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시리즈는 변동성이 큰 증시 속에서 흔들림 없는 투자 기준을 세우는 데 초점을 둔다. 매주 핵심 경제 지표와 글로벌 금융·산업 트렌드, 그리고 국내외 수급 흐름을 교차 분석해 유망 산업 섹터와 핵심 종목을 3~4개 엄선한다. 단기 모멘텀과 중장기 성장 동력을 함께 살피며 기관·외국인 매매 패턴, 업종별 펀더멘털 변화, 정책·규제 이슈까지 입체적으로 짚어 시장을 선제적으로 읽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으며, 이 콘텐츠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돕는 참고 자료다. [편집자주] |
[직썰 / 최소라 기자] 취득 후 보유만 하며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되던 ‘무늬만 자사주’ 시대가 막을 내렸다. 국회가 자사주 소각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국내 상장사들의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정책이 변곡점을 맞이했다. 증권가는 자사주 비중이 높고 이익잉여금이 풍부한 기업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기업 가치 재평가(리레이팅)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유 대신 소각”…‘자사주 마법’ 차단
국회는 지난 25일 본회의를 열고 자사주 취득 시 1년 이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가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자사주를 활용한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원천 봉쇄하는 데 방점을 뒀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은 자사주에 대해 의결권, 신주인수권, 배당권 등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또한 자사주를 담보로 한 사채 발행이나 질권 설정도 금지된다.
임직원 보상이나 경영상 목적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보유가 허용되나, 이 역시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등 절차적 통제가 대폭 강화됐다.
◇금융·지주사 ‘랠리’…“단기 조정보다 중장기 우상향”
시장은 이미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인 금융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 KRX증권(92.51%), KRX보험(31.89%), KRX은행(28.24%) 등은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법안 통과 직후 일부 차익 실현 매물이 출현하며 조정을 겪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일시적 숨 고르기’로 진단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기보유 자사주에 대한 소각 유예 기간이 1년 6개월 부여된 만큼, 단기적 ‘셀온(Sell-on)’보다는 중장기적인 리레이팅 과정이 지속될 것”이라며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지주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5% 이상 자사주를 보유한 주요 지주사로는 샘표(29.9%), 대웅(29.7%), 롯데지주(27.5%), SK(24.8%) 등이 꼽힌다.
◇‘옥석 가리기’ 필수…“이익잉여금·지배력 변화 살펴야”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자사주 보유 물량이 많다고 해서 모두 수혜주로 분류하는 ‘묻지마 투자’는 경계한다. 실제 소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의 재무 상태와 대주주의 지분율 구조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단순 비중보다 기업 입장에서 소각 실천 의지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최대주주의 지배력 변화가 적으면서도 자본 내 이익잉여금이 풍부해 소각 여력이 충분한 종목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시가총액 5조원 이상 대형주로는 ▲현대차 ▲기아 ▲삼성전자 ▲NAVER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SK스퀘어 ▲SK이노베이션 등이 거론된다.
다가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는 이번 개정안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업종별 접근보다는 개별 기업이 내놓는 자사주 소각 계획과 주주환원 정책의 구체성을 ‘바텀업(Bottom-Up)’ 관점에서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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