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예상보다 상향 조정한 2.0%로 내다봤다.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 수출이 견고한 성장세를 나타내며 전체 수출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점은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 반도체 경기가 악화되면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26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1.8%)보다 0.2%포인트 높여 잡은 것이다. 미국 관세 영향에도 반도체 경기 개선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올해 수출도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고성능 반도체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재화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1.4%에서 2.1%로 크게 상향 조정했다.
관건은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이다.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세계 각국에 부과한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IEEPA가 아닌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각국에 임시 관세 10%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한은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관세가 임시 관세 만료 시점인 7월 하순 이후 대법원 판결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지는 것을 전제로 성장률을 전망했다. 이른바 ‘슈퍼 301조’로 불리는 무역법 301조 등 대체 카드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과 체결한 무역 합의를 상당 부분 마무리한 만큼 연방대법원 판결 이전의 관세 체계를 복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르면 연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와 의약품 품목 관세는 미국 내 물가 부담 등을 이유로 내년 1분기로 시행 시점이 미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미국 정부의 임시 관세 부과로 우리나라는 기존과 동일한 관세율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수출 등 성장 전망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반도체에 대한 품목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여기에 AI 수익성이 기대보다 낮고 전력 부족 등 물리적 병목 현상이 심화되면 반도체 수출이 예상을 밑돌 가능성도 있다.
한은도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 전체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올해 반도체 수출 물량이 전년 대비 10% 안팎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6% 내외로 낮아지면 전체 GDP 성장률에 0.2%포인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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