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으로 쏠린 벤처 투자 자금의 흐름을 지역으로 돌리고, 동남권 혁신 스타트업들의 만성적인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 금융과 정책 기관이 손을 잡았다. 초기 투자 이후 후속 자금을 구하지 못해 무너지는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기기 위한 금융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BNK금융그룹(회장 빈대인) 산하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27일 부산은행 본점에서 한국벤처투자, 기술보증기금과 ‘동남권 혁신기업 성장 기반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현장에는 중소벤처기업부 한성숙 장관과 빈대인 BNK금융 회장 등 각 기관의 수장들이 집결해 지역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투자-보증-대출'로 이어지는 금융 복합 지원 체계다. 그동안 지역 유망 스타트업들은 어렵사리 초기 투자를 유치하고도, 사업 확장 단계에서 필요한 운영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성장이 정체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시중 은행의 문턱은 높았고, 추가 투자는 수도권 기업들에 밀리기 일쑤였다.
BNK금융과 정책 기관들은 해당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업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한국벤처투자가 모태펀드를 통해 투자의 물꼬를 트면, 기술보증기금이 기술력을 담보로 보증을 서고, 부산·경남은행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자금의 공급처가 이원화되어 발생하는 관리 리소스를 대폭 줄이고, 기업이 오로지 기술 개발과 시장 확장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행보는 정부가 강조해온 ‘생산적 금융’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단순히 담보 위주의 대출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높은 혁신 기업에 자금을 우선 배분해 지역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참여 기관들은 금융 지원 외에도 공동 투자설명회(IR) 개최, 매출채권 조기 회수 프로그램 운영 등 실무적인 지원책도 병행한다. 특히 동남권 지역 중심의 벤처펀드 조성 및 운용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외국인 투자 유치 지원까지 포함된 이번 전략은 지역 내 자본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다시 유망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BNK금융의 이번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장에서의 실행력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지역 금융기관 특유의 보수적인 심사 관행이 혁신 기업의 빠른 성장 속도를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기술력이 우수한 적자 스타트업에 대해 기존의 재무제표 중심 심사 잣대를 얼마나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또한, 수도권에 집중된 벤처캐피탈(VC)들이 동남권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매력적인 투자처를 지속해서 발굴하는 역량도 요구된다. 금융 지원이 마중물 역할을 하되, 기업 스스로가 시장에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멘토링 기능도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BNK금융그룹 관계자는 “지역 혁신기업이 지속해서 성장하려면 투자와 금융이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며 “동남권 산업의 뿌리를 튼튼히 하고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금융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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