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3법’ 입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박영재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법개혁 입법을 둘러싼 정치권과 사법부 갈등 국면 속에서 행정수장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사법부 대응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박 처장은 이날 오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법원행정처장직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박 처장은 지난달 13일 천대엽 전 처장 후임으로 임명된 뒤 약 한 달 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박 처장은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히며 “최근 여러 상황과 법원 안팎 논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처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사법부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부가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물러나게 돼 송구스럽다”며 사법제도 개편 논의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취임 이후 사법개혁 3법 대응과 법원 조직 운영 현안을 총괄해 왔다. 특히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제도 도입, 대법관 증원 등을 골자로 한 입법 논의가 국회에서 속도를 내면서 사법부 내부 의견 조율 역할을 맡아왔다.
박 처장은 지난해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상고심 주심을 맡기도 했다. 법원행정처장이 사법부 대외 창구이자 정책 조정 기능을 수행하는 점에서 이번 사의 표명은 사법개혁 입법과 관련된 사법부 내부 긴장도가 높아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법개혁 입법 추진 과정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질의와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며 행정처장 수행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원 내부에서는 사법행정 책임자가 입법 논쟁의 중심에 놓인 상황이 이어지면서 조직 운영과 대외 대응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처장은 최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사법개혁 3법이 사법제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직접 언급하며 사법부 의견 반영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5일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박 처장은 사법개혁 3법과 관련해 “헌법질서와 국민 권리 구제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입법 논의 과정에서 사법부의 경험과 전문성이 충분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도 개편 논의가 재판 독립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처장은 1996년 판사로 임관한 뒤 법원행정처 심의관과 기획총괄심의관, 기획조정실장, 차장 등을 거친 사법행정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8월 대법관에 임명된 뒤 곧바로 행정처장을 맡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의를 수용할 경우 박 처장은 대법관 재판 업무로 복귀하게 되며, 후임 행정처장은 다른 대법관 중에서 임명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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