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 현장에서 전략 컨설팅사 출신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분야가 전혀 다르더라도 같은 글로벌 기업 규모라면 전략 컨설팅사 CEO 영입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다. 다수의 전략 컨설팅사 중 CEO 배출 측면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맥킨지, BCG, 베인앤컴퍼니 등 이른바 'MBB'가 꼽힌다. 국내 재계에서도 SK그룹와 아모레퍼시픽그룹 등 주요 기업 후계자들이 경영 일선에 나서기 전 MBB를 거치는 것이 이미 '필수 경영 코스'로 자리매김했을 정도다.
전통강호 맥킨지, DX선봉장 BCG, 기업실사 강자 베인…경제·경영 분야의 '인재 요람' 위상
세계 3대 전략 컨설팅사인 맥킨지(McKinsey),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 등은 사고력과 사업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기업 전략 수립, 인수합병(M&A) 등의 업무를 주력으로 한다. 이곳 출신들은 컨설팅 현장을 떠난 뒤에도 기업 CEO, 대기업 임원, 스타트업 창업, 사모펀드(PE) 및 벤처캐피털(VC)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인재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컨설팅 전문 언론 매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 고위 임원 중 MBB 출신 비중은 40%대에 육박한다.
1926년 설립된 맥킨지는 'MBB' 중 가장 오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한다. 오랜 기간 '전략 컨설팅'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주역으로 평가받으며 지금까지도 굳건한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맥킨지가 현재까지도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 압도적인 위상을 자랑하는 배경에는 독보적인 데이터 분석력과 논리 프레임워크(목적 달성을 위한 해결 방법 혹은 구조) 구축 능력 등이 자리하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를 통해 축적한 전 세계 산업 데이터는 글로벌 경제 분야의 가장 강력한 빅데이터 자산으로 복잡한 사안을 명쾌하게 구조화하는 부분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덕분에 맥킨지만의 노하우를 습득하고 경험한 맥킨지 출신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영입 1순위' 인재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포춘 500대 기업의 CEO 중 28명이 맥킨지 출신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다. 순다르 피차이 CEO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한 뒤 맥킨지에서 반도체 관련 컨설팅을 수행하다 2004년 구글에 합류했다.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 LVMH의 후계자이자 현재 크리스찬 디올을 이끄는 델핀 아르노 회장 역시 맥킨지 출신이다. 델핀 아르노 회장은 런던정치경제대학교를 졸업한 후 맥킨지에서 약 2년간 전략 컨설팅 실무를 익히며 경영자로서의 초석을 다졌다.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Citigroup) CEO 역시 맥킨지에서 약 10년간 근무하며 파트너 자리까지 오른 뒤 시티그룹으로 이직해 '월가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월가 최고 투자은행으로 꼽히는 모건스탠리의 CEO를 14년이나 역임한 제임스 고먼 전 사장도 맥킨지에서 대형 은행과 증권사들의 전략 컨설팅을 약 10년 간 담당했다. 제임스 고먼은 지난해 1월 월트 디즈디 컴퍼니의 이사회 의장에 발탁됐다. 국내 재계 후계자들 중에도 맥킨지 출신들이 여럿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장남 최인근 씨는 SK이노베이션 E&S 전략기획팀에서 재직하다 지난해 7월 맥킨지로 이직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장녀 박하민 씨 역시 맥킨지를 거쳐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합류했다.
1963년 설립된 보스턴컨설팅그룹(BCG)는 현대 비즈니스 전략의 '실전 모델'을 보급한 곳으로 유명하다.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분석할 때 필수 지표로 쓰이는 'BCG 매트릭스'의 최초 설계자이기도 하다. BGC매트릭스는 기업이 보유한 여러 가지 사업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이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분석 도구다. 특히 최근 컨설팅 업계의 최대 화두인 디지털 전환(DX) 분문에서 BCG의 역량은 '독보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과거 데이터 과학 전문 조직 'BCG 감마'와 디지털 제품 구축 조직 'BCG 플래티넘'을 통합한 신설 조직 'BCG X'가 있다. 'BCG X'는 코딩부터 알고리즘 설계까지 직접 제작한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글로벌 기업들의 니즈(Needs, 필요)를 공략하고 있다.
BCG 출신들 역시 실제 경영 현장에 두루 포진해 있다. 약 12년 간 미국 식음료 기업 펩시코를 경영한 인드라 누이 전 CEO가 대표적이다. 인드라 누이는 커리어 초기에 BCG에서 약 2년 간 전략 컨설턴트로 근무한 뒤 펩시코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2008과 2009년 2년에 걸쳐 포춘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현재는 아마존에서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 기업인 GE(제너럴 일렉트릭)의 제프리 이멜트 전 회장, LVMH 그룹 내 태그호이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프레데릭 아르노 CEO 등도 BCG 근무 이력을 지니고 있다. 프레데릭 아르노는 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의 아들이다.
국내 재계에서 BGF그룹의 장남 홍정국 BGF리테일 부회장이 BCG 출신이다. 그는 스탠퍼드 산업공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BCG에 몸담으며 경영 전략 역량을 키웠다. 김도원 두산테스나 CEO는 약 26년간 BCG에서 재직하며 대기업의 컨설팅 및 대형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 역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약 2년 간 BCG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MBB'의 막내 격인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는 1973년 맥킨지 출신들이 설립한 기업이다. 현재 사모펀드(PE)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실제로 KKR, 블랙스톤, MBK파트너스 등 전 세계 주요 사모펀드들은 기업 인수 전 해당 매물의 실제 가치를 검증하는 '상업적 실사(CDD)' 과정에서 여지없이 베인앤컴퍼니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진행한 사업 실사는 1만9000건에 달한다. 베인앤컴퍼니는 고객 충성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순추천지수(NPS)' 개념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등 파트너사와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에 공을 들이는 곳으로도 익히 유명하다.
베인앤컴퍼니 출신들 역시 글로벌 산업 현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하는 인물로는 존 도나호 나이키 CEO가 꼽힌다. 존 도나호 CEO는 베인앤컴퍼니에서 약 2년간 근무한 뒤 이베이를 거쳐 나이키에 합류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전 CEO 케네스 체노, 델 전 CEO 케빈 롤린스 등도 모두 베인앤컴퍼니 출신이다. 국내 재계에선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젊은 시절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사업개발본부장도 베인엔컴퍼니 출신이다. 최 본부장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근무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MBB'가 시장 상황과 기업 실태, 실제 전략 수립 등 경영과 관련된 축적된 노하우를 지닌 조직인 만큼 앞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들 조직 출신 인사에 대한 영입 움직임 역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검증된 인재'들을 원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MBB는 애시당초 채용 과정 자체가 매우 깐깐한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통상 이곳 출신들은 업계를 불문하고 유능한 인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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