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에 받쳐 있었다"…'차별'과 '배제'에 맞서 온 상담사들의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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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에 받쳐 있었다"…'차별'과 '배제'에 맞서 온 상담사들의 6년

프레시안 2026-03-01 15:02: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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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의 소속기관 고용을 통한 정규직화 논의가 6년 만에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경력 불인정 등 쟁점사항에 대해 건보공단이 노조가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마련하면서다.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상담 업무를 민간 용역업체에 맡겨놓은 곳은 현재까지 국민연금·산재보험·고용보험 등 4대 보험기관 중 건보공단이 유일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지난달 26일 상담사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16일째 단식 중이던 김금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장을 만나 이에 대해 들었다. 건보공단 상담사들에게 지난 6년은 정규직화 과정의 '차별'과 '배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나로 뭉쳐 싸워온 시간이었다.

10년 차 상담사인 김금영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장은 힘들다고 알려진 전화 상담 일이 그래도 “나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드문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도 건보공단 고객센터 일은 유독 어려웠다.

"보통 한 기수에 30명 정도가 들어오는데, 저희 기수는 2명 남았어요. 1명 남은 기수도 있고요. 3명 남으면 많이 남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저도 원래는 1년 일해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며 그만두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어떻게 버텼네요."

건보공단 상담사의 업무는 어렵기로 악명 높다. 입사하면 수습기간 첫 한 달 동안 3000페이지가 넘는 업무 메뉴얼을 교육받는다. 매뉴얼은 총 5권인데, 각 권 교육이 끝날 때마다 시험도 본다. 남은 수습기간 두 달 동안에는 선배 상담사의 지원 하에 서로 도와가며 상담하는 그룹 상담에 투입된다. 그런 뒤에야 한 명의 상담사로 업무를 시작한다.

그럼에도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로 김 지부장은 “공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을 꼽았다. 전화를 걸어오는 시민 중에는 몸이 아픈 어르신, 이제 막 독립했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해 건보 자격이 바뀐 20대가 유독 많았다. 이들에게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건강보험 제도 이해와 활용을 돕는 '국가의 얼굴'인 셈이다.

전문성도, 공공성도 강한 이 업무의 민간 외주화가 시작된 것은 2006년이었다. 효율성이니, 비용 절감이니 하는 허울 좋은 명분에 공공성이나 고용안정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건강보험 상담에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활용되는데, 이 역시 민간 용역업체에 맡겨졌다.

"민간 용역업체에 소속된 저희가 다루는 개인정보가 굉장히 다양해요. 소득, 재산은 물론이고요. 해외는 몇 번 갔는지, 수감 이력까지 다 들여다볼 수 있어요. 그런데도 업체는 개인정보 교육을 한 페이지짜리 문서로, 5분 하고 끝내요.

전화를 주시는 분들은 그런 일을 하는 저희가 공단 지사 직원인 줄 알아요. 한번은 어르신이 재난적 의료비 상담을 받으신 뒤에 고맙다며 떡을 보내주고 싶다고 어느 지사 직원이냐고 물었어요. 당연히 '마음만 받겠습니다'라고 답했지만, 고맙기도 서글프기도 했어요."

▲김금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장. ⓒ프레시안

다른 4대 보험기관은 직접고용했는데, 건보공단만 달랐다

건강보험을 포함한 4대 보험기관의 고객센터 상담사를 각 공단이 고용해 제자리를 찾아줘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19년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시행과 함께였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차별 없는 일터 조성을 목적으로 한 정책이었다.

4대보험을 운용하는 다른 기관들은 이내 상담사를 직접고용했다. 건보공단만은 태도가 달랐다. ‘차별’과 ‘배제‘에 기초한 안을 냈다. 먼저 상담사 직접고용을 거부했다. 2년에 가까운 다툼 끝에 노조가 한발 물러서며 소속기관을 통한 정규직화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건보공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2019년 2월 28일 이후 입사자는 공개채용 시험을 봐야 한다‘는 안을 냈다. 전체의 3분의 1가량인 700여 명의 상담사를 정규직 전환에서 사실상 배제하려 한 것이었다.

노조는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3년에 걸친 싸움 끝에 공채 적용 대상을 400명 수준으로 줄였다. 그들을 배제하려 한 건 공단인데, 미안함은 "동료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던 김 지부장의 몫이었다. 여전히 김 지부장은 단 한 명의 탈락자도 내지 않겠다는 각오다.

"싸움이 길어지다 보니, 공채 전환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어요.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노조가 최대한의 보호장치를 만들어 보겠다고 조합원들에게 약속했어요. 시험장에는 같이 못 들어가지만, 그 전까지는 최선을 다할 거에요."

경력 미인정·외국인 배제…'고용형태 변화=신분 상승' 발언까지

이후로도 건보공단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소속기관 정원으로 현 상담사 수 이하인 1580명을 제시했다. 그대로라면, 일부 상담사가 기관 설립과 함께 일자리를 잃을 판이었다. 다시 1년여의 줄다리기를 거쳐 지난해 11월 정원 1633명의 소속기관을 설립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이번에야말로 끝난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공단은 다시 △연차 초기화, 수습기간 부여 등 경력 삭제 △외국인 상담사 전환 배제 등 안을 들고 나왔다. 하나하나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었다.

"10년 이상 일한 상담사가 절반 이상일 거에요. 입사한 사람 10명 중 9명이 그만두는데도 남은 분들이에요. 그런데 수습기간을 둔다는 게 말이 돼요? 또 수습기간에 팀장이 팀원들을 평가해 고용 여부를 정하게 될 거잖아요. 그러면 갑을관계가 생길 수도 있어요.“

"외국인 상담사 전환 배제도 진짜 황당했어요. 그분들은 공단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분들이에요. 우리가 우즈벡어 상담을 어떻게 하겠어요. 외국인 상담사들이 단지 국적을 이유로 배제되면 한국인 상담사들에게도 이런저런 이유로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연차 문제를 논의할 때는 심지어 사측이 고용형태의 차이를 '신분'이라고 표현하는 일까지 나왔다.

"연차를 승계 안 한다고 해서 항의하니, 한 사측 교섭위원이 '용역업체에서 일하는데 기관 소속이 되는 거니, 신분상승의 디폴트 값'이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은 카스트가 있는 신분제 사회가 아니잖아요.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 같았어요. 골도 더 깊어졌죠."

▲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지난 2일 청와대 인근에서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노숙농성 돌입 총파업 대회를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6년 싸움 끝에…한 고비가 남은 건보공단 상담사 정규직화

건보공단 상담사들은 다시 거리로 나서 싸움을 시작했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차별'과 '배제'에 맞서 온 조합원들은 그 즈음 "악에 받쳐 있었다." 겨울 추위가 여전하던 지난 2일 파업에 돌입한 수백 명의 조합원이 청와대 앞에서 밤을 새며 농성한 일은 그런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열흘 뒤인 지난 12일 김 지부장은 이번에야말로 끝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단식에 돌입했다. 이후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인터뷰 당일까지 16일 간 단식을 이어갔다.

공교롭게도 인터뷰가 있던 날 저녁 건보공단 노사 간에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의 중재 끝에 공단이 △수습 임용하되 중대한 결격사유 없으면 채용 보장 △외국인 상담사 전환 보장 등 노조가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제시하면서였다. 세부 협의는 다음 달 4일로 예정돼 있다.

27일 단식 농성을 해제한 김 지부장에게 연락해 정규직화 합의에 다가선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병상에서 회복 중임에도 그는 "과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전환 시점 문제, 인센티브 문제 등 현장에서 체감할 쟁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남은 과제들이 온전히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교섭하고, 끝까지 책임 있게 싸우겠다. 특히 올해 전환 완료는 최대 목표"라고 다시 고삐를 조였다.

6년 동안 이어진 '차별'과 '배제' 시도 앞에서도 서로를 놓지 않았던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그 결실을 보기까지 이제 정말 한 고비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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