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가상자산 업계에서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대주주 지분 규제보다 실무적인 내부통제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빗썸의 오지급 사고를 빌미로 내놓은 지분 제한 카드가 시장의 근본적인 리스크를 해결할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KBIPA)는 26일 서울 강남구 AMC타워에서 ‘제1차 Web 3.0 리더스 포럼’을 개최하고 디지털자산 시장의 리스크 거버넌스 방향을 논의했다고 27일 밝혔다. 협회는 빗썸 사태 이후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대주주 지분 규제(15~20%)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모색하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
이동기 KBIPA GRC 센터장은 기조 발제에서 빗썸 사태를 “디지털자산 시장이 성장하며 겪는 불가피한 진통”으로 규정했다. 전통 금융권 역시 수많은 사고를 거치며 시스템을 보완해 신뢰를 쌓아온 만큼 지금은 규제에 매몰되기보다 리스크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는 골든타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영진이 단기 이익보다 지속가능한 신뢰 자본 구축에 역량을 쏟아야 향후 스테이블코인 확산 등 전통 금융과의 협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디지털에셋(KODA)은 제도화의 본질을 ‘신뢰의 시스템화’로 정의했다. 조진석 KODA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의 투명성만으로 시장 전체의 신뢰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며 내부통제와 보안체계, 감사 대응을 아우르는 종합 관리 프레임워크 구축을 주문했다. 회계법인 컨설팅 등을 통해 업계 스스로 불신을 걷어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빗썸 사고 역시 기술적 오류보다 관리적 경험 부족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강제적 지분 규제가 사고의 본질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 입을 모았다. 차상진 법률사무소 비컴 변호사는 “전통 금융권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분 규제를 단행하는 사례는 없다”며 규제 만능주의를 경계했다.
빗썸이 사고 후 신속하게 수습에 나선 만큼 업계의 자정 노력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동환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역시 규제 방향을 지배구조가 아닌 실무적 시스템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 컴플라이언스 수준은 지분 규정과 무관하게 달성 가능하며 업계 표준 체크리스트를 개발해 실무적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KBIPA는 2026년을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의 한 축으로 안착하는 원년으로 삼고 신뢰의 표준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김종원 KBIPA 이사장은 "업계가 규제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정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협회는 현장 목소리를 담은 정책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며 입법과 제도 개선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방침이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