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갓. AI 툴로 만든 사진.
향이 강한 채소는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평생 멀리하는 사람과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 쑥갓이 딱 그렇다. 특유의 쌉싸름하고 향긋한 냄새가 한국인들의 호불호로 갈라놓지만 두부와 만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강한 향은 부드럽게 중화되고, 으깬 두부는 양념을 품어 한 덩어리처럼 어우러진다.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반찬이 완성된다.
쑥갓두부무침에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된장을 베이스로 쓰는 방법과 참치액(국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방법이다. 된장을 쓰면 구수하고 감칠맛이 깊은 무침이 완성되고, 참치액이나 국간장을 쓰면 쑥갓 본연의 향긋함이 더 선명하게 살아난다. 어느 쪽이 낫다고 단정할 수 없다. 취향과 그날 밥상 구성에 따라 골라 쓰면 된다.
된장 버전 재료는 쑥갓 200g, 두부 한 모, 된장 2큰술, 참기름 2큰술, 깨 1큰술이다. 된장과 참기름의 비율을 1대 1로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 비율만 지키면 짜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은 딱 맞는 양념이 나온다.
쑥갓두부무침. AI 툴로 만든 사진.
참치액 버전 재료는 쑥갓 150g, 두부 160g(한 모), 천일염 1큰술(데칠 때 사용), 다진 마늘 1작은술, 참치액 또는 국간장 1큰술, 깨소금 1작은술, 참기름 1큰술이다. 양념을 많이 넣지 않아야 쑥갓의 본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조리 순서는 두 버전 모두 큰 틀이 같다. 먼저 쑥갓 데치기다. 쑥갓 분량의 5배 정도 되는 물을 올려 팔팔 끓인다. 된장 버전은 그냥 끓는 물에, 참치액 버전은 천일염 1큰술을 넣은 뒤 쑥갓을 넣는다. 데치는 시간은 30초가 전부다. 오래 데치면 쑥갓 특유의 향긋한 색이 변색되고 향도 날아간다. 데친 즉시 차가운 물에 헹궈 식히고 물기를 꼭 짠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두부는 으깨는 것이 이 레시피의 핵심이다. 먼저 키친타월로 수분기를 충분히 제거한 뒤 칼로 짓눌러 으깬다. 깍둑썰기가 아니다. 으깬 두부는 양념이 훨씬 잘 배어들고 쑥갓과 섞였을 때 한 덩어리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물기 제거를 건너뛰면 나중에 양념이 묽어지고 접시에 물이 고인다.
된장 버전 양념장은 된장 2큰술, 참기름 2큰술, 깨 1큰술을 고루 섞어 만든다. 참치액 버전은 다진 마늘 1작은술, 참치액 또는 국간장 1큰술을 먼저 넣고 조물조물 무친 뒤 마지막에 참기름 1큰술과 깨소금 1작은술을 넣어 한 번 더 버무려 마무리한다.
버무리는 순서도 중요하다. 처음부터 두부와 쑥갓을 한꺼번에 넣고 버무리면 양념이 골고루 배지 않는다. 쑥갓을 먼저 양념장 일부와 버무리고, 두부도 나머지 양념장과 따로 버무린 뒤, 마지막에 둘을 합쳐 살살 섞어주는 것이 비법이다. 이렇게 하면 쑥갓 한 올 한 올, 으깬 두부 한 덩이 한 덩이에 양념이 고르게 스며든다.
쑥갓. AI 툴로 만든 사진.
된장이 짠 편이라면 두부 양을 조금 늘려 간을 맞추면 된다. 참기름 향이 올라오는 순간 반찬 하나가 완성됐다는 것을 코가 먼저 안다.
쑥갓은 영양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채소다.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아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된다. 비타민A는 눈 건강과 피부 재생에 관여한다. 칼슘과 철분도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나 빈혈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쑥갓 특유의 향 성분은 소화를 돕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두부는 식물성 단백질의 대표 식품이다. 100g당 단백질이 약 8g 들어 있고 칼로리는 낮다. 이소플라본 성분은 항산화 작용을 하며 칼슘과 마그네슘도 들어 있어 뼈 건강에도 기여한다. 쑥갓과 두부가 만나면 단백질과 미네랄, 항산화 성분을 한 접시에서 고루 챙길 수 있다.
무친 당일 바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금방 만들어서 먹어야 쑥갓의 향과 으깬 두부의 부드러움이 살아있다. 냉장 보관하면 두부에서 수분이 계속 나와 이튿날에는 양념이 묽어진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면 손질한 재료를 따로 보관하다가 먹기 직전에 양념장과 버무리는 것이 낫다.
쑥갓두부무침은 밥반찬으로도 가벼운 술안주로도 두루 쓸 수 있다. 만드는 데 10~15분이면 충분하고 재료비도 많이 들지 않는다. 쑥갓 향이 낯설었던 사람도 된장이나 참기름 양념이 감싸주면 훨씬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된장의 구수함이 당기는 날은 된장 버전으로, 쑥갓 향을 온전히 즐기고 싶은 날은 참치액 버전으로 골라 만들면 된다. 장 볼 때 쑥갓 한 단과 두부 한 모를 집어 드는 것으로 이미 절반은 해결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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