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이 오면 주꾸미가 맛있는 시기가 된다. 이맘때 주꾸미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씹는 맛이 좋아 많은 사람이 찾는다.
주꾸미볶음 / photohwan-shutterstock.com
주꾸미는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힘이 있어 나른한 봄철에 먹기 좋은 음식이다. 하지만 집에서 주꾸미 볶음을 만들면 사 먹는 맛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가장 큰 고민은 요리 도중 물이 너무 많이 나와 국물처럼 변하거나, 살이 질겨지는 것이다. 식당에서 파는 것처럼 국물 없이 바싹 볶아내고 쫄깃한 맛을 살리는 법을 소개한다.
주꾸미 요리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깨끗하게 씻는 것이다. 주꾸미 다리에 달린 수많은 빨판 사이에는 흙이나 이물질이 많이 끼어 있다. 물로만 헹구면 비린내가 남고 씹을 때 이물질이 씹힐 수 있다.
주꾸미 헹구는 모습 (AI 사진)
이때 필요한 것이 밀가루다. 넓은 그릇에 주꾸미를 담고 밀가루를 두세 숟가락 뿌린다. 그다음 손으로 강하게 주물러야 한다. 밀가루가 빨판 구멍 속까지 들어가 나쁜 것들을 흡수해 밖으로 끌어내기 때문이다. 충분히 주무른 뒤에는 굵은 소금을 한 숟가락 넣고 가볍게 한 번 더 비빈다. 소금은 주꾸미 겉면의 끈적이는 진액을 없애준다. 흐르는 물에 서너 번 헹궈내면 주꾸미가 뽀득뽀득해지는데, 이렇게 씻어야 비린내가 안 나고 양념이 겉돌지 않는다.
씻기 전에 머리를 뒤집어 내장을 떼어내고, 다리 사이에 박힌 입과 눈을 가위로 잘라내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알이 들어 있는 머리 부분은 따로 챙겨두었다가 나중에 익혀 먹으면 고소하다.
주꾸미 볶음을 만들 때 가장 자주 하는 실수가 생주꾸미를 바로 팬에 넣고 볶는 것이다. 날것 상태로 볶기 시작하면 주꾸미 몸속에 있던 물이 한꺼번에 빠져나온다. 이렇게 되면 볶음이 아니라 찌개처럼 축축해진다.
이를 막으려면 볶기 전에 끓는 물에 살짝 데쳐야 한다. 물이 팔팔 끓을 때 소금을 약간 넣고 손질한 주꾸미를 넣는다. 시간은 10초에서 20초 사이가 적당하다. 겉면이 살짝 쪼그라들고 색이 변하면 바로 건져야 한다. 너무 오래 두면 이때 이미 살이 질겨지기 시작한다. 데친 주꾸미는 곧바로 찬물에 헹궈 열기를 빼야 한다. 그래야 살이 더 탱글탱글해진다. 물기를 완전히 뺀 뒤에 볶아야 국물 없는 바싹 볶음이 된다.
주꾸미볶음 만드는 모습 (AI 사진)
양념장을 만들 때 보통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설탕, 다진 마늘을 섞는다. 여기에 맛의 깊이를 더해주는 진짜 비결이 하나 있다. 바로 '카레 가루'다. 양념장에 카레 가루를 작은 한 숟가락만 섞어보자.
카레 가루는 해산물 특유의 비릿한 향을 완벽하게 잡아준다. 또한 양념의 색을 더 선명하게 만들고 입안에 감기는 맛을 진하게 해준다. 카레 맛이 강하게 날까 봐 걱정할 수도 있지만, 매운 양념과 섞이면 카레 향은 거의 사라지고 고소하고 깊은 맛만 남는다. 카레 가루가 없다면 고운 고춧가루 비중을 높여서 텁텁한 맛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양념장은 미리 섞어서 30분 정도 두었다가 쓰면 재료들이 잘 어우러져 더 맛있는 색이 나온다.
주꾸미 볶음은 짧은 시간에 끝내야 한다. 팬을 가스레인지 위에서 충분히 달군 뒤 기름을 두른다. 먼저 대파와 마늘을 넣고 볶아 기름에 향을 입힌다. 그다음 양파나 당근처럼 딱딱한 채소를 먼저 넣고 센 불에서 볶는다.
채소가 반 정도 익었을 때 미리 데쳐둔 주꾸미와 양념장을 넣는다. 이때부터는 망설이지 말고 가장 강한 불에서 재빨리 뒤섞어야 한다. 주꾸미는 이미 한 번 데친 상태이므로 양념이 골고루 묻고 채소와 섞일 정도로만 볶으면 된다. 2분 안팎이면 충분하다. 너무 오래 볶으면 주꾸미가 고무처럼 질겨지고 채소에서도 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불을 끄기 직전에 깻잎이나 미나리를 넣으면 향긋함이 더해져 맛이 좋아진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한 바퀴 두르고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깻잎은 주꾸미와 궁합이 잘 맞는 채소이므로 넉넉히 넣어도 좋다. 아삭한 맛을 좋아한다면 콩나물을 따로 삶아서 곁들여 먹는 것을 권한다.
주꾸미볶음 / Hyung min Choi-shutterstock.com
완성된 주꾸미 볶음은 따뜻할 때 바로 먹어야 제맛이다. 밥 위에 얹어 덮밥처럼 먹어도 좋고, 김에 싸 먹어도 맛있다. 매운맛이 강하다면 마요네즈를 조금 찍어 먹어보자. 매운맛이 덜해지고 고소함이 늘어난다.
먹고 남은 양념에는 김가루와 밥을 넣고 볶아 먹는 것이 좋다. 한 번 데쳐서 볶았기 때문에 양념이 진하게 농축되어 있어 볶음밥 맛이 훨씬 훌륭하다. 만약 주꾸미가 남았다면 다음 날 먹기보다는 바로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나중에 다시 익히면 처음보다 질겨질 수 있으므로 한 번에 먹을 양만큼만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주꾸미 머리 부분에는 알과 내장이 들어 있다. 알은 고소하지만 내장은 쓴맛이 날 수 있으므로 손질할 때 깨끗이 떼어내는 것이 맛을 지키는 길이다. 또한 너무 큰 주꾸미보다는 적당한 크기의 주꾸미가 볶음 요리에 더 잘 어울린다. 너무 크면 속까지 양념이 배기 어렵고 식감이 떨어질 수 있다.
가정에서 쓰는 가스레인지는 화력이 약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팬에 재료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넣지 말아야 한다. 팬이 차가워지면 다시 열이 오르는 동안 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양이 많다면 두 번에 나누어 볶는 것이 물기 없는 볶음을 만드는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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