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수출 호조·주식 불장에도…올해 소비는 점진적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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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수출 호조·주식 불장에도…올해 소비는 점진적 개선”

이데일리 2026-02-27 06:00: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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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반도체 수출 증가와 증시 강세에도 불구하고, 향후 민간소비는 과거처럼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기보다는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 증가가 곧바로 가계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비, 급반등 지나 점진적 회복 국면으로

한국은행은 27일 ‘과거 회복기에 비추어 본 현 소비국면 판단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민간소비는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빠르게 반등했고, 올해부터는 점진적 개선형 회복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여건 개선의 소비 파급경로가 약화된 점을 감안할 때 증가세는 과거보다 완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 이후 부진을 이어오던 민간소비는 지난해 하반기 심리 개선과 함께 큰 폭으로 반등했다. 올해 들어서도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와 대면소비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들 항목은 필요에 따라 지출을 크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어, 소비 모멘텀을 잘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한은은 “최근 소비 개선에 기저효과와 정부 소비 진작책, 내구재 신제품 출시 등 단기 요인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며 “따라서 현재 흐름이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 지속적인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2000년대 이후 소비 회복기를 두 유형으로 구분했다. 하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나 팬데믹 이후처럼 외생적 충격 뒤 억눌린 수요가 단기간에 분출하는 ‘급반등형’이다. 이 경우 회복 속도는 빠르지만 평균 7분기 내외로 지속성이 길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장기 부진 이후 거시 여건 개선을 배경으로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점진적 개선형’이다. 이 유형은 속도는 완만하지만 평균 12분기 정도로 지속 기간이 더 길었다.

한은은 최근 소비 흐름이 두 유형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급반등형과 닮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금리 인하 효과 누적, 반도체 중심 수출 증가, 증시와 소비심리 개선, 세수 확충에 따른 정부 대응 여력 확대 등 점진적 개선형의 전형적 조건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한국은행


◇수출·자산 늘어도 소비로 이어지는 힘은 제한적

그러나 과거와 다른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소득 경로가 약해졌다. 최근 경기 개선을 주도하는 반도체 등 IT 부문은 자본집약도가 높고 생산 과정의 수입 의존도도 커, 수출이 늘어도 다른 산업이나 고용으로 파급되는 효과가 크지 않다.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 수출 증가가 가계 전반의 소득 확대로 이어지는 힘이 과거보다 약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소득 증가가 고소득층에 집중될 경우 소비 파급효과는 더 제한될 수 있다. 한은이 가계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추정한 결과, 소득 상위 20% 가구의 한계소비성향은 약 12%로 전체 평균(약 18%)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소득 총량이 늘더라도 소비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자산가격 경로도 과거보다 약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가계 자산의 65%를 차지하는 부동산은 자산가치 상승이 부채 확대를 동반하는 특성이 강해,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경우 실질적인 부의 효과를 제약할 수 있다고 봤다. 주식 자산의 경우에도 한계소비성향이 평균 약 1% 수준으로 추정돼 자산 증가가 소비로 이어지는 강도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이후 시가총액 증가분과 개인투자자 보유 비중을 적용할 경우, 증시 호조가 올해 민간소비를 산술적으로 0.5%포인트가량 높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높고, 자산 보유가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소비 파급효과는 과거 평균에 기반한 추정치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

기대 경로도 위축된 것으로 평가됐다. 단기 경기 전망은 개선됐지만, 인구 구조 변화 등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중장기 성장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계는 최근 경기 회복을 지속적인 소득 증가로 보기보다는 일시적인 개선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며, 늘어난 여력을 소비보다 저축을 늘리거나 빚을 갚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가계 저축률은 최근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민간소비 올해부터 점진적 개선형 회복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 인하 효과 누적,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 자산시장 및 소비심리 개선, 정부의 경기 대응 여력 확대 등이 회복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소득·자산·기대 경로의 약화를 감안할 때 향후 소비 증가세는 과거에 비해 비교적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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