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유라 기자】 모듈러 주택이 가전 기업들의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개별 제품 단위로 연결되던 인공지능(AI) 가전이 집 전체를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묶는 ‘AI 홈’으로 확장되면서 주거 공간이 플랫폼 경쟁의 무대로 부상했다.
27일 본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모듈러 건축·주택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모듈러건축위원회는 지난해 9월 스마트건설 세미나에서 2024년 국내 철강 모듈러 건축·주택 시장 규모를 5637억원으로 추정했다. 2003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CAGR)은 36.9%에 달하며, 2030년에는 3조7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학교 시설 중심이던 수요가 주거·업무시설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모듈러를 스마트싱스 기반 AI 홈 전략의 확장축으로 접근하고 있다.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 전시장에서 넷제로 홈(Net Zero Home) 솔루션으로 타이니하우스를 선보이며 에너지 자립형 주거 모델을 제시했다. 다만 당시에는 기술 가능성을 보여주는 개념 전시에 가까웠고, AI 기반으로 완성형 주거 모델을 제시한 것은 지난해 IFA 2025가 처음이다.
IFA 2025에서 공개된 ‘스마트 모듈러 홈’은 AI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 히트펌프 기반 냉난방기기(EHS), 환기 시스템, 에너지 솔루션을 스마트싱스로 통합한 구조다. 스마트싱스 3D 맵뷰(Map View)를 통해 집안 기기 상태를 한눈에 확인·제어할 수 있으며, 외출·귀가·취침 등 생활 패턴에 맞춰 조명·공조·가전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주방에서는 냉장고가 식재료를 인식해 푸드 리스트를 생성하고, 음성 명령으로 문을 여는 ‘오토 오픈 도어’ 기능을 구현했다. 세탁기와 식기세척기는 전력 피크 시간을 피해 작동하고, 로봇청소기는 요금이 저렴한 시간대에 충전하는 등 에너지 최적화 기능도 포함됐다. 스마트싱스 프로를 활용하면 단지 단위 냉난방공조(HVAC) 관리도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후 삼성전자는 2025 스마트건설·안전·AI 엑스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업해 ‘AI 홈’ 기반 모듈러 솔루션을 선보였고, 올해 2월 코리아빌드위크에서는 59.5㎡ 규모의 모듈러 주택 모델을 공개했다. 현관 보안, 세탁·의류 관리, 식재료 관리, 수면 환경 분석까지 일상 전반을 AI로 연결하는 구조다. 입주자가 QR 로그인만 하면 즉시 스마트홈 환경이 구현되는 ‘턴키형’ 모델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실제 공급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공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시장 확대 여부는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전시에서 강조한 메시지는 일관된다. 스마트 모듈러 솔루션을 통해 차세대 주거 환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방향성이다. 단순한 기술 콘셉트가 아니라, 현재 기술 수준에서 구현 가능한 AI 기반 통합 주거 모델이라는 점이다.
LG전자는 2023년 3월 스마트코티지를 처음 공개한 뒤 같은 해 9월 독일 IFA 2023에서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IFA에서 공개된 모델은 유럽 시장을 고려한 콘셉트형 전시에 가까웠으며, 이후 국내에서 본격적인 사업화를 시작했다.
현재 스마트코티지는 국내 판매가 진행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본격적인 사업화는 국내에서 이뤄졌고, 현재 판매도 국내 중심”이라며 “해외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으나 국가별 건축 규격과 인증 절차가 필요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 국내 사업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해외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 모델 역시 단순 주택 판매에 한정하지 않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소비자용(B2C)에서는 세컨드 하우스를 원하는 일반 고객 수요에 집중하고 있고, 기업간거래(B2B)에서는 기업 연수원 등 사업자 수요의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B2C와 B2B 모두를 주요 타깃으로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격 경쟁력 확보도 병행하고 있다. 신모델은 지붕 형태를 단순화하는 등 건축 설계를 간소화하고, 정수기·광파오븐·스탠바이미·식기세척기 등 일부 가전을 제외해 필수 가전 중심으로 재편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모델 대비 설계와 가전 구성을 단순화해 가격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경쟁력도 차별화 요소다. 태양광 패널을 적용한 모델은 에너지 자립률 120% 이상을 달성해 한국에너지공단의 제로에너지건축물 최고 등급인 ‘ZEB 플러스’를 획득했다. 국내 사전 제작(프리패브) 방식의 건축물 중 최초다. LG전자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과 고효율 기술은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프리패브 주택에서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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