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와 진짜 친해질 수 없는 이유: 핏줄이라는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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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와 진짜 친해질 수 없는 이유: 핏줄이라는 환상

나만아는상담소 2026-02-28 09:51:14 신고

형제자매와 진짜 친해질 수 없는 이유: 핏줄이라는 환상, 그리고 각자의 생존기

명절이나 가족 모임 때마다 우리는 은연중에 숨 막히는 압박을 받는다. “형제끼리 우애 있게 지내야지”, “나중에 부모 죽고 나면 너희 둘뿐이다”.

하지만 솔직해져 보자. 많은 이들에게 형제자매는 가장 가깝고도 먼 타인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현실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거리감’ 사이에서 우리는 남몰래 죄책감을 키운다.

남들에게는 관대하면서도 유독 형제 앞에서는 날 선 말이 튀어나오거나, 굳이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 스스로를 탓하기도 한다.

왜 우리는 유년 시절의 모든 순간을 공유한 혈육과 이토록 데면데면해진 걸까? 그 이유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짚어보려 한다.

당신의 인성이 부족해서, 혹은 당신이 유별나서가 아니다.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심리적 독립과 자기 보호의 과정일 수 있다.


부모의 사랑이라는 한정된 자원, 제로섬 게임

형제자매는 태생적으로 같은 팀이 아니라 경쟁자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볼 때, 부모의 시간, 애정, 경제력은 유한한 자원이다. 동생이 태어나는 순간, 첫째는 자신이 온전히 누리던 자원의 절반(혹은 그 이상)을 빼앗기는 엄청난 상실감을 겪는다.

반대로 동생은 태어나자마자 이미 부모의 사랑을 먼저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기득권(첫째)과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는 같은 배를 탄 동지가 아니라, 부모라는 태양을 중심으로 제한된 궤도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밀어내기를 해야 했던 생존 경쟁자였다.

누가 더 부모 말을 잘 듣는지, 누가 더 공부를 잘하는지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환경 속에서 자라며 형성된 무의식적인 경계심은, 성인이 되어서도 미묘한 질투와 자격지심으로 남기 쉽다.


우리는 결코 ‘같은 부모’ 밑에서 자라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안 그랬어.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형제자매와 어린 시절의 상처를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뼈아프게 부딪히는 지점이다. 같은 집에서 자랐으니 같은 부모를 겪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형제자매는 각기 ‘전혀 다른 부모’를 경험한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의 부모는 서툴고 엄격했을 수 있지만, 막내가 태어났을 때의 부모는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성격도 유순해졌을 수 있다. 혹은 특정 자녀에게만 편애를 쏟았을 수도 있다.

내가 겪은 명백한 학대나 차별의 기억을 형제가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내 기억을 왜곡 취급할 때, 그들 사이의 정서적 다리는 완전히 끊어진다. 서로의 진실이 너무나 다르기에, 깊은 공감과 연대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지긋지긋한 가족 내의 고정된 역할극

부모는 자녀들에게 알게 모르게 역할을 부여한다. ‘책임감 강하고 희생해야 하는 첫째’, ‘눈치 빠르고 싹싹한 둘째’, ‘집안의 말썽꾸러기’ 등등. 형제자매는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살아남기 위해 부모가 부여한 그 배역을 연기하며 자란다.

문제는 성인이 되어서도 서로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못하고, 그 시절의 역할 프레임에 가두려 한다는 점이다. “네가 감히 언니한테 대들어?”, “오빠는 다 컸는데 왜 아직도 이기적이야?”

이런 대화 속에서 우리는 현재의 성숙한 사회인이 아니라, 과거의 억울하고 유치했던 역할극 속으로 강제 소환된다. 사회에서는 존중받는 어른이지만, 형제 앞에서는 다시 무력했던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나를 지금의 온전한 나로 봐주지 않는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기란 결코 쉽지 않다.


애틋하지 않아도 괜찮은, 건강한 거리두기

형제자매와 반드시 단짝 친구처럼 지내야 한다는 세상의 강박을 이제는 내려놓아도 좋다. 우연히 피가 섞였다는 이유만으로 성격, 가치관, 대화 스타일이 모두 맞을 확률은 기적에 가깝다.

오히려 핏줄이라는 이유로 서로의 선을 함부로 넘고 무례하게 상처를 주었던 과거를 인정하고, 이제는 ‘성인 대 성인’으로서 정중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관계를 더 건강하게 지키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

형제와 친하지 않다고 해서 당신의 인간관계나 인성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애틋하지 않아도 괜찮다.

생일이나 명절에 가벼운 안부를 묻고, 각자의 삶을 멀리서 존중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훌륭하고 성숙한 형제 관계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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