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EV)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넘어 로봇·항공·우주 등 신사업을 겨냥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발·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며 미래 잠재 시장에 맞는 다양한 제품 솔루션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1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핵심 목표로 ‘고객이 원하는 가치 실현’을 제시했다.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전기차 중심에서 ESS, 로봇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시기에 전사적 역량을 모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인터배터리 2022’에서 회사의 기술 개발 방향을 드러내는 ‘Energy Everywhere’ 테마를 선보인 바 있다. 배터리 기술이 모든 생활 공간에 확산되는 미래 에너지 생태계를 뜻하는 테마다. 고안전성, 고에너지밀도, 초경량 등 핵심 성능을 갖춘 배터리 솔루션을 산업별로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로봇, 모빌리티, 해저 장비, 우주 위성과 탐사체 등 에너지가 필요한 전 분야에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접목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기가 다양해진 만큼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도 안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는 로봇 산업이다. 김동명 사장은 지난 1월 29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로봇 시장에서 6개 이상 고객에게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2월 11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총회에 참석해 “대부분이 아는 로봇 업체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테슬라 옵티머스에 모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고객사와 관련된 구체적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일본의 파나소닉 등으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아틀라스와 옵티머스의 선택지 역시 많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와 공정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며 미래 산업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 효율을 개선하는 건식 전극 공정, 저렴한 가격이 무기인 소듐(나트륨)이온전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등이 대표적이다.
건식 전극 공정은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 공정에서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건식 제조 방식을 의미한다. 현재 사용하는 습식 전극 공정은 소재를 용매에 혼합해 액상의 슬러리를 만들어 코팅한 후 건조하는 추가 과정을 거친다. 대규모 건조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량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공정 단계가 길어지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전극 제조 과정에서 용매 건조와 회수에 드는 비용은 전체 배터리 제조 비용의 약 40%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액상 유기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건식 전극 공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소듐이온 배터리는 소듐을 전극 소재로 사용하는 차세대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값비싼 리튬 대신 지구상에서 5번째로 풍부한 원소인 소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소듐이온 배터리 분야에서 CATL을 비롯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삼성SDI와 SK온은 소듐이온 배터리에 아직은 소극적인 모습이다. 반면 중국 기업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대체할 기술로 소듐이온 배터리를 낙점하고 일찌감치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다. 중국 창안자동차는 CATL의 소듐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공장에 소듐이온 배터리 파일럿 생산 라인을 구축하며 기술 검증과 사업성 평가에 나섰다. 아직 본격적인 양산 단계는 아니지만, 중국 업체가 선점한 저가형 배터리 시장에 대응할 선택지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기 실적보다 기술 패러다임 전환기에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량의 납축전지(시동용 배터리)를 대체할 1세대 소듐이온 배터리를 2027년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2세대 소듐이온 배터리는 리터당 450Wh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해 전기차용 배터리로 확장할 방침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도 한층 구체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용 흑연계 전고체 배터리와 휴머노이드용 무음극계 전고체 배터리를 각각 2029년, 2030년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바꿔 안전성을 높이고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순간적으로 높은 출력을 내며 장시간 작업이 가능하다. 최근 로봇과 도심항공교통·드론 등으로 배터리 수요처가 다변화되는 추세인 만큼 전고체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탑재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제조에 머무르지 않고 배터리 서비스와 에너지 영역까지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배터리 관리 토탈 솔루션(BMTS)이 대표적이다. 기존 배터리 관리 솔루션(BMS)과 달리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자사는 다량의 배터리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상 증상을 빠르게 잡아내 안전하고 좋은 배터리 상태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고도화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명 사장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EV를 넘어 ESS 등 다양한 산업으로 가치가 재편되는 ‘밸류 시프트(Value Shift)’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운영 효율화 등 그동안의 노력을 올해 실질적 성과로 구체화하고, 치열한 집중을 통해 기회를 성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