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은행의 ‘과거 회복기에 비추어 본 현 소비국면 판단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소비가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위기 후 급반등’, 올해 이후로는 ‘점진적 개선’ 형태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최근 민간소비 회복 흐름에 대해 과거 사례와의 비교·분석을 통한 지속 가능성에 대해 평가했다.
먼저 보고서는 지난 2000년대 이후 다섯 차례 발생한 민간소비 회복기를 ‘위기 후 급반등’ 유형과 ‘점진적 개선’ 두 가지 유형으로 분리했다.
위기 후 급반등에는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팬데믹 이후 등이 꼽혔다.
해당 시기는 외생적 경제 충격에 크게 위축된 수요가 소비진작책 등과 함께 회복의 진폭이 크고 속도가 빠르게 나타났다. 다만 지속 기간은 평균 7개분기에 머물렀다.
점진적 개선 시기로는 2004년 4분기~2008년 1분기, 2017년 1분기~2019년 1분기 소비 회복기가 제시됐다. 이는 상당 기간 동안의 소비 부진이 금리인하 효과 누적, 반도체 수출 증가, 자산시장 호조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 등 정부의 경기대응 여력 확대가 나타난 시기이다.
이에 회복 속도는 앞선 유형보다 비교적 완만했으나 지속기간은 평균 12개분기 동안 이어졌다.
보고서는 최근의 민간소비 회복 흐름이 이러한 과거 두 가지 유형 특성 모두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팀은 “민간소비 여건이 과거 회복기와 유사성만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고 차이점도 적지 않다”며 “경제가 과거보다 구조적 취약성에 더 크게 노출되어 있어 거시여건 개선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파급효과가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비경로, 자산가격 경로, 기대경로 등 모든 소비 파급경로의 효과가 과거보다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경로 측면에서는 최근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가 가계 소득 및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중심 성장이 대기업 및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보고서는 “IT부문(반도체 등)은 자본집약도와 생산 과정 수입의존도가 높아 전후방 연관 효과가 작다”며 “생산·고용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비 IT부문은 중국 경쟁 심화 등으로 구조적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우리 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산업별 K자형 양극화 현상이 소비 증가를 억누르는 셈이다.
자산가격 경로 측면에서도 부동산은 부채 확대 동반 특성이 강해 가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높여 실질적인 부의 효과를 제약했다.
최근 강세인 주식 자산 역시 최근 증시가 반도체 기업 실적 기대 조정에 따른 매우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현재의 평가이익이 가처분소득의 영구적 증가 인식이 어렵게 만든다는 점과 주가 상승이 고소득층에 집중된 점이 꼽혔다.
또한 빠른 자산가격 상승이 소비보다는 투자를 우선시하게 만든다는 점도 소비 증가 제약 요건으로 언급됐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전날(26일) 경제전망 기자설명회에서 “주식 가격이 오르면 소비로 연결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주장하고 싶은 포인트는 효과가 과거보다 적었다는 점과 효과가 시차를 두고 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인구 구조 변화 등 구조적 제약 요인이 중장기 성장에 대한 가계의 인식을 보수적으로 만드는 점이 과거 사례들과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단기 호조와 중장기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가계는 최근의 경기 개선을 항구적인 소득 증대보다는 일시적인 여건 개선에 가깝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인식은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현재 소비의 확대로 직결되기보다,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한 예비적 저축(투자)이나 부채 상환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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