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적힌 이름을 보면서 뛰었습니다. 잠깐이지만 그분의 시간을 따라 달리는 기분이었습니다.”
1일 수원특례시 경기아트센터 앞 결승 지점에 도착한 ‘3·1절 평화런’ 참가자가 숨을 고르며 남긴 말이다. 러닝 조끼 등판에는 독립운동가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누군가는 김좌진을 달고, 누군가는 이범윤을 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안정근을 달렸다.
이날 열린 3·1 평화런은 수원현충탑에서 경기아트센터 광장까지 약 3.1㎞ 구간에서 진행됐다. 독립유공자 후손과 도민 메신저가 함께 달리며 독립 정신을 미래로 잇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러닝이 끝난 뒤 참가자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대극장 로비로 이어졌다. 로비 한편에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 영인본이 전시됐다.
‘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는 뜻의 이 글은 안 의사가 여순감옥 수감 중 일본 관료에게 건넨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도는 지난해 8월 해당 관료의 후손과 협상을 거쳐 이를 반환받았으며, 오는 9월 임진각 평화누리 내에 문을 여는 ‘안중근평화센터’에 전시할 계획이다.
오전 11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이 시작됐다. 경기도는 ‘오롯이 독립, 반드시 평화, 비로소 번영!’을 주제로 기념식을 열었다.
객석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가득 찼다. 무대는 경기 시나위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애국가 제창으로 막이 올랐다. 이어 가평 출신 신숙 지사와 화성 출신 김연방 지사의 삶을 조명하는 영상이 상영됐다. 두 지사의 고향에서 평화런이 출발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신숙 지사는 독립선언서의 교정과 인쇄, 전파에 헌신했고 김연방 지사는 화성 독립만세운동 과정에서 일본 헌병의 총탄에 순국한 인물로 소개됐다.
기념사에 나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내란을 옹호하거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 3·1운동의 정신을 모욕하는 일체의 행위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남아 있는 내란 추종 세력을 발본색원하고 정의와 상식을 바로 세우는 일에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독립의 역사 계승과 관련해서는 “수형 기록과 판결문을 정밀 분석해 모두 1천94명의 항일 독립운동가를 새롭게 찾아냈고 공적이 명확히 확인된 648분은 즉시 국가보훈부에 포상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단 한 분의 독립운동가도 후손이 없다는 이유로, 기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역사의 뒤안길에 남겨두지 않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또 “‘장탄일성 선조일본’을 국내로 들여와 처음 공개했다”며 “오는 9월 문을 여는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안중근평화센터’에 전시하겠다”고 밝혔다.
평화와 성장에 대해서는 “평화는 민생이자 성장과 도약의 토대”라며 “평화가 곧 경제이며 번영이라는 사실을 경기도가 앞장서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민주공화국을 세운 주인공이 국민이었듯 오늘의 경기도를 만든 힘은 1,420만 도민 여러분”이라며 “1,420만 도민이 행복한 오늘, 더 큰 희망의 내일을 반드시 열겠다”고 기념사를 맺었다.
하이라이트는 대한독립선언서 낭독이었다. 독립유공자 후손과 평화런 참가자들이 한 문장씩 이어 읽을 때마다 무대 위 조명이 한 사람에게로 옮겨갔다. 문장이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짧은 숨소리가 흘렀고, 마지막 구절이 울리자 박수가 길게 이어졌다.
마지막 순서에서 사회자의 선창에 맞춰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객석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쳤다. “대한독립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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