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이름이 불렸다.
2026년 신년회 자리에서 전체 강사 중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진다는 신인상을 받게 되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서프라이즈 수상’이었다. 단상에 오르기 위해 걸어 나가는 동안, 머릿속은 잠시 하얘졌다. 옷차림도 평소처럼 편안한 차림이었고, 수상 소감 한마디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지만, 그 순간 가슴 한가운데를 채운 것은 ‘당황’보다도 ‘감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쁨’이었다.
지난해 이맘때가 떠올랐다. 강사 배정을 받기 전, 2025년 송년회에 처음 참석했을 때의 기억이다. 그때의 나는 아직 정식 강사로 활동하기 전이었고, 새로운 도전을 앞둔 설렘과 약간의 긴장 속에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진행된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우연히 이겨 작은 상품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순간도 물론 즐거웠다. 그러나 그 상품은 ‘운’으로 얻은 것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운’이 아닌 ‘시간과 노력’으로 받은 상을 손에 들고 있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아이들과 마주 앉아 3D펜을 쥐여 주고, 선 하나를 그으며 입체를 세워가는 과정을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펜을 잡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아이가 점점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해가던 모습, “선생님, 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던 눈빛들. 그 모든 순간이 쌓여 오늘의 상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3D펜 수업은 단순히 도구를 다루는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평면 위에 머물던 생각을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일이고,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꾸는 일이다. 나는 아이들이 선을 세우듯, 자신감도 세워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업을 해왔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 속에서 당황하기도 했고, 더 나은 수업을 위해 자료를 다시 만들고 시연을 반복하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준비의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이번 신인상은 단순히 ‘처음 받는 상’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누군가가 나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 노력과 진심을 알아주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상장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지만 그 안에는 “당신의 한 해가 가치 있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늘 아이들에게 말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자고.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도전하고 시도하는 마음이 더 값지다고. 그런데 정작 나는 스스로의 과정을 충분히 돌아보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번 수상은 잠시 멈춰 서서 지난 1년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수업 준비로 분주했던 밤들,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고민했던 시간들. 그 모든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신인상’이라는 이름이 주는 다짐도 있다. 아직은 신인이다. 더 배우고, 더 성장해야 할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상을 받았다고 해서 완성된 강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더 창의적인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3D펜이라는 도구를 넘어 상상력과 자신감을 키워주는 수업을 만들어가고 싶다. 작년 송년회에서의 가위바위보 상품이 작은 시작의 상징이었다면, 올해 신년회에서 받은 신인상은 ‘한 걸음 내딛은 결과’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그 사이의 1년은 결코 짧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시간은 내가 강사로서 한 층 단단해지는 과정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차림으로, 준비되지 않은 멘트로 단상에 섰던 그 순간은 어쩌면 나다운 장면이었는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아직 성장 중인 강사 정혜련. 그래서 더 진심이 담겼고, 그래서 더 감사했다. 이 상은 나 혼자만의 결과가 아니다. 함께 수업을 만들어준 아이들, 응원해준 동료들, 묵묵히 지켜봐 준 사람들의 마음이 함께 담겨 있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2026년에도 초심을 잃지 않는 강사로 서고 싶다. 선 하나로 입체를 세우듯, 하루하루의 수업으로 나의 길을 세워가겠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의 시작을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조용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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