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이 맞닿는 시기, 들녘은 아직 완연한 초록으로 물들지 않았지만 가장 먼저 얼굴을 내미는 나물이 있다. 노란 꽃을 피우기 전, 연한 잎과 줄기로 식탁에 오르는 유채나물이다. 차갑던 공기를 뚫고 자라난 유채는 이른 봄의 기운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유채는 본래 기름을 짜는 작물이지만, 어린잎은 훌륭한 나물 재료가 된다. 특히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꽃대가 올라오기 전의 유채는 줄기가 연하고 섬유질이 부드럽다. 이 시기를 지나 꽃이 피기 시작하면 조직이 질겨지므로, 지금이 가장 먹기 좋을 때다. 잎은 선명한 초록빛을 띠고 줄기는 탄력이 있으면서도 쉽게 꺾이는 것이 신선한 상태다.
유튜브 '집밥 종갓집 며느리'
유채나물의 매력은 맛의 균형에 있다. 첫맛은 부드럽고,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과 쌉싸름함이 따라온다. 배추과 채소 특유의 향이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다. 그래서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어떤 양념과도 잘 어울린다. 특히 겨울 동안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은 뒤라면, 유채의 산뜻한 맛은 입안을 개운하게 정리해준다.
조리의 기본은 데치기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손질한 유채를 넣는다. 줄기 부분부터 먼저 잠기게 하고, 잎은 나중에 넣어 30초에서 1분 이내로 짧게 데친다. 너무 오래 익히면 색이 탁해지고 질감이 무른다. 데친 뒤에는 곧바로 찬물에 헹궈 열을 식히고, 물기를 꼭 짜야 한다. 이 과정이 제대로 되어야 양념이 겉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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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간장 무침이다. 물기를 제거한 유채에 국간장, 다진 마늘 소량,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이때 마늘은 과하지 않게 사용해야 유채 고유의 향이 살아난다. 된장 무침도 잘 어울린다. 된장을 체에 한 번 걸러 부드럽게 만든 뒤, 매실청이나 약간의 식초를 더하면 감칠맛이 살아난다. 고추장을 넣어 무칠 경우에는 단맛을 줄여야 텁텁하지 않다.
볶음으로 즐길 때는 들기름을 활용하면 좋다. 팬을 달군 뒤 들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살짝 볶아 향을 낸 다음, 데친 유채를 넣어 빠르게 볶는다. 국간장을 소량 넣어 간을 맞추고 마지막에 깨를 뿌린다. 센 불에서 오래 볶기보다는 중약불에서 짧게 마무리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래야 줄기의 아삭함이 살아 있다.
조리 시 주의할 점도 있다. 첫째, 줄기 끝의 질긴 부분은 과감히 제거한다. 둘째, 데친 뒤 물기를 충분히 제거하지 않으면 맛이 싱거워진다. 셋째, 양념을 한 번에 많이 넣지 말고 조금씩 더해 간을 본다. 유채는 섬세한 맛을 지녔기 때문에 과한 양념은 오히려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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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은 되도록 짧게 하는 것이 좋다. 신문지나 키친타월에 싸서 냉장 보관하되, 2~3일 안에 조리하는 것이 가장 신선하다. 이미 데친 나물은 밀폐 용기에 담아 하루 이틀 내에 먹는다. 시간이 지나면 색이 변하고 향이 약해질 수 있다.
유채나물은 화려하지 않지만 계절을 가장 먼저 전하는 음식이다. 노란 꽃이 만개하기 전, 연둣빛 잎을 식탁에 올리는 일은 봄을 앞당기는 작은 의식과도 같다. 아직 찬 바람이 남아 있는 날, 따뜻한 밥 위에 유채나물 한 젓가락을 올려보자. 씹을수록 퍼지는 산뜻함 속에서, 봄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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