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9차 당대회가 개막 7일 만에 종료됐다.
당대회는 북한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로, 향후 5년간의 대내외 정책 노선이 여기서 정해진다.
지난 19일 평양에서 개막한 9차 당대회는 25일 당 대회 결정서 채택 및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폐회사를 끝으로 종료됐다.
열병식만 참석한 김주애
김정은 위원장의 딸인 김주애는 당대회에는 참석하지 않고 마지막 날 열린 열병식에만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북한과 관련해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것은 후계 문제로, 현재 13세로 추정되는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로 거론되고 있다.
김주애는 2022년 11월 김 위원장과 함께 미사일 시험 발사 현지 지도에 참석하는 모습이 공개된 후, 여러 군사 및 비군사 행사에 얼굴을 비추며 북한매체에 의해 점차 비중 있는 인물로 다뤄져 왔다.
지난 12일 한국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로 알려진 김주애의 역할이 강화됐다며 "후계 내정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김주애 후계설에 더 힘을 실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의 딸인 김주애의 후계 구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아직 나이가 너무 어리기 때문에 후계 구도를 공식화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김정일이나 김정은처럼 당대회나 당대표자 회의에서 당내 직책을 받고 후계자로 공식화되려면 먼저 노동당원이 돼야 하는데, 김주애는 당원 가입 연령인 만 18세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김주애는 지난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한 열병식에 어머니인 리설주 여사와 참석했는데, 열병식에 탱크나 미사일 등 무기체계가 동원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의 경우 기존 당 전문부서 부부장에서 한국 기준 '장관급'에 해당하는 부장으로 승진하고, 정치국 후보위원에 재진입했다.
김주애의 후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김여정과의 권력 다툼 가능성도 언급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김여정이 김정은과 김주애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을 동족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
북한은 한국을 향한 대남 메시지의 수위를 높였지만, 이에 비해 대미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수위를 유지했다.
김 위원장은 "최강경 자세를 변함없는 대미정책 기조로 확고히 견지할 것"이라면서도 "만일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는 4월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이 북한의 '현 지위', 즉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은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가장 적대적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며 "한국과의 연계조건이 완전히 소거된 현 상태를 영구화하고 어떤 경우에도 오도된 과거를 되살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당대회에서 체제상 헌법보다 상위에 있는 당 규약 개정에 대한 결정서도 채택됐지만, '적대적 두 국가' 내용이 명문화됐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다.
여러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2023년 말 '적대적 두 국가' 관계 공식화하고 이를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도 이를 명문화하거나 명문화 사실을 공개하는 데는 부담을 갖고 있다고 봤다.
'적대적 두 국가' 명문화는 통일 목표를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는 김일성과 김정일 등 앞선 지도자들이 추구해 왔던 목표를 완전히 폐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BBC에 "김정은은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선포한 이유도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자리에서야 밝혔다"라며 "북한에서 '통일'이 워낙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이를 북한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득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대남 메시지에 대해 "한반도에서의 평화공존은 남북 모든 구성원의 현재와 미래의 안전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며 "정부는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대북 3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하면서, 북한의 태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 및 민생 강조
북한은 경제 성과를 발표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데도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오늘 우리 당앞에는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을 추켜세우고 국가사회생활의 모든 분야를 하루빨리 개변해야 할 무겁고도 절박한 역사적 과제들이 나서고 있다"라며 대외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국방 역량을 과시하기보단 경제와 민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모든 방면에서 점진적이며 안정적인 발전"이라는 신중한 표현을 쓰며 과감하기보단 현실적인 목표 제시를 한 점에 주목했다. 이전에 비해 경제 계획의 구체성이 다소 떨어진다고도 봤다.
"8차 당대회 때보다는 (경제) 상황이 좋지만, 앞으로 더 과감하게 (경제 정책을) 추진해 나가기 위한 토대가 현실적으로 충분하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정 위원은 대외관계 확대를 언급하면서 정보산업, 대외무역, 관광업 등을 강조한 점을 들어 "북러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토대로 베트남이나 동남아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 나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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