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피어오르는 냄비 앞에 서 있으면 잠시 한눈을 팔기 쉽다. 국수나 찌개를 올려두고 반찬을 꺼내거나 전화받는 사이, 냄비 위로 흰 거품이 순식간에 차오른다. 불을 줄여도 이미 가장자리를 넘어 가스레인지 위로 흘러내린 뒤다. 행주로 닦고 다시 불을 맞추는 과정이 반복된다.
특히 소면이나 칼국수처럼 전분이 많은 재료를 삶을 때 이런 상황이 잦다. 끓는 물에 전분과 단백질이 섞이면 얇은 막이 형성된다. 그 막이 공기를 가두면서 거품이 단단해진다. 한 번 만들어진 거품층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이때 주방에 있는 식용유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조리를 시작하기 전, 냄비 안쪽 테두리에 얇게 기름을 발라두는 것이다. 복잡한 도구도 필요 없다. 키친타월 한 장이면 충분하다.
거품이 터지는 이유
끓는 물 위에 생기는 거품은 단순히 공기가 섞여 생긴 방울과 다르다. 물은 표면장력이 높은 액체다. 분자끼리 서로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커서 표면이 쉽게 깨지지 않는다. 끓는 과정에서 기포가 올라오면 물 분자가 얇은 막을 형성해 기포를 감싼다. 여기에 면에서 빠져나온 전분, 국물 속 단백질 성분이 더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전분은 점성을 높이고, 단백질은 거품막을 더 탄탄하게 붙잡는다.
그 결과 작은 기포들이 서로 터지지 않고 연결된다. 여러 겹의 막이 포개지듯 쌓이며 두툼한 거품층을 만든다. 온도가 오를수록 내부 수증기 압력도 높아진다. 아래에서 계속 올라오는 기포가 위에 쌓인 거품을 밀어 올린다. 결국 냄비 가장자리까지 차오르며 넘침으로 이어진다.
냄비에 식용유를 둘러 차단하는 방법
거품을 약하게 만드는 핵심은 표면장력 차이다. 식용유의 표면장력은 물보다 훨씬 낮다. 기름은 물과 섞이지 않고 위로 뜨며 벽면에 얇은 막을 형성한다. 이 성질을 이용한다.
조리를 시작하기 전 키친타월에 식용유를 소량 묻힌다. 냄비 안쪽 입구에서 아래로 약 2~3cm 구간을 따라 둥글게 바른다. 소형 냄비 기준 500원 동전 크기면 충분하다. 너무 두껍게 바를 필요는 없다. 얇은 막이 형성되면 된다.
물이 끓어 거품이 위로 차오르면 테두리에 닿는다. 그 순간 거품막의 장력이 약해지며 힘없이 터진다. 물리적으로 막는 방식이 아니라 구조를 무너뜨리는 원리다. 불을 급히 줄이거나 찬물을 붓지 않아도 넘침이 줄어든다.
새 스테인리스 냄비라면 기름 세척부터
스테인리스 냄비를 새로 구입했다면 첫 세척 과정이 중요하다. 제조 과정에서 광택을 내기 위해 연마제가 사용된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표면과 테두리에 미세한 잔여물이 남을 수 있다. 일반 세제로는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키친타월에 식용유를 묻혀 냄비 안쪽과 테두리를 힘주어 문지른다. 닦다 보면 검은 가루가 묻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기름이 잔여물을 흡착하는 원리다. 이후 중성세제로 다시 세척하고 뜨거운 물로 헹군다. 마지막으로 물을 한 번 끓여 버리면 준비가 끝난다.
스테인리스는 열전도율이 높아 물이 빠르게 끓는다. 얇은 냄비일수록 반응이 빠르다. 그만큼 넘침도 순식간에 일어난다. 조리 전 테두리를 한 번 닦는 습관이 청소 시간을 줄인다. 반복되던 국물 넘침은 작은 준비에서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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