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의 투자 원칙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고려를 의무화하고 그 대상을 대체투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와 함께 민간 위탁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이행 여부를 금융감독원이 직접 점검하도록 하는 법안도 병행된다. 국민연금을 단순 수익 창출 수단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책임투자를 '선택'에서 '의무'로 전환하는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안' 8건과 금융감독원의 민간 위탁운용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일부 개정안' 1건이 발의돼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우선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국민연금법 제102조 제4항'을 개정해 기금 운용 시 ESG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권고 규정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이수진·남인순 의원안은 그 적용 범위를 주식·채권 뿐 아니라 부동산·인프라·예금·사모펀드 등 '대체투자' 영역까지 전면 확대했다.
기금 운용의 대원칙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박상혁·박희승 민주당 의원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안은 현행법상 '수익 최대 증대'로 설정된 운용 목적에 '공공성 확보'도 함께 명문화했다. 국민연금이 단순한 수익률 추구를 넘어,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적극적인 '집사(Steward)'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세부 지표의 구체성도 강화됐다. 한창민 의원안은 ESG 중 사회적 요소(S) 평가 시 투자 대상 기업의 근로자·협력업체·소비자 등 실질적 이해 관계자의 이익을 포함하도록 해 책임 투자의 범위를 대폭 넓혔다. 한정애 의원안은 ESG 중 환경(E) 분야에 집중해 투자 대상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인 '금융 배출량'을 관리하고 이를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연계하도록 했다. 막연한 책임투자를 넘어 '데이터'에 기반한 실질적 ESG 경영을 요구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추진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김남근 의원안)은 국민연금의 자금을 받아 집행하는 민간 운용사들을 겨냥하고 있다. 금융사가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사항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고, 금감원은 이를 매년 평가해 공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국민연금이 최근 의결권을 민간 운용사에 넘기는 '펀드 출자' 방식으로의 전환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민간 운용사들이 거수기 노릇을 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고삐를 죄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상호보완적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ESG 원칙에 따라 투자를 지시하더라도 실제 의결권을 행사하는 민간 운용사가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입법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데, 금융감독원의 이행 평가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공백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법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힘과의 충돌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여권의 '공공성'과 'ESG 평가 의무화' 기조가 정치적 외압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기금 운용의 독립성 보장'을 법률에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과 재계는 국민연금이 정치적 논리에 휘둘릴 경우 정부가 특정 기업을 압박하거나 경영에 개입하는 등 '연금 사회주의'로 흘러갈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주요 5대 과제로 선정된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관련 논의도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내달 11일에는 기후 솔루션과 남인순 의원실 공동 주최로 '국민연금 기후 스튜어드십 강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공론화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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