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권태로움을 벗어던진 판타지 장르가 우리 곁을 찾아온다. 이번 라인업은 유난히 화려하다. 천 년의 시간을 견딘 요물부터 피의 갈증을 품은 여인, 그리고 사회화된 야성까지. 인간의 가죽을 쓴 채 우리 곁을 서성이는 이 매혹적인 '인외(人外)의 존재'들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심장을 사냥할까. 전지현, 수지, 김민주가 그려낼 낯설고도 아름다운 세계관.
〈인간X구미호〉 전지현
독보적인 아우라의 전지현이 이번엔 구미호로 돌아온다. JTBC 새 토일드라마 〈인간X구미호〉에서 그녀가 맡은 구자홍은 무려 2천 년을 살아온 구미호이자, 그 신비로운 매력으로 대한민국 연예계를 접수한 톱배우다. 인간이란 그녀에게 그저 쉬운 장난감이었다. 타고난 스캔들 제조기답게, 능력 하나로 세상을 쥐고 흔들어온 구자홍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는 건 딱 한 사람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이 단 한 번도 통하지 않는 유일한 인간, 최석(지창욱). 이 불길하고도 불가해한 남자 앞에서 전투력과 흥미를 동시에 불태우는 전지현표 코믹 판타지는 영리하고 발칙하다. 14부작의 여정이 벌써부터 짧게 느껴질 만큼.
〈현혹〉 수지
제목부터 작심하고 시청자의 멱살을 잡아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현혹〉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1930년대 경성과 현대가 교차하는 기묘한 공기 속에 뿌리를 내린다. 수지가 연기하는 송정화는 세상과 단절된 채 깊은 비밀을 간직한 여인으로, 차갑고도 우아한 뱀파이어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현한다. 그녀의 초상화를 의뢰받은 화가 이호(김선호)의 붓끝이 진실에 다가갈수록, 서스펜스와 치명적인 멜로는 더 짙게 엉켜든다. 탐미적이고, 관능적이며, 위험하다. 올 하반기 우리가 마주할 가장 아름다운 ‘현혹’의 순간이 여기 있다.
〈뷰티 인 더 비스트〉 김민주
넷플릭스가 선보이는 청춘 판타지 〈뷰티 인 더 비스트〉는 신선한 설정으로 Z세대의 심박수를 조절한다. 김민주가 연기하는 하민수는 25학번 새내기이자, 아버지의 엄격한 교육 아래 역사상 가장 성공적으로 사회화된 늑대인간이다.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 저주를 안고 살지만, 그녀의 유일한 목표는 평범한 대학생처럼 조용히 살아남는 것. 그러나 동경하는 선배 권해준(문상민) 앞에서 요동치는 심장과 끓어오르는 야성은 그녀를 제어 불능의 위기로 몰아넣는다. 인생의 금기였던 격렬한 사랑을 처음 배워가는 늑대 소녀의 서툰 성장기. 새로운 하이틴 클래식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익숙한 설화 속 존재들이 2026년의 도심 한복판에서, 혹은 뒤틀린 시대의 초상화 속에서 새롭게 숨을 쉰다. 전지현의 노련함, 수지의 매혹, 김민주의 풋풋함이 각각 구미호, 뱀파이어, 늑대인간이라는 옷을 입었을 때 일어날 짜릿한 화학작용. 그 유니크한 호흡에 기꺼이 현혹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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