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현대자동차와 기아가 하이브리드(HEV) 차량 라인업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지난해 현대차의 글로벌 전체 판매량 중 15.3%를 차지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에서 하이브리드차가 현실적 선택지로 부상한 측면도 있지만, 30년 이상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축적한 현대차의 장기 투자가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27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413만8389대를 판매했다. 판매량을 이끈 건 친환경차다. 전체 판매량은 전년 대비 0.1% 감소했지만, 친환경차는 96만1812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친환경차 비중은 전기차 27만5669대, 하이브리드차 63만4990대로 하이브리드차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현대차는 전기차 일변도 대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병행 생산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캐즘에 대응했다. 덕분에 보조금 축소와 환경 규제 완화 등 정책 기조 변화로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미국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선방했다. 지난해 4분기 미국에 판매한 차량 중 22.6%가 하이브리드차였다.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차의 존재감은 확연했다.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합산 국내 판매량은 9만3315대다. 그 중 하이브리드차가 3만1239대로 33.5%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차의 인기 요인으로는 경제성이 꼽힌다. 전기차보다 초기 구매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별도의 충전 인프라 없이도 내연기관차보다 좋은 연료 효율을 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관리 비용과 연료비가 적어 효율적이지만, 아직 충전 인프라나 화재 위험 등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선이 있다”며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장점을 종합한 하이브리드차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동력 시스템을 선행 연구해온 현대차의 기술력이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유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하이브리드 기술에 주목했다. 1995년 제1회 서울 모터쇼에서 하이브리드 콘셉트 카 FGV-1을 공개했고, 2009년부터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하며 하이브리드차를 시장에 진입시켰다.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주요 경쟁자는 토요타다. 일본은 토요타를 중심으로 90년대 말부터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하기 시작해 연비와 내구성 측면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했다.
현대차는 토요타보다 시장 진입이 다소 늦었지만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현대차는 엔진과 모터를 단일축에 연결해 하이브리드 모드를 구동하는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토요타는 유성기어를 활용하는 동력분기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추구했다.
현대차의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TMED(Transmission Mounted Electric Device)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성능과 효율을 높였다. 전기모터가 변속기에 장착되는 형태를 기본으로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거나, EV 모드로 단독 구동 또는 회생 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해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TMED-Ⅱ를 발표하며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2개의 모터가 각각 발전과 구동 역할을 담당한다. 1개의 모터로 구동하는 TMED-Ⅰ 대비 성능과 연비를 대폭 개선했다는 평가다. 주행 중 발생하는 회생 제동 에너지와 내연기관을 통한 발전으로 배터리를 상시 충전해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모터를 활용한 주행 제어 기술 역시 현대차 하이브리드의 특징이다. 차량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e-모션 드라이브’ 기술을 통해서다. 차체 거동을 안정화하고 가속과 제동 전환 시 엔진과 모터 구동 사이의 이질감을 최소화한다. 엔진을 보조하는 데 그쳤던 모터의 역할을 확장한 것이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결집한 차량이 ‘디 올 뉴 팰리세이드’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TMED-Ⅱ를 적용한 최초의 차량이다. 주행 제어 기술을 개선했을 뿐 아니라 넉넉한 배터리 용량을 확보해 전기차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실내 V2L(Vehicle to Load) 등 편의 기능을 담았다. V2L은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전력을 외부로 끌어 쓸 수 있는 기술이다.
팰리세이드는 ‘2026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하며 SUV·하이브리드차의 격전지인 미국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는 엔진과 모터가 둘 다 있는 구조인 만큼 기술력이 요구된다”며 “현대차는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종류의 파워트레인을 병행 개발하며 기술 경쟁력을 높였고, 현재 하이브리드차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도 기술 개발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을 보완하는 선택지를 넘어 전동화 전환기를 책임지는 주력 파워트레인이자 전기차의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장점을 소비자가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가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만큼의 무게감을 가지게 될지는 업계에서도 의견이 갈리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 지배력을 가질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다양한 차종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동화 파워트레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차, 주행거리 연장형 하이브리드차(EREV), 전기차 등 친환경 신차를 대거 확충할 계획”이라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인도 푸네공장, 울산 신공장 등을 중심으로 판매량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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