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On)의 부산 공장 전경.
2026년 2월 25일, 전 세계에서 모인 수십 명의 기자단이 부산 인근의 한 공단 외곽에 내렸다. "공장의 정확한 위치는 보안입니다." 관계가자 말했다. 겉으로는 수도권 인근 공단의 중형 공장과 크게 다를 다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모두 잠시 얼어붙었다. 수십 대의 산업용 로봇이 조용하고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태어나서 본 것 중 가장 비슷한 광경은 포르쉐의 공장과 로보트 팔을 생산하는 공장에서였다. 실밥도, 재봉틀도, 재봉사도, 재봉틀이 돌아가는 소리도 없다. 공장이지만 소리를 지를 필요도 없다. 솔직히 에스콰이어 코리아의 사무실보다 조용하다.(우린 꽤 시끄러운 편이다.)
부산은 온의 라이트스프레이 기술 기반 신발을 처음 대량생산하는 거점이다.
보통의 신발을 만드는 데는 200개의 공정이 필요하다. 밑창 하나만 해도 얼마나 많은 재료들이 붙여져야 하는지를 상상해보라. 그렇게 하나의 신발이 만들어지는 시간은 대략 1시간 내외다. 온의 부산 공장에서는 전혀 다르다. 발 처럼 생긴 모형 플라스틱 '라스트'(목형)에 중창과 밑창이 붙은 파트를 붙여 로봇 팔에 들려 보내면 로봇 팔이 고온의 필라멘트가 분사되는 사출구를 정교하게 선회하며 신발의 갑피(발등을 감싸는 부분)를 완성한다. 스파이더 맨이 장신의 발에 꼭 맞는 갑피를 만들어 주는 것을 상상하면 정확할 것이다.
전면에 있는 남성이 들고 있는 것이 '라스트'로 불리는 목형이다.
이곳이 스위스 프리미엄 스포츠 브랜드 온(On)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설한 라이트스프레이(LightSpray™) 공장이다. 취리히에 네 대의 로봇으로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디딘 지 불과 7개월 만에, 온은 한국 부산에서 생산 능력을 30배 확장한 공장을 가동시켰다. 총 32대의 완전 자동화 로봇이 움직이는 이 공장이 완벽하게 가동하면 하루에 1000개의 라이트스프레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로봇들이 라스트를 들고 마치 춤을 추듯 선회하면 수분 만에 갑피가 완성된다.
그 과정을 실제로 보는 것은 거의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다. 한쪽에서는 열심히 로봇 팔들이 라이트스프레이를 분사해 갑피를 만들고, 다른 한 쪽에서는 열심히 갑피에 로고와 텍스트를 프린팅 한다. 또 그 사이를 한 대의 레일 로봇이 열심히 움직이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신발을 나른다. 이는 슈레이스가 없는 일체형 갑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완성된 라이트스프레이 클라우드몬스터 3 하이퍼. 애초에 발에 거슬릴 게 하나도 없어 상처가 날 일이 없다.
전통적인 신발 갑피 제조를 생각해보면 복잡하기 짝이 없다. 직물을 제조하고, 자르고, 꿰매고, 각 파트를 실로 또는 접착제로 조립해야 한다. 공장 안은 미세 먼지로 가득차고,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그 안에서 일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폐기물, 물류 비용과 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라이트스프레이는 이 모든 것을 단 하나의 공정으로 압축한다. 미리 제조된 신발 창에 갑피를 분사하고 로고를 프린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분이다. 인간이 하는 일은 단 두 가지. 제일 처음 신발 창을 라스트에 확실히 붙여 주고, 가장 마지막에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것 뿐이다.
왼쪽이 올리비에, 오른쪽이 캐스퍼다. 둘 다 키가 엄청 크고 유머러스하다.
그런데 너무 궁금한 걸 참을 수가 없다. 스위스의 첨단 신발 업체가 왜 한국, 그것도 부산을 찾았을까? 기자회견이 열린 송정 바닷가의 아름다운 카페에서 내 마음속에 계속 들었던 생각이다. 온의 캐스퍼 코페티(Caspar Coppetti)는 "로봇 팔은 업계의 스탠다드 툴과도 같다. 어디에서도 살 수 있고 어떤 영역에든 사용할 수 있다"라며 "가장 중요한 건 그 팔이 정교하게 작동하도록 가르치는 기술력이 있느냐다. 로봇 자동화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을 생각했고, 여러 도시 중 물류의 측면과 신발 산업의 기술력 등을 고려했을 때 부산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로봇공학 및 자동화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고 있는 한국의 기술력, 그리고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온의 파트너십과 사업 기반이 두 번째 라이트스프레이 시설의 전략적 선택지로 한국을 이끌었다는 대답이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업 자동화 수준이 세계 최고 급이며, 특히 로봇 밀도(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수)에서 세계 1, 2위를 다툰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우리 나라에서는 커피도 로봇이 만들고, 김밥도 로봇이 싼다. 그냥 편하게 살았지만 한국인은 이미 로봇에게 점령 당해 살고 있다.
가운데에 있는 로봇이 선로 위를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스프레이 섹션에서 갑피가 완성된 신반을 받아 프린트 섹션으로 넘겨 준다.
한국 최대의 항구 도시 부산의 위치 선정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온의 가장 큰 마켓인 미주와 중국 그리고 일본 모두에게서 가깝고, 원료를 공급받기에도 적합한 환경에, 항구에서 가까운 곳에 공장이 위치해야 한다면 부산 인근의 공단만한 곳이 없다는 평가다. 온이 추진하는 '니어쇼어(nearshore)' 전략, 즉 소비 시장 근처에서 생산하는 방식의 핵심 기지로서 부산은 최적이다.
온 최고혁신책임자 스콧 맥과이어(Scott Maguire)는 “라이트스프레이(LightSpray™)의 강점은 취리히와 부산 등 어느 지역에서든 각 로봇을 정밀하게 프로그래밍해, 각 신발의 고유한 디자인과 착화감을 완성하는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 혁신은 온과 스위스 엔지니어링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전 세계를 위해 설계됐다. 한국은 글로벌 확장을 위한 학습과 실행을 동시에 진행하기에 적합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부산 공장 개소와 함께 공개된 신발이 바로 '라이트스프레이 클라우드몬스터 3 하이퍼(LightSpray Cloudmonster 3 Hyper)'다. 안창에는 'Made in Korea'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신발은 부산 공장에서 스프레이된 최초의 신발로, 엘리트 경주용 제품을 넘어 일반 러너들까지 신을 수 있는 '슈퍼 트레이너'다. 러너라면 슈퍼 트레이너가 최근 대세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카본 플레이트를 신고 매일 뛰다가는 몸이 혹사 당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어보면 마시 발에 착 붙는 양말처럼 가볍다. 가장 환상적인 점은 발등과 발가락에 걸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장거리를 달리며 수 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발가락에 닿는 실밥 하나 때문에 피가 나기도 하고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는 신발 끈 때문에 발톱이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애초에 봉재선이 하나도 없은 '심리스'로 디자인 된 이 신발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가장 믿음이 가는 것은 달리기 선배님의 착용기다. 온의 공동 창업자이자 브랜드 대사이기도 한 올리비에 베른하르트(Olivier Bernhard)는 전직 스위스 철인3종 챔피언으로, 온 창업의 원동력이 된 인물이다. 그는 "시제품으로만 1,000킬로미터 이상을 달렸봤다"라며 "뭔가를 신뢰하려면 먼저 직접 테스트해봐야 합니다"라고 그는 밝혔다.
온(On)은 움직임을 통해 모든 이들의 열정과 잠재력을 깨우겠다는 비전 아래 2010년 스위스 알프스에서 탄생한 브랜드로, 오늘날까지도 그 사명은 변함없이 온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창립 16년이 지난 현재, 브랜드는 프리미엄 풋웨어, 어패럴, 액세서리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하며 퍼포먼스 러닝, 아웃도어, 트레이닝, 라이프스타일, 테니스 라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구멍이 뚫린 밑창 구조인 클라우드테크(CloudTec®)에 이어 밑창에 TPEU(Thermoplastic Polyester Urethane, 열가소성 폴리에스터 우레탄)을 분사해 갑피를 완성하는 라이트스프레이(LightSpray™) 기술을 대량 생산으로까지 완성시키며 스포츠 브랜드 중 가장 첨단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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