맞물리며 산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택 거래량과 밀접한 가구 업계는 계절적 성수기인 봄이 다가옴에도 여전히 깊은 '실적 한파'에 갇혀 있다.
설상가상으로 1인 가구의 급증과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인테리어 트렌드의 확산은 기존 가구 소비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흔들며 업계에 거대한 변곡점을 선사했다.
이제 가구 업계는 단순히 내수 위축을 견디는 수준을 넘어, 급변하는 소비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대응해야 하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뉴스락>뉴스락>은 가구 업계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변화하는 소비 지형도와 미래 생존 전략을 집중 조명해 보고자 한다.
전통 가구사에 불어닥친 한파, 성장하는 신생 플랫폼
건설 경기 부진과 인구 감소는 가구 업계 침체의 직격탄이 됐다. 실제로 가구 업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한샘, 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는 지난해 일제히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뉴스락>뉴스락>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분석한 결과, 한샘의 지난해 매출은 1조 74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8.6% 감소했다. 영업이익 또한 185억 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40.8%나 급감해 업계에 닥친 위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현대리바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7.3% 줄어든 1조 5462억 원, 영업이익은 34.6% 감소한 156억 원을 기록했다.
신세계까사는 전년 대비 7% 감소한 626억 원의 매출을 거뒀으며, 영업이익이 32억 원 줄어들며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 경기 악화와 주택 거래량 감소, 여기에 인구 구조 및 가구 구성원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만 해도 부동산 경기가 활발해 가구 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며 "하지만 엔데믹 이후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구 업계가 그 직격탄을 맞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뉴스락>
반면, '오늘의집'과 '29홈(29CM)' 등 인테리어 종합 플랫폼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의집은 최근 3년 연속 매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지난 2024년 매출 2355억 원(전년 대비 22.3% 증가)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 5억 7000만 원을 달성하며 사상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무신사의 계열사 29cm의 리빙 카테고리인 29홈 또한 오프라인 1호점 개설 반년 만에 2호점을 출점하는 등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전통 가구사들이 내수 위축의 늪에 빠진 사이, 가구를 넘어 다양한 생활용품까지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내주며 시장 활성화를 선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황 악화 속에서 전통 가구 업계는 내실 경영을 강화하며 전방위적인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샘은 가구 업계 침체의 핵심 원인인 부동산 경기 변동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략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택 매매와 직결된 전체 리모델링 대신, 거주 중에도 가능한 '부분 시공' 서비스를 확대하고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리모델링 솔루션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한샘 관계자는 <뉴스락>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홈 인테리어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심리스(Seamless)' 고객 경험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서울 논현동과 부산 등 주요 거점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고도화된 체험형 매장을 제공하는 한편, 한샘몰의 '인테리어 3D 견적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 경쟁력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업계 관계자들은 가구 시장을 단순한 플랫폼 중심 구조로만 해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도 분석한다.
가구는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서 제품을 확인해야 하고, 전문적인 상담이 필수적인 품목이기 때문이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제품 기획부터 공간 설계, 체험, 상담, 설치, AS에 이르는 '통합 역량'이 제조사가 가진 본질적인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뉴스락>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가구 카테고리의 특성을 고려해 고객이 브랜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다각도로 확장하며 자사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생성형 AI 캐릭터를 활용한 '캄포 구스' 광고 시리즈 등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하는 동시에, 유동 인구가 많은 대형 쇼핑몰에서 체험형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며 온·오프라인 접점을 넓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가구 소비 패러다임의 변곡점
가구 업계의 대형사들이 예전만큼 위상을 떨치지 못하는 배경에는 변화한 가구 구성원과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소비자들이 백화점 매장에 진열된 가구를 패키지로 구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다양한 브랜드와 플랫폼을 비교하며 자신만의 취향을 담은 인테리어를 가성비 좋게 직접 구성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특히 1인 가구의 급증은 이러한 트렌드 변화를 가속화했다.
오늘의집이 발표한 '2026 인테리어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주거 공간이 소형화되면서 비싸고 완벽한 '풀 세팅' 인테리어에 대한 욕구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대신 혼자 사는 공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반려식물·반려동물' 관련 인테리어가 주류로 자리 잡았으며,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식탁 겸용 책상, 대형 가구 대신 이동식 트롤리 등 실용적인 아이템이 각광받고 있다.
또한 한정된 공간을 개성 있게 꾸밀 수 있는 소품과 오브제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이를 종합적으로 큐레이션해 판매하는 플랫폼들의 인기가 급부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변화는 신혼부부의 소비 행태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 혼인 건수가 소폭 반등하고 있음에도 전통 가구사보다 플랫폼이 성행하는 이유는 '취향의 세분화'와 맞닿아 있다.
모든 가구의 톤을 하나로 통일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신혼부부들은 결혼 후에도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공간 구성을 선호한다.
실제로 침대와 소파를 각자의 체형과 취향에 맞춰 서로 다른 모델로 선택하거나, 취미 생활에 따라 공간을 완전히 분리해 꾸미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통일성보다는 다양성을 강조한 가구와 생활용품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부모 세대로부터 독립한 젊은 층의 인테리어 패러다임이 '정석'에서 '개성'으로 변곡점을 맞이하면서, 대형 가구 위주의 기존 업체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는 신생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결혼해 신혼집을 꾸린 자영업자 김 씨의 사례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씨는 <뉴스락>뉴스락>과의 인터뷰에서 "백화점에 입점한 대형 브랜드들은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디자인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 '공장형 가구'라는 인상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파주 가구단지나 개인 브랜드에서 발품을 팔아 구매한 가구들이 가격은 더 합리적이면서 개성도 넘쳤다"며 "대형 가구사에서 맞춘 주방 붙박이장 등이 오히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느낌이 들어 가장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에서 자취를 시작한 1인 가구 임 씨 역시 가구 소비 패턴의 변화를 몸소 체감하고 있다.
임 씨는 <뉴스락>뉴스락>과의 인터뷰에서 "1인 가구가 주거 공간을 꾸밀 때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요소는 단연 합리적인 가격"이라며 "주로 오늘의집이나 당근을 이용하는데, 이들 플랫폼은 가성비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수많은 브랜드의 소품이 한데 모여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구는 제품 가격만큼이나 배송비 부담이 큰데, 이를 절감하기 위해 직접 픽업하거나 조립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며 "이케아나 오늘의집에서 판매하는 조립식 가구(DIY)들은 1인 가구도 큰 어려움 없이 완성할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자신만의 개성까지 살릴 수 있어 기성 가구 브랜드보다 플랫폼을 더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통 가구사의 위기 진단, 그리고 생존 전략
한샘, 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 등 국내 전통 가구사들은 부동산 침체와 인구 이동 감소, 가구 구성원 변화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체험형 매장 확대와 '비스포크' 맞춤형 가구 출시 등 타개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시장의 근본적인 판도가 뒤집힌 상황에서 보다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은 지난 2019년 30%를 넘어선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 2024년 36.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인 가구의 급증은 가구 시장의 구매 공식을 완전히 바꿨다. 전문가들은 자가보다 전·월세 비중이 높고 이사가 잦은 1인 가구의 특성상, 고가의 가구보다는 합리적인 가격대에 준수한 품질을 갖춘 '실용적 가구'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SNS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타인의 주거 공간을 공유하고 영감을 얻는 '집꾸미기'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인테리어는 이제 하나의 '놀이'이자 '유행'이 됐다.
인테리어를 수시로 바꾸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다양성과 가성비를 동시에 잡은 플랫폼들이 전통 가구사의 빈자리를 빠르게 꿰차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뉴스락>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전통 가구업계보다 신생 플랫폼이 약진하는 핵심 요인은 부동산 거래 절벽과 잦은 이사로 인한 '가성비' 위주의 인테리어 구성, 그리고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려는 '다양성'에 대한 욕구가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결국 업계 관계자들은 전통 가구사가 재도약하기 위해선 정밀한 '타겟팅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품질·고가 전략을 유지하되 하이엔드 시장의 매니아층을 집중 공략하는 '니치(Niche) 전략'을 강화하거나, 반대로 1인 가구와 인테리어 고관여층을 위해 플랫폼 기반의 맞춤형 콘텐츠 및 서비스를 과감히 도입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뉴스락 미니인터뷰]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부동산 경기 침체의 시대, 전통 가구사 위기에 소비자 타켓팅 전략이 돌파구될 것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뉴스락>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현재 가구 업계의 위기와 관련해 유통의 전반적인 흐름이 이커머스로 넘어간 것은 맞지만, 오프라인과 온라인 가구점은 타깃과 콘셉트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샘 등 전통 가구사들은 이사를 기점으로 집 전체의 가구를 한꺼번에 바꾸는 대형 가구 중심의 매출 구조를 가졌으나, 오늘의집 같은 플랫폼은 공간이 작고 자가 소유가 아닌 MZ세대를 타깃으로 기분 전환용 소품이나 가성비 가구를 주로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 속에서 가구 업계를 벼랑 끝으로 몬 결정적 배경은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정부 정책과 시장 상황의 변화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가 활발해 대형사들이 호황을 누렸으나, 엔데믹 이후 고금리와 집값 안정화 정책이 맞물리며 지역 간 인구 이동과 이사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며 "이사 수요가 사라지니 대형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줄 수밖에 없지만, 직장과 학업으로 이동이 잦은 젊은 층은 저렴한 비용으로 인테리어를 바꾸며 기분 전환을 시도하기 때문에 온라인 커머스는 성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외면하는 이유가 '다양성 부족' 때문이라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이 교수는 "이케아 상륙 이후 국내 브랜드들도 상품 구성을 대폭 늘렸고, 테마별 매장 구색도 충분히 갖춘 상태"라며 "소비자들이 플랫폼으로 향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취향의 부재가 보다는 '가격 장벽'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현대리바트처럼 검증된 브랜드의 고가 수입 소파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온갖 브랜드가 모여 있는 이커머스로 눈을 돌리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가구 업계의 부흥을 위한 전략으로 전통가구 업계의 '타깃의 세분화'를 강조했다.
그는 "전체 인구는 줄어도 1~2인 가구와 고령 가구 등 가구의 총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존의 3~4인 가구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늘어나는 1인 가구에 맞춘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동시에 한샘이 과거 프리미엄 주방 가구로 성공했듯, 자산가층을 겨냥한 초프리미엄 맞춤형 가구(Customizing) 시장을 공략하는 등 극단적인 타깃팅을 통한 체질 개선이 침체된 시장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뉴스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