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부터 대구 지역을 찾아 민심을 청취 중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보수의 심장에서 정면 돌파하겠다"며 6·3 재보궐선거 출마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며 이른바 '한동훈 노선'에 대한 지지를 대구에서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대표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는 가운데 한 전 대표를 이를 부정하지 않으며, 대구 방문 이후 부산 등 영남권 추가 일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선 민주당의 사법개혁 3법 저지를 위해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가운데 나 홀로 보수 지지세가 강한 대구를 찾아 선거를 준비하는 모습에 반발도 이어졌다.
당권파들은 당에서 제명돼 '무소속'이 된 한 전 대표를 대구에서 수행한 친한계 우재준 최고위원을 겨냥해 '해당 행위'에 해당한다며 징계를 압박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과 배현진 의원의 당원권 1년 정지에 이어 친한계인 우재준 최고위원까지 지목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17%까지 하락해 민심을 잡기 위한 출구 전략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대구 찾은 한동훈, 지지자와 반대파 모여 '인산인해'
한 전 대표는 25일 대구 중구 교동을 찾아 거리를 둘러본 데 이어 27일엔 대구의 '정치 1번지'로 여겨지는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25일엔 중구 교동 거리를 걸으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민심을 듣는 것에 집중했다면 27일엔 정치인들의 단골 방문지인 대구 서문시장을 김종혁 전 최고위원과 함께 찾았다.
한 전 대표는 시장 골목을 다니며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고 국수가게에 들러 국수를 먹기도 했다.
지난 11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서문시장을 찾았을 당시에는 다소 차분했던 것과 달리 한 전 대표의 방문에는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지자들은 피켓을 들고 한 전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며 힘을 내라고 응원했고, 일부는 '징계를 철회하라'고 외치는 등 한 전 대표가 지날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경찰이 질서 확보를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문시장 입구 맞은편에는 한 전 대표를 반대하는 이들이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들고 나타나 '한동훈 배신자'라고 외쳤지만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서문시장을 찾기 전에는 대구 3·1 운동의 시발점이 된 계성중학교 아담스관 지하실을 찾았다.
이 자리에는 우재준 최고위원이 동행했으며, 한 전 대표는 계성중학교 아담스관 지하의 기념물들을 살펴본 뒤 기자들과 만나 "대구의 정신은 나라가 어려울 때 정면 승부하면서 돌파해 온 정신"이라며 "계성학교에 있던 40여명의 학생과 선생님들이 3·1 운동을 했던 분들이다. 그 마음이 쌓이고 쌓여서 보수의 심장이라는 레거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출마와 관련한 질문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 판결 선고가 된 이 시점이야 말로 우리가 윤석열 노선을 제대로 극복하고 미래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대구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보수가 다 나설 것이다. 보수를 재건하고 제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설득을 드리기 위해 대구에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의 심장'서 정면 돌파…재보궐출마 배제 안 해"
한 전 대표는 서문시장 방문에 앞서 진행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보수의 심장에서 지금 상황을 정면 돌파하려는 것"이라며 재보궐 출마 여부에 대해선 "왜 굳이 배제하겠나. 상식적인 보수 세력은 지금 적극적인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출마 의지를 시사했다.
그는 2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대구로 향해 민심을 듣는 이유에 대해선 "보수의 위기가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상황이 지지부진하니까 민주당이 폭주하고 있다"며 "보수의 지지자들이 가장 많으신 대구에서 보수재건을 해야 된다는 것을 설득해야 하기에 피하지 않고 대구에 왔다"고 설명했다. 김태현의>
그는 "대구는 보수의 책임감과 자부심의 상징이지 않나. 또 저를 포함해 계엄을 막았던 분들에게 정서적으로 반감을 가지신 분들이 어쩌면 제일 많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까지 선고된 상황에서는 다음 페이지로 가야 한다. 정면으로 설득하고 미래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세가 강한 대구에서 시작해 윤석열 노선과 반대되는 '한동훈 노선'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겠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대구는 보수의 심장이고, 보수세가 가장 강하다. 계엄을 저지하고 탄핵을 찬성했던 '한동훈 노선'을 반대하는 이들이 많더라도 정면으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정부의 폭주를 막아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권파는 추락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그냥 관망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보수 재건에 함께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어게인'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이미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무기징역 선고가 나왔다. 누구 말처럼 2심, 3심까지 기다릴 건가"라며 장동혁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재보궐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출마 가능성을) 왜 굳이 배제하겠나. 상식적인 보수 세력은 지금 적극적인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며 "선거는 출마·불출마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에너지가 응축된 것이다. 거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지지율 17%, 보수는 잘못 없다…국힘이 잘못"
"尹노선 미래 없어…장동혁 지도부 '숙주' 정치 중"
국민의힘 지지율이 17%까지 떨어지며 10%대로 추락한 데 대해선 "보수는 잘못이 없다. 국민의힘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3~25일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은 45%, 국민의힘은 17%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최근 6개월 사이 민주당 지지율은 최고치, 국민의힘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다.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재건은 국민의힘 내에 있는 이들의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보수가 잘못한 건 없다. 국민의힘이 잘못한 것이고 보수재건을 위해선 정면승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권파는 명확하게 윤석열 노선을 따르고 있다. 인사와 정책을 봐도 그렇다. 그렇기에 외면 받고 있는 것"이라며 "소수의 당권파들이 사당화로 자기들 이익 챙기기 위해 비판을 무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를 겨냥해선 "장 대표는 윤석열 세력의 숙주로서 당대표에 당선됐고, 그 노선을 버리면 윤석열 노선 세력은 바로 다른 숙주를 선택해버린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개인의 이익을 위해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TK 동행의원 징계 정상 아냐, 고성국은 왜 징계없나"
전국 민심 청취 첫 장소로 대구를 택해 지난 25일부터 대구를 돌아보고 있던 중 국민의힘은 한 전 대표에게 대구를 소개한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을 비롯해 대구 서문시장 방문에 동행 의사를 밝힌 배현진, 정성국, 박정훈, 김예지 의원 등에 대해 징계를 예고했다.
한 전 대표는 "정상적이지 않은 같은 상황"이라며 "장동혁 대표 등 당권파들은 일종의 패턴이 있다. 몇몇 아주 극소수가 홍위병들처럼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손가락질하면서 '제거하자'고 하면 전광석화처럼 제명하고 날려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현진 의원을 예로 들며 "배 의원도 당 감사위를 안 거치고 재빨리 조치했다"며 "서울시당이 탈당 권유를 의결한 고성국 씨에겐 당이 왜 아직 아무 조치가 없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런 상황은 홍위병을 동원해 문화혁명을 하는 것, 완장 차고 죽창 든 앞잡이를 내세서 인민재판 하는 것과 같다"며 "더 황당한 건 홍위병들 면면을 보면 국민의힘 당적과 당직을 가진 채 무소속 한덕수 옹립을 시도하고 적극 도왔던 사람들이다. 내로남불이 여기에 있다"고 비판했다.
김석기 "백의종군하라" 비판에 韓 "尹이 보수 망칠 때 뭘 했나"
무소속 신분인 한 전 대표가 보수 지지세가 강한 대구 지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한 전 대표는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이 폭주하며 보수를 망칠 때는 무엇을 했느냐"고 반박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전 대표의 대구행을 문제 삼으며 "지난 22대 총선 참패와 대통령 탄핵에 한 전 대표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내가 한동훈이라면 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라 조용히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를 향해 '백의종군'이란 말로 출마를 자제하고 책임을 지라는 간접적은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나경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위험한 만행이 국민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오히려 우리 당내가 더 시끄럽게 비친다"며 "일부는 나 홀로 세 과시와 얄팍한 자기 정치에만 매몰돼 있다"고 한 전 대표를 겨냥했다.
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내부에서 '책임 공방'이 벌어지며 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 번 내홍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한 전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것을 보고도 탄핵이 잘못이고 제 책임이라며 사실상 계엄을 옹호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분들은 제가 제명당할 때는 한마디도 안 하고 동조하다 이제 와서 당권파를 돕기 위해 희생하고 백의종군하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가지만 묻겠다. 윤 전 대통령이 민심에 반해 폭주하고 계엄까지 하면서 보수를 망칠 때 뭘 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도대체 어떤 희생을 했나. 그리고 앞으로 어떤 희생을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당권파를 질책했다.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14.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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