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D램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다시 경신하면서 반도체 업계에는 훈풍이 불고 있지만, TV·노트북·스마트가전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가전업계에는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는 웃고 있지만 세트(완제품) 사업은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이번 램값 강세장이 과거와 다른 점은, 반도체를 자체 보유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체력 차’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메모리 탑재 비중이 높은 노트북 시장이 1차 시험대로 떠올랐다.
특히 새학기 수요가 집중되는 1분기, 램값 상승분을 얼마나 흡수하거나 전가할 수 있을지가 실적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판매량 경쟁을 넘어 ‘마진 방어력’이 승부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28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3.00달러로 전월(11.50달러) 대비 13.04% 상승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연속 상승세로, 2016년 6월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다. 낸드플래시 역시 14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 배경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DR5 등 고부가 제품 수요 확대가 자리한다. 인공지능(AI)과 엣지 컴퓨팅,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가 맞물리며 공급 타이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메모리 제조사에는 실적 개선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93조 8000억원, 영업이익 20조 1000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었다. DS부문 매출은 44조원, 영업이익은 16조 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큰 폭의 성장을 나타냈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반면 TV·가전·IT를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매출 44조 3000억원, 영업이익 1조 3000억원에 그쳤다.
반도체가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했지만, 완제품 부문의 수익성은 과거 대비 둔화된 모습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DX 부문의 마진 압박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LG전자의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LG전자는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23조 8538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 109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분기 적자는 2016년 4분기 이후 9년 만이다. 생활가전과 TV 부문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실적 체력이 엇갈린 상황에서 노트북 시장은 ‘구조적 차이’를 확인할 무대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북'과 LG전자의 '그램' 등 주요 제품군은 고사양화 추세에 따라 DDR5 등 고용량 메모리를 기본 탑재하고 있다. AI 기능 강화와 온디바이스 연산 확대 역시 메모리 탑재량 증가를 수반한다.
결국 메모리 가격 상승은 단순 원가 부담을 넘어, 제품 전략과 수익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차이는 공급 구조에서 갈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를 자체 생산하는 만큼 DS 부문 호황이 DX 부문의 수익성을 방어하는 완충 장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반면 외부 조달 의존도가 높은 업체는 가격 상승분이 보다 직접적으로 손익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램값 상승이라도 기업별 체감 온도가 다른 이유다.
한편 업계는 AI 가전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재편하고 있다.
다만 AI 고도화는 메모리 탑재 확대와 직결된다. 장기적으로는 프리미엄 전략 강화라는 기회 요인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원가 구조를 압박하는 양면성을 지닌 셈이다.
결국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단순한 업황 회복을 넘어 가전 시장의 '체력'을 가르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 호황이 완제품 사업의 방패가 될지, 아니면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지는 올 상반기 실적에서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D램 가격 상승은 서버와 AI 수요가 견인하고 있지만, 노트북과 스마트TV 등 소비자 제품에도 점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단기 계약과 재고 전략으로 일부 완충은 가능하겠지만, 강세장이 장기화될 경우 프리미엄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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