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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늘 새로운 음식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군 음식은 케이크도, 디저트도 아니었다. 채소였다. 마트 채소 코너 한켠에 쌓여 있던 ‘봄동’이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종종 해주던 비빔밥 재료가 갑자기 유행 음식이 됐다는 사실이 신기해 직접 만들어 먹어보기로 했다.
봄동은 요즘 가장 화제인 제철 식재료다. 2008년 방송된 KBS 예능 ‘1박2일’에서 강호동이 봄동 겉절이 비빔밥을 먹던 장면이 최근 숏폼으로 재편집돼 온라인에서 퍼졌고, 이를 따라 만드는 인증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두바이 초콜릿 쿠키(두쫀쿠) 이후 등장한 ‘다음 유행 음식’으로까지 불린다. 외식이나 웨이팅 대신 집에서 직접 만드는 음식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직접 구매한 봄동은 대형마트에서 한 봉지 3490원. 100g당 약 873원꼴이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속부분만 비빔밥에 쓰고, 질긴 겉잎은 따로 보관해 국이나 무침용으로 남겨둘 정도였다. 대부분 양념은 집에 있던 재료를 그대로 사용했다. 말 그대로 ‘냉장고 털이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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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질은 약간 공을 들여야 한다. 밑동을 도려내 잎을 하나씩 떼고, 물에 5분 정도 담가 흙을 불린 뒤 앞뒤를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한다. 대신 이후 과정은 단순하다. 고춧가루 2큰술, 간장과 액젓 각 1큰술, 알룰로스 1큰술, 식초 반 큰술, 다진 마늘 반 큰술, 참기름과 통깨를 섞어 양념을 만들고 손질한 봄동 약 150g과 즉석밥을 넣어 비비면 끝이다. 계란후라이 하나를 올리면 완성이다. 씻는 시간까지 포함해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첫 입에서 느껴지는 건 생각보다 또렷한 향이다. 봄내음이 섞인 아삭한 식감에 참기름과 간장의 고소함이 더해진다. 자극적이지 않은데도 계속 먹히는 맛이다. 어린 시절 먹던 기억이 그대로 떠올랐다. 익숙하지만 오히려 요즘 음식처럼 느껴졌다. 레트로가 아니라 새로움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3000원대 재료로 한 끼 식사가 충분히 나온다. 김가루를 추가하니 감칠맛이 살아났고 통깨를 넉넉히 넣자 풍미도 더해졌다. 왜 사람들이 따라 만들기 시작했는지 이해가 갔다. 비싸고 기다려야 하는 음식과 달리 바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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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비빔밥 유행은 단순한 레시피 확산과 조금 다르다. 봄동은 김장배추처럼 저장식품 재료가 아니라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채소다. 2~3월을 지나면 잎이 질겨지고 꽃대가 올라와 사실상 식용으로는 끝난다. 지금 아니면 먹기 어렵다는 점이 소비를 자극한다. 실제로 지난달 이마트(139480) 등 대형마트에서는 봄동 판매량이 전년대비 10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세대 반응이다. 기성세대에게 봄동은 익숙한 집밥이지만, 2030세대에겐 낯선 음식이다. 이 ‘낯선 익숙함’이 인기 요인으로 보인다. 레트로 감성과 건강식 이미지, 간단한 조리 방식이 결합되며 헬시플레저(건강과 즐거움 추구) 소비와 맞아떨어진 셈이다.
디저트 유행이 끝나자 채소가 유행했다. 고물가에 사 먹는 음식에서 직접 만드는 음식으로 관심이 이동하는 흐름도 읽힌다. 몇 주 뒤면 봄동 시즌은 끝난다. 그래서인지 더 자주 찾게 된다. 두쫀쿠가 인증을 위한 음식이었다면, 봄동비빔밥은 일상으로 들어온 유행에 가깝다. 다음 계절에도 다시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올봄만큼은 봄동이 가장 뜨거운 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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