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레벨4 내재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자율주행자동차법을 일부 개정하고 2027년 레벨4 상용화 로드맵과 대규모 실증·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제시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2030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을 확정하고 내년 인공지능(AI) 기반 레벨4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추진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부터 도시 단위 자율주행 대규모 실증을 본격화한다. 실주행 데이터를 표준화·통합하는 자율주행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실증·데이터 수집·학습 순으로 이어지는 AI 개발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 레벨4 상용화 로드맵 가동…실증·데이터 체계 구축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데이터 확보다. 대규모 실증과 데이터 통합이 병행되지 않으면 레벨4 고도화는 구조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정부도 올해부터 광주에 자율주행차 200대를 투입하는 등 자율주행 강국 도약을 위해 도시 단위 실증과 데이터 기반 개발 체계 구축을 전면에 내세웠다.
관련 자율주행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정부는 필요한 안전 기준은 유지하면서도 산업 활성화에 불필요한 규제는 걷어내는 ‘선허용 후 규제’ 원칙을 내세웠다. 자율주행 관제·대여·중개 등 신산업 영역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서비스 사업 모델을 명확히 하고 실증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이번 제도 변화가 자율주행 실증 환경을 개선할 중대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기존 기업들은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제한된 조건에서 운행하거나 규제 샌드박스·시범운행지구 등 일부 구역 중심으로만 실증을 이어가야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강남 도산대로, 압구정로 등 특정 구간에서 제한적으로 운영해 온 '로보라이드' 자율주행 서비스도 제도권 안에서 운행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증이 늘어나면 데이터 축적 속도가 빨라지고 학습 효율도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다.
◆ 모셔널·포티투닷 전면 배치…현대차그룹, 레벨4 '승부수'
아울러 정부가 추진하는 로드맵이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전략과 맞물린다. 데이터 수집–학습–검증 등이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면 자율주행 내재화와 상용화 속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레벨4 로보택시와 일반 양산 자율주행차를 동시에 겨냥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각 영역의 요구 성능과 검증 방식이 다른 만큼 적용 기술도 서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크게 모듈러와 엔드투엔드(E2E) 방식으로 구분된다. 모듈러는 인지·예측·판단·제어를 단계별로 분리해 검증 가능성을 확보하는 구조로 로보택시 등 자율주행 레벨4 영역에서 주로 활용된다.
반면 E2E는 카메라와 센서로 인식한 정보부터 차량 제어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AI 모델이 통합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다양한 도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는 범용성이 강점이지만 판단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로보택시 부문에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을 중심으로 레벨4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올해 말 라스베이거스 완전 무인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상업 운행 경험과 데이터를 동시에 축적한다는 전략이다. 이 서비스는 라스베이거스를 시작으로 피츠버그, 보스턴 등 지역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양산 차량용 자율주행 기술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핵심 계열사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E2E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티투닷은 내년을 목표로 E2E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차량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을 통해 차량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이를 AI 학습에 다시 적용하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전북 새만금에 조성하는 혁신성장 거점을 통해 자율주행·로봇 기술 고도화를 위한 인프라도 강화한다. 5조8000억원을 투입해 구축하는 AI 데이터센터는 단계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 규모의 연산 능력을 갖춰 SDV 개발, 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저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제조·물류·판매 전 과정의 현장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해 자율주행 알고리즘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 상용화 관건은 규제·보험·책임체계
다만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이 단기간 내 판매 실적을 좌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레벨3 이상 기능은 특정 조건에서만 허용되고 있으며 E2E 기반 기술 역시 대부분 레벨2+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술 고도화와 함께 책임 구조, 보험 체계, 규제 적합성이 동시에 정교해져야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실증 확대, 데이터 활용 개선과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현대차그룹의 레벨4 전략은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며 "향후 2~3년이 기술 내재화 성과와 글로벌 경쟁력을 가늠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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