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지난해 7월 경기 오산에서 발생한 보강토옹벽 붕괴 사고가 설계·시공·유지관리 전 단계의 부실이 겹친 '인재(人災)'였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 국토교통부는 경기 오산시 가장동 보강토옹벽 붕괴사고와 관련해 중앙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사고는 지난해 7월 16일 오후 7시 4분께 길이 338m, 높이 10.1m 규모 보강토옹벽 중 약 40m가 붕괴되며 차량 2대가 매몰돼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중대 사고다.
사조위는 학계·업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돼 7개월간 현장조사, 설계도서 검토, 관계자 청문, 지반조사 및 품질시험 등을 거쳐 총 21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붕괴의 직접 원인은 빗물 유입에 따른 수압 증가로 지목됐다.
보강토옹벽 상부 배수로와 포장면 균열을 통해 빗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뒤채움재가 약화됐고, 상단 L형 옹벽이 침하하면서 포장면 땅꺼짐과 균열이 확대됐다.
사고 직전 시간당 39.5㎜의 집중호우가 내리며 균열 부위로 유입수가 급증했지만,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압이 가중되며 붕괴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단순한 집중호우가 아니라, 설계·시공·감리·유지관리 전 과정의 구조적 부실이었다는 점이다.
설계 단계에서는 보강토옹벽 상단에 L형 옹벽이 추가 설치되는 복합구조에 대한 위험도 분석이 미흡했고, 수압 발생을 차단하기 위한 배수 설계도 부족했다. 뒤채움재 품질 기준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시공 불량을 유발했다.
시공 단계에서는 배수가 불량한 세립분이 많은 흙을 뒤채움재로 사용했고, 보강토 블록 자재 변경 승인 및 품질시험 자료도 확인되지 않았다.
설계 변경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도면을 준공 도면으로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리·감독 역시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했다.
관리 공백도 장기간 이어졌다. 해당 시설물은 2011년 준공됐지만 2017년에야 관리주체로 인계됐고, 2023년 개통 전까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FMS(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 등록이 이뤄지지 않아 법정 안전점검이 시행되지 않았다.
같은 시공사가 시공한 인근 구간에서도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보강토옹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지만, 유사 구조물에 대한 전면적 안전성 검토와 재발 방지 조치는 미흡했다. 2023년 정밀안전점검에서 배수불량과 배부름 현상이 지적됐음에도 충분한 보수·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20여 일 전부터 국민신문고를 통해 지반 침하와 붕괴 우려 민원이 제기됐지만, 관리주체는 원인 분석이나 구조 안전성 검토 등 적극적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조위는 재발 방지를 위해 복합구조 보강토옹벽의 설계·시공 기준을 구체화하고, 배수시설 설계 기준을 대폭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FMS 미등록 시설에 대한 점검 및 이행명령 제도를 도입하고, 미등록·설계도서 미제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전국 복합구조 보강토옹벽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와 특별점검을 실시해 필요 시 안전성 검토 및 보수·보강을 시행할 계획이다.
권오균 사조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건설 프로세스 전반에서 발생한 총체적 부실의 결과"라며 유사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 이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기준과 법령을 정비하는 한편, 사고 책임 주체에 대해서는 행정처분과 수사 의뢰 등 후속 조치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결국 오산 옹벽 붕괴는 예고된 위험 신호를 방치한 끝에 발생한 인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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