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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겨울, 수도권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A씨는 고층 외벽에서 발을 헛디뎌 그대로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 공정을 맞추기 위해 휴일도 반납한 채 작업이 이어졌고 현장에는 급하게 투입된 일용직 노동자들이 섞여 있었다. 안전 발판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고 서로 호흡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다.
설·추석 등 명절 연휴를 전후해 산업현장 재해가 증가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집중 점검과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연휴 직전과 직후 사고가 급증하는 경향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2019~2021년 설 연휴 전후 산재 사망자는 연휴 5일 전 10명에서 2일 전 24명으로 크게 늘었다. 월별 기준으로도 ‘설 연휴가 포함된 달’의 산재 사망사고는 140건이었으나 ‘연휴가 지난 다음 달’에는 208건으로 48.6% 증가했다. 연휴 직후 작업이 본격 재개되는 시점에 사고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추석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7~2021년 5년간 추석 연휴 전후 10일 동안의 산재 사망자는 일평균 2.27명으로 그 외 기간 일평균 1.88명보다 20% 이상 높았다. 일자별로 보면 연휴 직전 사흘 전과 연휴 이후 이틀·엿새 뒤에 사망자가 급증하는 등 특정 시점에 사고가 몰리는 현상도 확인됐다.
최근 5년간 설·추석 연휴 기간 발생한 산업재해 사상자는 1800명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49인 사업장과 5인 미만 사업장 등 중소 규모 현장에서 사고가 집중됐고 업종별로는 건설업 비중이 가장 컸다. 특히 추락·끼임·부딪힘 등 이른바 ‘3대 사고 유형’이 전체 사망 사고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이번 기획에서는 설·추석 등 명절 연휴를 전후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산업재해 증가 양상을 데이터로 짚어보고 왜 같은 시기에 사고가 집중되는지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자 한다. 나아가 현장의 안전 공백을 줄이기 위해 어떤 제도적·관리적 보완책이 필요한지 함께 묻고자 한다.
데이터로 본 연휴 전후기간 산재 실태
최근 5년간 설·추석 명절 연휴에도 현장을 떠나지 못한 채 일하다가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가 29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부에 따르면 2020~2024년 설과 추석 명절 기간(대체휴일 제외)에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는 총 2225명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360명에서 2021년 432명, 2022년 514명으로 증가한 뒤 2023년 450명으로 줄었다가, 2024년 469명을 기록했다.
전체 재해자 가운데 사망자는 29명으로 집계됐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자가 1573명으로 전체의 71%를 차지해 소규모 사업장에 사고가 집중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설 연휴를 전후한 산업재해 사망자 분포를 분석한 결과 연휴 직전 이틀 사이에 사고가 집중되고 건설업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별로 보면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날은 설 연휴 이틀 전이다. 이 기간 동안 기타 3명, 제조업 11명, 건설업 10명 등 총 24명이 숨지며 전후 기간을 통틀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연휴 엿새 뒤에도 총 17명(기타 8명·제조업 2명·건설업 7명)이 발생해 연휴 이후에도 사고 위험이 다시 높아지는 양상이 확인됐다.
설을 앞둔 시점에서도 비교적 높은 수치가 이어졌다. 연휴 엿새 전에는 15명, 나흘 전에는 13명이 사망했고, 사흘 전과 이레 전에도 각각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반면 연휴 하루 전에는 7명으로 다소 줄었고, 연휴 이틀 뒤에는 2명으로 가장 적었다. 이후 연휴 나흘 뒤 12명, 닷새 뒤 11명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사망자가 65명으로 가장 많아 전체 사고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기타 업종은 37명, 제조업은 3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사망자가 집중된 설 연휴 이틀 전과 연휴 엿새 뒤 모두에서 건설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명절 전후 건설 현장의 위험성이 두드러졌다.
명절 연휴 전후 산업재해 사상자를 사업장 규모별로 살펴보면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피해 규모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50인 미만과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상자 수가 두드러지게 높아 안전관리 인력과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현장에 위험이 집중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안전보건 체계 구축이 미흡한 영세 사업장에 대한 상시 점검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5~49인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가 728명(사망 12명·부상 716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5인 미만 사업장이 613명(사망 9명·부상 604명)으로 집계돼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고가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했다.
그 다음으로는 100~299인 사업장이 186명(사망 2명·부상 184명), 50~99인 사업장이 152명(사망 1명·부상 151명) 순이었다. 대규모 사업장에서도 재해가 적지 않았다. 1000인 이상 사업장은 115명(사망 2명·부상 113명), 300~999인 사업장은 69명(모두 부상)으로 집계됐다.
2021년 기준 최근 3년간 설 연휴가 지난 다음 달에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를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추락 사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망자 208명 가운데 떨어짐(추락)으로 숨진 노동자는 89명으로, 전체의 42.8%에 달했다. 이어 끼임 사고가 26명(12.5%), 부딪힘 사고가 14명(6.7%)으로 집계됐다. 이들 세 가지 사고 유형을 합치면 전체 사망자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 밖에 전도, 감전, 질식 등 기타 유형으로 분류된 사망자는 79명(38%)으로 나타났다.
종합하면 명절 연휴를 전후한 산업재해는 연휴 당일보다 연휴 직전과 직후 특정 시점에 집중되고 소규모 사업장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반복됐다. 최근 5년간 명절 기간에만 2000명이 넘는 근로자가 산재 피해를 입고 29명이 목숨을 잃은 데서 보듯, 명절에도 멈추지 않고 바쁘게 운영되는 작업 환경이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
명절 산재 줄이려면...현장 위험감시 체계부터 세워야
설 연휴를 앞둔 공정 마무리 시점과 연휴 이후 작업이 재개되는 시기에 사고가 몰리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해당 시기를 중심으로 한 선제적 안전관리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본보에 “설 무렵은 해빙기로 얼었던 지반이 녹았다가 다시 얼기를 반복하면서 지반이 약해질 수 있다”며 “지하층 굴착·흙막이(가시설) 공정이나 펌프카 등 중량물 장비 작업은 지반 상태를 더 세밀하게 확인하고, 장비 위치 선정과 보강 공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문제로는 공휴일 작업이 이어지는 소규모 현장의 관리 공백이 거론됐다. 전 실장은 “대형 현장은 휴일에 작업을 멈추는 경우가 많지만 공기가 촉박한 중소규모 현장(상가·오피스텔·근린생활시설 등)은 공휴일에도 공정이 돌아가는 사례가 있다”며 “이때 안전관리자 등 관리·감독 인력이 상주하지 않는 상태에서 일용직 팀 단위로 투입·교체되면 현장 위험요인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고, 사고가 나도 초기 대응을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정부의 명절 전후 점검 강화에 대해서는 현장에 일정 수준의 긴장감을 주는 효과는 있지만 제한된 감독 인력만으로 전국에 산재한 방대한 산업현장을 촘촘히 관리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시공할 역량을 갖춘 업체가 공사를 수행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노동자가 현장에서 위험 요인을 감시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를 보다 실효성 있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제기된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매년 명절 연휴를 앞두고 산업재해 예방과 사고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본부와 지방 관서,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비상 상황 담당자를 지정하고 위험상황신고실(☎1588-3088)과 사고감시대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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