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3일 예정된 민선 9기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광주, 충남-대전, 대구-경북 등 광역 지자체 간 통합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고, 지난 24일에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특별법안(대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대전·충남과 대구·경북 통합특별시 특별법도 다음 주 초까지 예정된 이번 국회 임시회 내에 처리될지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현재 입법 논의 중인 통합특별시 특별법들은 지방소멸 대응, 자치분권 강화와 국가균형발전 등을 주요 제정 목적으로 삼는다. 또 그에 따라 중앙정부의 각종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고, 지역 산업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 근거도 마련해 두고 있다. 또한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특례 조항들도 수백 개의 조문에 걸쳐 담겨있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보면서 실제 어떤 모습으로 집행이 될지 잘 그려봐야 한다.
그 중에서 최근의 시대적 현안인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 관련해서도, 비슷하면서도 또 지역별로 다른 내용들이 각 특별법안에 포함돼 있다. 우선 20㎿(메가와트) 이하 용량의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전기사업 허가권을 통합특별시장으로 이양하는 내용은 전남-광주, 충남-대전, 대구-경북 통합특별시 특별법에 모두 포함돼 있다.
이 내용은 이미 2007년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2차 개정 때 포함돼 제주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었기에,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발전사업 허가 이외에 개발행위허가, 공유수면점사용허가, 도로굴착허가 등 발전소 건설을 위한 개별 법률에 따른 인허가 권한은 이미 기초 지자체가 수행하고 있으므로 발전사업허가 권한 이양은 조금 늦은 감도 있긴 한다.
나아가 제주는 2009년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4차 개정을 통해, 용량 관계없이 육·해상 풍력발전사업에 대한 전기사업허가권을 전부 이양받아서 100㎿ 용량의 해상풍력사업을 자체적으로 허가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다른 지역은 20㎿ 이내라는 용량 제한을 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최근 규모가 커지는 재생에너지 사업규모를 볼 때, 20㎿ 이하의 용량은 소규모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권한이양의 의미를 부여하기조차 힘든 수준이다.
사실 발전사업허가 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전력 계통 연계다. 한전과 지자체가 계통 여유 용량에 대해 사전에 정보교류를 충분히 한다면 지자체는 무리 없이 전기사업허가를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처럼 지역별 특별법(안)에도 명시돼 있듯이,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허가기준과 절차를 조례로 만들 수 있으므로" 자연환경과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할 수 있는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이 외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특별법(안)에는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 특별회계 및 기금 설치, △해상풍력 특례, △수상태양광 산업육성, △분산에너지 활성화 전력망 구축지원 특례, △재생에너지 계통 포화 해소에 대한 국가지원 특례, △지방공기업 및 통합 특별시의 직접 투자, △지방공기업의 신재생에너지 출자/사채발행 한도 특례, △노후거점산업단지의 에너지자립 및 탄소중립 특례, △지역 에너지전환의 지원에 관한 특례, △에너지자립도시 조성, △산업도시 주변 완충녹지 내 신재생에너지설비 설치 특례, △신재생에너지 공공주도 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지원, △해양생태계 탄소흡수원 및 해양에너지 수익의 주민배당 등에 관한 특례 등이 포함돼 있다.
대구경북특별시 특별법에는 다른 지역과 달리 '신재생에너지자원의 공공적 관리' 등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지역별 통합특별시 특별법에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 관련 다양한 권한 이양과 특례 조항들이 포함됐다.
그런데 이와 달리 원자력도 첨단산업육성을 위한 국가의 행정·재정적 지원 대상의 하나로 태양광과 함께 각 지역의 특별법에 포함되기도 했다. 특히 대구·경북에는 이뿐만 아니라, '원자력 및 소형모듈원자로 클러스터 조성', '소형원자로시스템 진흥특구 조성', '원자력·수소기반 에너지도시' 등 다른 지역엔 없는 원자력 진흥 관련 조문이 포함돼 있기도 하다.
그런데 원자력 개발은 현행 법률로는 국가사무에 해당돼 지자체의 업무가 아니다. 지방자치법 제15조(국가사무의 처리제한) 7호에 따르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검사·시험·연구, 항공관리, 기상행정, 원자력개발 등 지자체의 기술과 재정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무"는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할 수 없다. 다만 "법률에 이와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돼 있어서, 지자체 사무로서 원자력 개발을 하기 위한 근거로 통합특별시 특별법을 활용하려는 해당 지역의 의지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합특별시 특별법안은, 일반법보다 우선되는 특별법을 통해 지역별로 그간 해보고 싶었지만 권한과 재정의 한계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추진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간주되는 듯하다. 이런 법률안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평가해 보자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제한적인 권한 이양에 그치고 있어서 지역 주도의 에너지자립을 위한 자치적인 인허가 권한은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한다는 것은 단순히 단체장 개인에게 더 많은 권한을 집중시키는 것은 아니어야 하기 때문에, 실행 과정에서 이를 보완할 장치를 충분히 도입해야 한다. 한 가지 이에 대한 참고 사례가 있다. 2014년 12월 대법원은 제주도지사의 풍력발전지구 지정 과정에 제주도의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조례 개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특별자치도지사의 권한은 특별자치도의원의 견제 의무가 있다"고 결정했다. 기관대립형 지방자치 구조에서 당연한 판결이기도 했다.
따라서 더 많은 권한과 재정을 행사할 통합특별시장에 대해서 통합특별시의회 의원들의 더 많은 견제 역할과 함께, 지역의 주인으로서 통합특별시민들에게 더 많은 민주주의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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