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권 폐지 앞두고 지난해 보완수사 요구율 14.7%
부담스러운 정치적 사건은 검경 '떠넘기기' 양상까지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경찰에 돌려보낸 사건이 지난해 7건 중 1건꼴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도입된 보완수사 요구권이 양 기관의 '핑퐁' 수단으로 변질하며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송치한 75만2천560건 가운데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돌려보낸 사건은 11만623건(14.7%)에 달했다.
전체 송치 사건은 2024년(77만8천294건)보다 줄었지만, 보완수사 요구 건수는 되레 증가한 것이다. 검경 간 사건 '핑퐁' 양상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보완수사 요구는 2021년 8만7천173건, 2022년 10만3천185건, 2023년 9만9천888건, 2024년 10만4천674건으로 꾸준히 늘어 지난해 처음 11만 건을 넘어섰다. 매년 11∼13%대를 오가던 요구율 역시 처음으로 14%대에 진입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엔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검경의 신경전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일부 대체하기 위해 도입된 보완수사 요구권을 두고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린다.
검찰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미흡할 수 있는 법리 해석, 증거 부족 등을 보완해 공소 유지에 완벽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완전무결한 수사란 사실상 없으므로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측면에서 보완수사 요구권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반면 경찰 내부에서는 1차 수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동일 사건에 대한 반복적 조사로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검찰이 견제를 넘어 '개입'을 시도하며 폐지된 수사지휘권을 우회적으로 행사한다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검경이 사건을 주고받는 사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몫이 된다. 보완수사를 이유로 수사기관을 드나들며 몇 년째 형사 절차에 시달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결국 경찰도, 검찰도, 시민도 보완 수사로 개선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공권력에 대한 불신, 수사력 낭비로 다른 수사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일선 수사 현장의 피로도도 상당하다. 한 경찰 수사관은 "검찰의 보완 요구가 납득될 때도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건이 돌아올 때도 있다"며 "인사 시즌을 앞둔 검사가 맡은 사건 수를 줄여야 할 때 유독 보완수사 요구가 증가한다고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정치적으로 이목이 쏠린 사건일수록 송치와 보완수사·재수사 요구가 오가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양상도 포착된다.
대표적 사례가 무소속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혐의 사건이다. 검찰은 지난 1월 송치된 이 의원의 금융실명법·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보완수사를, 경찰이 불송치한 미공개 정보 이용 등 혐의는 재수사를 요청했다.
그러자 경찰 관계자는 '범죄일람표 작성'과 같이 사건 실체보다는 형식과 관련한 요구였다면서 "특별한 내용이 있지 않다"고 일축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옷값 의혹'과 관련해서도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2개월 만에 원래대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핑퐁 게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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