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과 일부 매체를 통해 확산된 ‘KF-21 엔진 기술을 미국이 빼내려 공동개발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기사에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세라믹 베인 기반 차세대 항공엔진을 실용화했고, 이를 노린 미국 GE가 긴급 방한해 공동개발을 제안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실과 다른 과장”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에 장착되는 엔진 기술이다. 현재 KF-21에는 미국 GE가 개발한 F414 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KF-21 보라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4.5세대 전투기로, 체계개발은 한국이 주도했지만 엔진은 아직 완전 국산화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
▲ KF-21 블록 2는 2027년부터 순차적 납품이 가능하며, 1,600억 원대라는 가격은 F-16V보다 적게는 400억 원 이상 낮다.
기사에서 언급된 ‘세라믹 베인 엔진’과 ‘2000도 이상 고온에서도 변형 없는 터빈 날개’ 등의 표현은 기술적으로 매우 도전적인 영역이다. 실제로 항공엔진 분야에서는 세라믹 매트릭스 복합재(CMC)가 차세대 핵심 소재로 연구되고 있다. GE Aerospace 역시 F135 등 차세대 엔진에서 CMC 적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도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다.
그러나 현재 한국이 독자적으로 완성된 CMC 기반 전투기 엔진을 양산 단계에 올려두었다는 공식 발표는 없다. 방위사업청과 관련 기업들도 ‘100% 국산 엔진은 장기 목표’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따라서 “세계 최초 실용화”, “GE가 기술을 빼내려 한다”는 식의 단정적 표현은 사실 확인이 필요한 주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GE의 공동개발 제안설 역시 구체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는 공동개발 제안이나 기술 협력 논의가 흔한 일이다. 그러나 기사에서 묘사된 것처럼 ‘48시간 내 방한’, ‘특허 공동소유 요구’, ‘생산라인 미국 이전 계획’ 등은 확인되지 않은 내부 문건을 전제로 한 주장이다. 일부 네티즌과 업계 관계자들은 “전형적인 클릭 유도형 과장 기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이 던지는 질문은 의미가 있다. 한국은 오랜 기간 항공엔진 분야에서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해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군용·민수용 엔진 부품 국산화 비율을 높이고 있으며, 2030년대 완전 독자 엔진 개발을 목표로 중장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세계 전투기 시장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 소수 국가가 주도해왔다. 엔진 기술은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영역이다. 고온·고압 환경에서 수천 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추력 대비 연비, 정비 주기, 수명 관리 등 복합 요소가 맞물린다. 이 때문에 단순한 소재 혁신만으로는 완전한 엔진 자립을 선언하기 어렵다.
한편 미국에서는 6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F-22 랩터와 F-35 라이트닝 II에 이어 차세대 플랫폼이 추진 중이며, 유럽도 FCAS, GCAP 등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역시 KF-21 개량형과 차기 전투기 개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의 본질은 두 갈래다. 하나는 기술적 사실 여부에 대한 냉정한 검증이고, 다른 하나는 방산 자립에 대한 국민적 기대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한국 기술이 미국을 추월했다”는 자부심과 동시에 “아직 개발 중인 기술을 과장했다”는 비판이 교차한다.
전문가들은 방산 분야일수록 정확한 정보와 절제된 표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술 경쟁은 냉혹하고, 국제 협력은 복잡하다. 공동개발이 곧 기술 탈취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며, 반대로 모든 협력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KF-21 엔진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한국 방산 산업의 성장 기대와 정보 소비 환경의 취약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자주국방은 구호가 아니라 축적된 기술과 투명한 검증을 통해 완성된다. 과장이 아니라 데이터, 감정이 아니라 공시와 시험 결과가 말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한국이 진정한 항공엔진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의 연구개발과 국제 표준을 충족하는 실증 과정이 필수적이다. 논란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기술 자립이라는 과제는 장기전이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보다 성숙한 방산 담론이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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